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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의 한 농가
 충남 예산의 한 농가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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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집 아래 놓인 박스. 제비들이 화장실로 쓰고 있다.
 제비집 아래 놓인 박스. 제비들이 화장실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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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82세 농부, 제비와 1개월을 다투다... 왜? http://omn.kr/nhkw

충남 예산의 한 농가. 이 집은 해마다 제비와 농부의 사소한 다툼이 있었던 곳이다.

제비는 환풍구 앞에 집을 짓기를 원했다. 하지만 집 주인인 고령의 농부는 "집안의 환기에 방해가 되고 결국 천장에 마감재로 사용한 나무가 썩을 수 있다"며 제비들이 환풍구가 아닌 다른 곳에 집을 짓기를 원했다.

해마다 봄이면 제비와 농부는 제비집 자리를 놓고 사소한 다툼과 신경전을 벌였다. 제비가 집을 짓기 시작하면 농부는 제비집을 부쉈고, 결국 제비는 고집을 꺾고 환풍구가 아닌 다른 곳에 집을 짓곤 했다. 이 이야기는 지난 2017년 오마이뉴스를 통해 기사화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런데 농부와 제비의 다소 이상하고 불편한 동거도 이제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1월 농부가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올해는 제비들이 그토록 원하던 환풍구 쪽에 집을 지었다. 농부의 고집을 끝내 꺾지 못하고 해마다 농부의 뜻을 따르던 제비들은 이제 자유롭게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 집을 짓게 되었다.

어쨌든 해마다 자기가 살던 고향 집을 잊지 않고 찾아와 집을 짓는 제비들이 볼수록 기특하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농부의 아들은 제비집 아래에 종이 박스를 놓아 제비들의 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다. 그는 제비 집터를 놓고 제비들과 다툴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는 제비와 농부의 사소한 다툼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 여전히 아쉽다. 제비들의 울음소리가 오늘따라 더 크게 들려는 것도 그 때문인 듯싶다.

태그:#제비와 다투던 농부 , #시골집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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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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