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또 다른 한 주가 시작되려는 화요일 낮에 감독들에게는 자극이 될 수도 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5월 11일 롯데 자이언츠가 허문회 감독에 대한 경질을 발표한 것이다. 올 시즌 개막 후 30경기 만에 일어난 일로 롯데의 현재 성적은 12승 18패,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상태다.

최하위로 떨어진 타이밍에 감독들이 물러나는 사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18년에는 김경문 국가대표 감독이 당시 NC 다이노스 감독에서 물러났고, 2019년에는 KIA 타이거즈의 김기태 전 감독과 롯데의 양상문 전 감독이 물러났다. 2020년에도 한화 이글스가 18연패를 겪는 동안 한용덕 전 감독이 물러났다.

이러한 타이밍에 감독이 물러난다는 것은 리그 최하위로 떨어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다만 허문회 전 감독의 계약 기간이 3년이었는데, 계약 기간 1년 반 만에 물러났다는 점에서 단순히 성적 문제만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도 드러났다.

로이스터 이후 10년 동안 정식 감독만 6명

롯데의 역대 감독들 중 계약 기간을 탈 없이 마친 마지막 감독은 KBO리그 최초의 외국인 1군 감독이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었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2년 계약으로 롯데에 부임했고, 2시즌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2010년까지 계약이 1년 연장되기도 했다.

이후의 롯데 감독들은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고려대학교 감독이었던 양승호 전 감독이 3년 계약으로 롯데에 부임했고 그 역시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양승호 전 감독은 고려대학교 감독 재임 시절에 있었던 입시 비리에 연루되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2년 만에 물러났고, 이후 구속 기소되어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다음 감독은 히어로즈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감독을 역임했던 김시진 전 감독이었다. 김시진 전 감독 역시 3년 계약을 체결한 뒤 롯데에 부임했다. 그러나 2년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뒤,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두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는 프런트와 현장의 갈등이 문제가 되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음으로 롯데의 코치였던 이종운 전 감독이 부임했다. 그러나 경험 미숙으로 인하여 선수 기용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냈고, 시즌 8위를 기록하며 부임 1년 만에 경질됐다. 당시 9위가 전력이 상당히 좋지 않았던 LG 트윈스였고, 10위가 KBO리그 첫 시즌이었던 kt 위즈였음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성적이기도 했다.

이종운 감독이 1년 만에 경질된 뒤 부임한 인물은 현 SSG 랜더스 퓨처스 감독을 맡고 있는 조원우 감독이었다. 2016년 시즌 8위에 그쳤던 롯데는 이듬해인 2017년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2년 계약 만료 시점에서 성과를 낸 점을 감안하여 감독 재계약도 성공했지만 2018년 다시 7위로 하락하면서 두 번째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2019년 시즌에는 LG에서 감독과 단장을 역임했던 양상문 전 감독이 부임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최하위로 처졌던 KIA가 박흥식 전 퓨처스 감독의 대행 체제로 최하위권을 탈출하면서 롯데가 반등하지 못하고 최하위로 추락했다. 양상문 전 감독은 전반기가 끝난 뒤 감독에서 물러났고, 롯데는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로 2019년 후반기를 마쳤다.

선수 자원 활용 범위, 프런트와 감독의 의견 차이

2020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롯데는 성민규 단장의 부임으로 프런트까지 개편했다. 새로 부임한 허문회 전 감독은 부임 이후 프런트와 현장의 방향이 자주 맞지 않아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팀 전력 자원이 충분한 데 비해 1군과 2군의 선수 이동이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KBO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감각이 좋은 선수를 활용하는 것보다는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는 1군 선수들을 계속하여 활용하는 등 선수 활용 범위에 있어서 프런트와 감독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

올해 스프링 캠프에서도 조짐은 보였다. 1군 캠프에 참가한 인원은 37명이었고, 이후 신인 투수 김진욱이 합류한 것 이외에는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1군 캠프에 합류한 인원은 없었다. 미래 지향적으로 많은 선수 자원들을 육성했지만, 1군에서 새롭게 활용하려는 모습은 극히 적었다.

1군 선수들과의 관계는 좋은 편이었다. 허문회 전 감독의 지지 하에 한동희는 2020년과 2021년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등 일부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진 면도 있었다.

그러나 특정 선수들을 지나치게 기용한 탓에 선수들의 부상이 커지는 경우도 있었다. 민병헌이 뇌동맥류 투병 사실을 밝히며 수술에 들어갔고, 최준용은 프로 2년차에 어깨 회전근개 계열인 견갑하근 파열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어깨 회전근 부상이 투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1군과 2군 사이의 선수 자원 수급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꼭 필요한 포지션에 기용할 선수가 부족한 현상까지 드러났다. 베테랑 내야수인 이대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마무리한 상황까지 발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롯데 역사상 두번째 외국인 감독

결국 롯데는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의 차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 2019년처럼 감독대행 체제가 아니라 바로 후임 감독까지 발표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는 모양새다.

허문회 전 감독의 자리를 채울 새로운 감독으로는 퓨처스 감독을 맡고 있었던 래리 서튼 감독을 임명했다. 서튼 감독 역시 2020년부터 3년 계약으로 퓨처스 감독을 맡고 있었고, 이번 1군 감독 승격을 계기로 남은 계약 기간에 따라 2022년까지 감독을 맡는다.

로이스터 감독의 계약이 끝난 이후 벌써 7번째 감독이다. 이전까지 양승호, 김시진, 이종운, 조원우, 양상문, 허문회 6명의 전 감독들은 모두 계약 기간을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면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감독이 6번이나 바뀐 것이다.

롯데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한 서튼은 롯데 역사상 2번째 외국인 1군 감독으로 기록된다. KBO리그 전체 역사를 기준으로 외국 국적을 가진 감독은 로이스터(미국), 송일수(일본), 트레이 힐만(미국), 맷 윌리엄스(미국), 카를로스 수베로(베네수엘라)에 이어 서튼(미국)이 6번째다.

1970년 5월 14일 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서튼은 1992 드래프트 21라운드에 지명을 받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데뷔했다. 이후 로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등을 거쳤다.

서튼이 KBO리그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이었다. 2005년과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었던 서튼은 2007년 KIA 타이거즈에서 잠시 뛴 것을 마지막으로 KBO리그를 떠났다. 이후 KBO리그와의 인연은 계속되었고, 서튼은 이후 아킬리노 로페즈와 헥터 노에시 등 여러 외국인 선수들을 KBO리그에 연결해 주기도 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서튼은 마이너리그 타격코치 활동을 하면서 현대 시절 동료였던 강정호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잠시 만난 적도 있었다. 이렇듯 KBO리그와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던 서튼은 성민규 단장의 영입으로 롯데에 오게 된 것이었다.

외국인 감독 3팀, 리그에 새로운 바람 불까

KBO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이 팀을 맡은 적이 여러 차례 있지만, 한 시즌에 여러 팀을 외국인 감독이 지휘한 기록은 2021년이 최초의 시즌이다. 로이스터 전 감독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송일수 전 감독이 2014년, 힐만 전 감독(현 마이애미 말린스 코치)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각각 팀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2020년부터 KIA를 맡았고, 수베로 감독은 2021년부터 한화를 맡았다. 그리고 서튼 감독이 1군으로 승격되면서 KBO리그는 한 시즌에 외국인 감독만 3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를 통하여 10팀이 각자의 다양한 컬러로 팀을 운영하는 모습을 기대할 요소가 생겼다.

2021년 5월 기준 올해를 마지막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으로는 허삼영(삼성 라이온즈) 감독 1명이다.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의 이동욱 감독이 원래 2021년까지가 기존 계약이었는데 올 시즌 중 미리 재계약을 체결하여 2024년까지 감독직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롯데의 감독 교체 소식은 리그 전반적으로 다른 팀 감독들에게도 자극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계약 기간이 1년 반이나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의 방향에 따라 과감히 감독을 교체한 만큼 다른 감독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튼 감독은 5월 11일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부터 바로 1군 팀의 지휘를 맡았다. 아직 144경기 중 30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승패 마진 -6 상황에서 아직 순위 경쟁에서 밀려난 것도 아니었다. 서튼 감독이 퓨처스 감독 지휘 시절 지켜보고 있는 여러 선수들을 1군 감독으로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게 될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롯데자이언츠 허문회감독경질 래리서튼감독 역대외국인감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