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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는 모습.
 지난 5월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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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위로 통과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예비경선 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언론은 '이준석 돌풍'이라고 명명했다.

'이준석 돌풍'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36세 젊은 청년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그동안 '꼰대' 이미지가 강했던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혁신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59세) 대표와의 대결에서도 적잖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다. 이준석 후보는 보수야당에 혁신을 불러올까?

생물학적 '젊음'은 분명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이준석 후보와 경쟁 중인 나경원·주호영·조경태·홍문표 후보와 비교하면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더 많은 혁신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다고 해서 반드시 혁신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간 그가 보여준 언행을 본다면 더욱 그렇다.

논란에 뛰어들어 또다른 논란을

그동안 이준석 후보는 정치적 책임을 지기보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서 자극적인 말로 이목을 끌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목을 벤 만화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사과했고, 최근엔 소위 '남혐 논란'을 일으킨 GS 캠핑 포스터 사건에서 그는 젠더 갈등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3월 이종걸 전 의원이 미래통합당 당 색깔이 핑크색인 것을 두고 "핑크색은 포르노를 상징한다"라고 말하자 이준석은 "핑크색인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 여성 우선 주차구역을 보면 포르노가 떠오르냐"라면서 반박했다. 그의 반박은 상식을 논하라는 것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무언가를 집을 때 보통 엄지와 검지를 사용하는 것을 놓고 '남성 혐오'라며 젠더 갈등 속으로 뛰어들었다.

'집는 표현'을 놓고 젠더간 갈등이 심해지는 곳에 정치인이 뛰어들어 논쟁을 더 확대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핑크색을 보고 포르노를 떠오르지 않듯 엄지와 검지로 '남성 혐오'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닐까? 설령 일부 커뮤니티에서 혐오 표현으로 쓰인다고 해도 정치인의 역할은 갈등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지, 진영을 갈라쳐 논쟁을 심화시키는 데 있지 않다. 그가 논란에 뛰어든 까닭에 '집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또다른 논란이 생겼다. 그간 통용되던 표현을 버리고 엄지와 중지를 쓸까? 아니면 엄지와 약지? 그것도 아니면 그의 말대로 젓가락을 써야 할까?

또 국민의힘과 합당을 논의하는 국민의당에도 이 후보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전력의 99.9%라고 생각하기에 소 값을 후하게 쳐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과연 이런  발언은 상식적으로 합당을 논의하는 상대 당 대표와 상대 당에게 할 말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이 전 최고위원이 보여준 모습은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보다는 논란을 만들고 도발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과격한 표현과 도발로 주목을 받으려는 '프로보커터(provocateur)'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할당제를 없애면 공정할까?

이준석 후보는 지난 5월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당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할당제를 없애는 방법으로 오히려 남녀노소간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수 있고 고급 인재를 쓸어 담을 수 있다는 이 가설은 이미 내 머릿속에서 수백 차례 돌아간 사고실험"이라고 썼다. 그는 할당제를 없애면 남녀노소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대한민국 인구 중 2030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넘는다. 그런데 현재 2030 국회의원은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8명으로 3%를 넘지 못한다. 8명 중 국민의힘  소속은 배현진 의원이 유일하다. 이는 전적으로 청년할당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청년할당제와 달리 법으로 규정돼 있는 여성할당제를 살펴보자. 

공직선거법 제47조 3항에 따라 각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자를 인선할 때는 여성을 홀수 번호에 추천해야 한다. 여성할당제가 생긴 배경은 국회 내 여성 대표성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주권자인 국민의 권한을 대표들에게 위임해 대표들에게 의사 결정을 맡기는 것이다.

전체 인구에서 여성 인구는 어림잡아도 절반은 차지하지만 국회 내 여성 수는 그러지 못한다. 유리천장, 성문제, 임금격차 등 다양한 여성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는 것은 여성들이 권한을 맡길 여성 대표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지 오래지만 국회 내 여성 의원은 모두 57명으로 고작 19%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건 여성 의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18대 국회에서 41명이었던 여성 의원 수는 19대 47명, 20대 51명 그리고 21대 57명으로 미미하지만 늘고 있다. 

똑같이 투표로 경쟁하는 건데 특정 성과 세대에 할당제를 두는 것이 역차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다. 특정 연령, 특정 성이 과대 대표하고 있는 지금의 국회가 오히려 차별적인 것이며 올바른 대의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과 기초의원에서 청년 후보(만 45세 미만)에게 각각 20%, 30%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광역과 기초에서 50%를 청년 후보(만 45세 미만)에게 할당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법으로 존재하는 여성할당제가 있어도 국회 절반을 여성이 차지하기가 힘든데 하물며 법조차 없는 청년할당제가 지켜질 리 있을까? 이런 가운데 할당제를 없애고도 남녀노소 간의 불균형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이 후보조차 청년이 아니었다면 '박근혜 키즈'로 발탁될 수 있었을까?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5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당시 모습.
 지난 5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당시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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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후보는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 "내년 지방선거부터 우리 당이 공천하는 모든 공직선거 후보자에게 국가직무능력표준 NCS와 유사한 최소한의 자격을 요구하겠다"면서 기초적인 자료해석 능력, 표현능력, 컴퓨터 활용능력, 독해능력 등을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교육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벌어진 막말 파문과 수준 이하의 행동들을 감안하면 그럴싸해 보인다. 청년들은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라도 오랜 기간 수험생활을 한다. 그런데 왜 정치인이 되기 위한 자격시험이 없는 걸까? 이 역시도 대의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다.

후보가 누구든 시민 다수의 선택을 받았다면 그 사람에겐 시민을 대표하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다. 그가 청소노동자든 알바노동자든 일용직노동자든 변호사든 의사든 신분과 상관없이 말이다. 정치인이 되는 데 아무런 자격시험이 없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탈시설과 이동권 보장을 수 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장애인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말대로 자격시험을 둔다면 장애인, 청년, 노인, 개인 사정으로 인해 정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정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가 대변할 수 있을까?

만약 자격시험을 도입한다면 그 첫 번째 대상은 이 후보 자신이어야 할 것이다. 과거 비대위원 시절 경쟁 당 상임고문의 목을 벤 만화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람이 누구였던가.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그런 사람조차 당 대표에 출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격시험이 없는 것이다. 선택은 유권자가 하는 것이다. 

젊다고 무조건 혁신의 아이콘이 되는 건 아니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평가받고 책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기회에 그가 보수정당에서 청년정치의 기수가 되길 바라본다. 청년 대표성이 극히 미미한 정치권에서, 더군다나 보수정당에서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리는 경종이 된 것만으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성윤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이성윤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 이성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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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서른을 6개월 앞둔 지금은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준석, #청년, #이성윤, #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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