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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4 KBS 뉴스_앵커 초대석 '시각장애 유튜버 허우령'
 2021.04.24 KBS 뉴스_앵커 초대석 "시각장애 유튜버 허우령"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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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통해 장애가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 어렵거나 불쌍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각장애인 허우령씨의 말이다. 그녀는 유튜브 채널 '우령의 유디오'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일상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점자 실버버튼을 받은 채널 '원샷한솔'도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사회실험을 진행하며 장애인의 인식 개선에 이바지하고 있다. 두 채널은 '장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는 한편, 장애인을 향해 구축된 곤고한 장벽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배리어프리는 모든 사람의 사회참여가 가능하도록 장벽들을 축소하고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며, 주로 장애인, 노인과의 공존을 위해 사용하는 단어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배리어프리한 사회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장애인은 사용하지 말라는 건가요?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의 키오스크 사용 영상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의 키오스크 사용 영상
ⓒ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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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환경이 발전함에 따라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가게가 증가하고 있다. 노인을 중심으로 키오스크의 접근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장애인 역시 키오스크 사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지체장애인의 경우, 키오스크가 높게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에 앉아 조작하기 어렵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경우, 키오스크 내에 스크린리더기가 작동하지 않아 원하는 메뉴 선택이 어렵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이동은 불편의 연속이다. 시각장애인 이모씨는 보행시 인도에 있는 차, 화분, 킥보드와 등의 장애물 때문에 점자블록 사용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또한 그녀는 버스 이용 시 버스 번호판을 볼 수 없기에 타려는 버스가 온 것인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시각장애인들은 버스보다 지하철을 더 많이 이용하지만, 지하철 역시 음성유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점자가 잘못 기록되어 있어 불편함은 여전하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생 한상윤씨는 현존하는 제도 역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역시 앞서 시각장애인 이모씨가 지적한 것처럼 버스 번호를 파악하기 어려워 많은 제약이 있으며, 장애인을 위한 '콜택시'는 적은 차량 운행으로 긴 대기시간이 발생하여 실질적인 활용도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전체 버스 중 저상버스가 58%밖에 도입되지 못했다는 점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마주한 장벽을 보여준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채주석 교수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모바일 환경에서의 접근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바일 환경의 이용률은 더 높아졌지만, 장애인들의 접근성 제약으로 더 큰 디지털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환경에서 겪는 불편함에 대해 묻자, 시각장애인 이모씨는 실제로 음성을 잘 읽어주지 않는 어플리케이션이 많으며 쇼핑이나 은행 관련 앱에서 그러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아이폰 보이스오버의 경우 이미지화 되어있는 것을 텍스트로 읽어주지 못해 불편함을 겪는다고 하였는데, 이는 PDF로 제공되는 문서에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함께 시사한다. 정부의 문서를 포함한 많은 자료가 PDF로 제공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혐오 표현과 차별...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안내견 출입을 거부당하는 영상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안내견 출입을 거부당하는 영상
ⓒ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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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로 즐거워야 할 그 날, 장애인들이 국회의원을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의원들이 토론 중 사용한 '집단적 조현병', '절름발이', '꿀 먹은 벙어리'라는 표현이 그 원인이었다. 소송 진행 3일 후, 추미애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눈' 발언으로 인해, 또 한 번 장애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은 정치판의 '장애인 인권 인지 감수성' 수준을 보여준다. 과거 롯데마트에서는 안내견 출입 거부 사건이 발생하여 많은 대중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장애인들의 안내견이 될 예정인 강아지를 일정 기간동안 돌보는 자원봉사자 '퍼피워커'에게 롯데마트 매니저는 언성을 높였고 출입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예비 안내견과 퍼피워커 봉사자, 그리고 현재 안내견을 키우고 있거나 키울 예정인 장애인 모두 현실적인 '벽'을 체감했다.

이러한 안내견 거부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에 게시된 '안내견 거부 영상'은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는 한 점주의 실제 음성을 들려주며 장애인들을 향한 차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여전히 수많은 차별이 존재하고, 대다수의 택시기사, 음식점은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장애인 보조견의 훈련·보급 지원 등)는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안내견이 갈 수 있는 곳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해외의 배리어프리,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의 배리어프리는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의 배리어프리 사례를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지 질문을 던졌다.

시각장애인 이모씨는 장애인의 교육권 문제를 거론했다. 미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미국 대학을 다니는 전맹 시각장애인 친구의 경우,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통합 교육을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생활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비장애 학생과 분리되어 특수 학교에 다니고 있고, 통합 교육을 받는 장애인의 경우 학생들의 왕따나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밝혔다.

채주석 교수는 해외 유니버설 디자인의 우수 사례 도입을 주장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와 비장애를 분리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디자인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설치된 유엔 본부 앞 도로는 계단 및 턱의 제거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또한 사람들의 접근성이 높이기 위해 넓고 편리한 평지를 확대하여 누구나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한상윤씨는 해외의 키오스크 법률과 우리나라 키오스크 법률의 차이점을 제시하였다. 유럽 접근성 법은 티켓팅 기기, 체크인 기기, 현금자동입출금기 기기에서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장애인 법, 미국 운송 항공기법 등의 법률로 장애인의 키오스크 접근성을 보장한다. 

한국 역시 국가정보화기본법에 따라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에 한정한 접근성 보장 의무화를 키오스크까지 확대하였다. 하지만 이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간에만 한정된 법령으로, 민간 서비스 분야의 키오스크에는 적용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음식점, 카페와 같은 민간 서비스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에 맞추어 시급히 조정해야 할 과제이다.

한국의 배리어프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한상윤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배리어프리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인식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사회 구성원들이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합의가 함께 개진될 때 정책이 실질적인 기대효과를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위해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예로 장애인이 겪는 교통문제는 도시 전문가, 의료 전문가, 그리고 사회복지전문가가 함께 고민하여야 보다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참여자 모두, 배리어프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키오스크, 어플리케이션 제작 시 장애인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면 점자 없는 키오스크, 음성인식 없는 앱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실제 개발 단계부터 장애인들의 관점과 요구사항이 왜 반영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장애인들에게 한국의 배리어프리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환경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야 하고, 동시에 제도적 개선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배리어프리', 더 이상 프리하게 놓아 둘 수 없는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해 몸이 멀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서로를 존재 자체로 존중하는 가치관이 바로 배리어프리 아닐까? 

이를 실현하기 위해, 차별과 불편함이 완전히 프리해지는 그 날까지 우리는 계속 멈추지 않고 실천해야만 한다. '배리어프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로 우리에게 남아있다.

태그:#장애인, #인터뷰, #배리어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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