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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추가 발생한 지난해 2월 20일 휴원에 들어간 정부서울청사 어린이집 놀이터가 텅 비어있다.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추가 발생한 지난해 2월 20일 휴원에 들어간 정부서울청사 어린이집 놀이터가 텅 비어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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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린이집 교사가 건강상 문제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일 년 남짓 코로나19라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어린이집 보육노동자로서 돌봄 노동이라는 표현에는 담을 수 없는 더 절박한 '돌봄 공백을 메우는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갔다.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이 발표될 때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나 보육노동자의 목소리는 책임 있는 답을 물어야 할 곳에 닿지 못하고 보육교사와 양육자 사이의 갈등으로 정리되는 것을 보아왔다. 코로나19라는 엄혹한 상황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서로의 노동을 존중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쓴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초 어린이집의 모든 집합 행사, 집합 활동이 금지되었다. 각종 행사뿐 아니라 아이들의 졸업식도, 양육자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나 교육도, 입학식도 모두 취소되었다. 아이들의 대집단활동도 금지됐고, 아이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는 외부 활동도 중단되었다.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면서 각종 특별활동도 사라졌다. 어린이집은 공식적으로 '휴원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휴원하지 못하고 '긴급돌봄' 체제로 운영되었다.

어린이집에 '휴원명령'이 내려지고 방역지침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어린이집을 대체해 돌봐줄 손을 구하지 못한 전국 35% 정도 아이들이 긴급돌봄을 신청하고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그리고 여전히 코로나19가 한창인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4월 1일 자로 어린이집 휴원명령을 해제했다. 감염병에 대한 위험이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이집 휴원명령 해제는 어린이집 이용률이 실제로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어린이집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어린이집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필수 불가결한 돌봄을 위한 곳, 더 정확하게는 절박하게 돌봄 공백을 메우는 곳이라는 역할이 정확하게 드러났다. 어찌 보면 돌봄 노동자는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필수 노동자로 그 역할이 새롭게 규정되는 과정이었을 수도 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도 반드시 일터로 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들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어린이집 일터로 나가는 이들이 보육노동자다. 누군가는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도 직접 돌봄을 수행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불가피한 돌봄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이들이 보육노동자다.

코로나 19라는 참담한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코로나19가 진행되는 경과에 따라 어린이집 방역 지침이 발표됐고 이 대책들이 나올 때마다 보육노동자와 양육자간의 긴장과 갈등인 것처럼 드러나기도 했다. 휴원명령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아이들이 줄지 않으면서 휴원명령이 유명무실하다는 현장교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 비판은 곧 긴급돌봄을 신청하고 있는 양육자들과의 갈등으로 처리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허튼소리를 하고,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정기적인 선제검사를 권고했다. 현장 교사들은 또 한 번 일방적인 책임 전가라며 반발했다. 그리고 코로나19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건강상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신접종을 거부한 교사를 해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고는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의 결정이라며 양육자들에게 공을 넘기며 정리됐다.

보건복지부나 지자체의 코로나19 어린이집 방역 조치와 관련해 굽이마다 긴장과 갈등은 보건당국도, 지자체도, 사용자인 어린이집 원장도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보육노동자와 양육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듯했다. 실질적인 책임자들은 쏙 빠지고 돌봄 주체들 사이에서 갈등으로 치부되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또 하나 짚어야할 부분은 이 지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노동자는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고 노동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서로의 노동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연대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연대의 힘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주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은 아이 돌봄을 매개로 보육노동자 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의 노동자가 얽혀있는 곳이다. 어린이집이 보육노동자와 양육자라는 이름으로 노동자간에 갈등을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노동을 서로 존중하는 거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는 것이 그저 허황된 꿈이 아니길 바란다.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을 관통하고 지나고 있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고, 우리의 일상이 변하고 있고, 또 더 얼마나 더 많이 변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잘 굴러가는 듯 보이던 우리 사회가 한 순간에 삐걱 거릴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

또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었지만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많은 열악한 노동 현장과 노동자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코로나 19라는 참담한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있다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세상을 굴리고 있는 노동,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회원이자 보육교사인 서진숙님입니다.


태그:#김용균재단, #돌봄노동, #보육노동자, #양육자,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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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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