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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목전에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폭력 피해자 공군 중사 A씨. 사건 보도 후 대중의 분노는 군으로 향하고 있다. 죽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군의 2차 가해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부대로부터 지속적으로 사건 무마를 종용받았고, 피해 사실을 알리려 하자 도리어 '혹' 취급을 받았다. 절망감에 빠진 그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휴대전화에 남기는 것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성범죄 피해를 대하는 군의 가장 큰 문제는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덮는 데 급급하다. <오마이뉴스>는 군사법원 성범죄 판결문과 국방부 비공개 성폭력 실태조사 통계 분석을 통해 가해자 편에 선 군의 관행적인 사건 처리 방식을 확인했다. A중사 사건과 비슷한 사례들에서 군은 2차 가해자이자, 사건을 무마하려는 은폐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 군사법원 성범죄판결 집중분석 ) 

#1. 삶을 포기하려 했던 피해자... 항소심에서 형량 겨우 늘어나 

"성폭행을 당한 이후부터 혼자 있으면 자꾸 그때가 생각나서 혼자 큰 소리로 울기도 하고 어떨 때는 하염없이 눈물도 쏟아지고..."

동료 부대원으로부터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B하사는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진술한 피해사실을 되찾았다. 가해자는 술에 취한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같은 자리에 있던 친구를 부추겨 성행위를 하도록 만들었다. 

피해 발생 이후 부대는 피해자를 몰아세우기 바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범행 이후 동료간부들로부터 태도와 업무 지적을 받는 등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고, "피해자가 두 번 자살을 시도한 시점 모두 동료 간부들과의 마찰 및 부대 적응의 어려움 등이 발생한 직후였다"고 했다.  

피해 사실을 축소한 것은 부대 뿐만이 아니었다. 1심 법원은 "(피해자의) 우울장애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상해는 (가해자의) 범행에 의해서만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동료 간부들과의 마찰, 적응 어려움, 그로 인한 자살 시도 이후 발생했다고 보는게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은 성범죄 때문이 아니라, 피해자의 '부대 적응 실패'에 기인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사건 전에는 우울증이 없었고 명랑하게 군 생활을 했으며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면 자살을 시도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항소심은 피해자의 목소리에 더 집중했다. 피해자가 부대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는 성폭력 사건 때문이며, "(피해자를 대하는 군 부대원들의 태도는) 피해자의 증상을 악화시킨 요인"이라는 판시였다.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가 판단의 증거로 활용됐다. 1심은 징역 2년 6개월, 항소심은 징역 5년까지 형량이 늘어났다. 2017년 8월 피해를 당한 후 2년여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2. 상관의 '성범죄 은폐' 압박, 군 간부 24.5%가 겪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되었다며 가해자의 구속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되었다며 가해자의 구속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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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성적 수치심도 안 느꼈고, (네 성범죄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는 네 밀리터리 커리어만 생각해라. 어느 쪽이 너한테 도움이 될 것인지."


A중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군 내부에서 성범죄 무마를 종용하고 압박한 사건도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2019년 6월 20일자 고등군사법원 판결에 따르면 육군 대대장이었던 가해자는 자신의 하급자인 피해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사건을 은폐·무마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피해자는 '판단할 시간을 좀 더 달라'면서 판단을 유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피해자의 의견을 묵살하고는 상부에 허위 보고를 올렸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군의 '사건 은폐' 관행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국방부의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 비공개 문건에 따르면 ▲남녀 군 간부 230명 가운데 25.2%가 군으로부터 본인이 당한 성희롱 사건을 축소·은폐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되레 2차 가해를 가했던 행동들도 통계에 담겼다. 같은 설문조사 결과, 군 간부들은 ▲'내가 문제 있다고 비난받고 따돌림 당했다' (16.5%) ▲'신고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이 일을 문제 삼으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답했다.

"군 비슷한 사건 매번 되풀이" 

"성범죄, 음주, 보안사고. 군대 내 이른바 '3대 악성사고'로 불린다. 부대 내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부대 평가에 치명적인 상황이 된다. 때문에 지휘관들은 이런 사건에 부담을 느끼고 최대한 상부에 보고하지 않으려 한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팀장의 말이다. 이어 방 팀장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부대에 알려도, 실질적인 보호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때문에 상당히 많은 피해자들이 공론화를 포기하거나 전역이 임박했을 때에서야 말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군 판사 출신 강석민 변호사(법무법인 백상)은 "대체로 가해자들은 상급자이며, 이들이 가해자가 해당 부대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이라면 이미 역학 관계에 있어 자기 입지가 상당히 굳건한 상태였을 것"이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직급만 봐도 피해호소를 두려워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군은 비슷한 사건이 매번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2014년께 자신이 대리했던 '오대위 자살사건'과 이번 공군 A중사 사건 또한 유사하다고 말했다. 오 대위 사건은 상관의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여군 장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다. 

이를 두고 강 변호사는 "당시 피해자는 성범죄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으며 필요 없는 과도한 야근까지 시달려야 했다"면서 "당시 가해자 측은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 기록도 조작해 제출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하지만, 과연 군(국방부 검찰) 차원에서 얼마나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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