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현역 홈런 1위 타자인 알버트 푸홀스가 자신의 새로운 진로를 찾고 있다. 푸홀스의 이전 소속 팀이었던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이하 에인절스)는 5월 7일(이하 한국 시각) 구단의 공식 성명을 통해 푸홀스가 양도 지명(Designated for Assignment) 소식을 전했다.

에인절스는 구단 성명을 통해 2011년 푸홀스와의 계약이 자랑스러웠고, 명예의 전당 커리어의 절반 동안 에인절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것이 영광이었음을 발표했다. 구단 성명에서 볼 수 있듯이 푸홀스는 현재의 커리어 성적만으로도 명예의 전당에서 많은 득표가 가능한 역사적인 선수들 중 한 명이다.

이번 에인절스 발표의 핵심은 자발적 의사로 그가 팀을 떠나는 것이다. 푸홀스가 직접 존 카피노 사장과 페리 미나시안 단장을 만났고, 이 면담 과정에서 방출을 요청했다. 일정 기간 안에 푸홀스를 데려가겠다는 팀이 나오면 푸홀스의 올해 연봉 3000만 달러 중 5월부터 10월까지 지급할 남은 연봉을 부담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FA 시장에서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한다.

카디널스에서 보냈던 푸홀스의 대단한 시간

1980년 생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푸홀스는 1996년에 미국으로 이민하여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쳤다. 미주리 주에는 내셔널리그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아메리칸리그의 캔자스시티 로열스 두 팀이 있었는데, 1999 드래프트에서는 13라운드 전체 402순위로 카디널스에 지명됐다.

푸홀스는 마이너리그 단계를 빠른 속도로 넘어서며 2001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3루수로 시작했으나 메이저리그로 승격되면서 1루수로 역할이 고정됐다. 첫 시즌부터 풀 타임을 보내면서 타율 0.329에 37홈런 130타점을 기록한 푸홀스는 2001년 내셔널리그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2003년에는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올랐고, 2004년에는 타점왕, 2009년과 2010년에는 홈런왕에 올랐다. 50홈런 시즌이 한 번도 없어 리그 홈런왕은 2차례에 불과했지만, 매년 꾸준히 홈런을 적립한 결과 2021년까지 통산 667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홈런 부문 역대 5위 기록에 올랐다(4위 알렉스 로드리게스 696개, 6위 윌리 메이스 660개).

푸홀스가 이런 커리어를 적립할 수 있었던 것에는 그가 카디널스에서 보낸 메이저리그 커리어 11년의 전성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디널스 11년 동안의 평균 성적이 타율 0.328에 OPS 1.037 40홈런 121타점으로, 11년 동안 누적 445홈런 1291타점 1329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3번의 리그 MVP(2005, 2008, 2009)도 이 시절 나왔다.

물론 그 11년 동안 아주 살짝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1년 동안 홈런이 가장 적었던 시즌이 2007년의 32홈런이었고, 2006년에는 1점 차이로 100득점을 실패했다. 2011년에도 간발의 차이로 1점 차이로 100타점을 실패했으며 타율도 아쉽게 0.299를 기록했다.

2006년과 2008년, 2011년에는 부상자 명단을 한 번씩 다녀오면서 각각 143경기와 148경기 그리고 147경기 출전에 그치기도 했다. 이는 다른 부위의 부상이었고, 젊은 시절부터 오른쪽 팔꿈치와 왼쪽 발꿈치(족저근막염)에는 고질적인 잔부상을 안고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에인절스와의 10년 초대형 FA 계약

푸홀스가 풀 타임 첫 시즌부터 엄청난 성적을 올리면서 2003년 시즌을 마쳤고 메이저리그 서비스 타임 3년을 채우면 주어지는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었다. 여기서 카디널스는 연봉 조정 자격을 처음 갖춘 푸홀스와 8년 1억 1100만 달러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일단 2004년에 7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푸홀스는 2005년부터 10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 선수가 됐다. 장기 계약 첫 해인 2004년 푸홀스는 팀을 내셔널리그 챔피언으로 이끌면서 2004 NLCS MVP에 선정됐다. 2006년과 2011년에는 소속 팀 카디널스의 월드 챔피언 등극에도 기여했다.

카디널스에서 전성기를 보내는 동안 표면적인 성적만 보면 푸홀스는 더 대단한 기록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2011년 월드 시리즈 3차전에서는 한 경기에서만 3연타석 홈런을 날리기도 했으며, 2승 3패로 밀렸던 6차전 9회말에는 극적인 동점 출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푸홀스는 부상자 명단에 들어간 것 이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고질적인 잔부상을 안고 뛰었다. 언제든지 기량이 크게 하락할 수 있는 요소들을 달고 살아왔다는 뜻이었고, 2011년에 에이징 커브가 찾아온 푸홀스는 그 동안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던 3할 타율과 100타점을 처음으로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FA 자격을 처음으로 얻게 된 푸홀스는 카디널스와 줄다리기 협상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데 에인절스에서 푸홀스에게 트레이드 완전 거부권이 포함된 10년 계약을 제시했고, 결국 푸홀스와 에인절스는 10년 2억 4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연봉은 2012년 1200만 달러, 2013년 1600만 달러, 2014년 2300만 달러 그리고 2015년부터는 매년 100만 달러가 증가하여 2011년 3000만 달러를 받는 계약이었다. 10년 계약이 끝나고 나서는 이후 10년 동안 매년 1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구단 홍보대사까지 이어지는 계약이었다.

그도 피하지 못한 에이징 커브

그러나 에인절스로 이적한 뒤 푸홀스는 점점 노쇠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30홈런 105타점을 기록했지만 85득점에 타율이 0.285까지 떨어진 것이다. 특히 2012년 4월에는 홈런을 1개도 날리지 못하고 4타점에 타율 0.217에 그치는 충격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에인절스가 타격코치를 교체하기까지 했다.

2013년에는 부상으로 99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처음으로 시즌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443타석 17홈런 64타점 타율 0.258). 2014년에는 105타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28홈런에 타율 0.272로 예전에 그가 보여줬던 모습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1루수 대신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나마 푸홀스의 타격 능력이 급추락하는 것을 막기는 했다. 2015년에는 40홈런 95타점, 2016년에 31홈런 119타점, 2017년에 23홈런 101타점 등을 기록하면서 타점 생산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유지를 했지만 홈런이나 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0.240 대의 타율을 기록하는 시즌도 많았다.

그래도 2013년을 제외하고 2017년까지 푸홀스는 시즌 140경기 이상은 꾸준히 출전했다. 고질적으로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타격 폼을 지탱하는 발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고, 2011년부터 그 징후가 성적으로 드러나서 타율이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파워가 살아 있어서 2017년에 통산 600홈런을 넘어설 수 있었다.

푸홀스가 2017년까지 그래도 100타점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푸홀스 앞 타순에 마이크 트라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트라웃의 출루가 받쳐주는 상황이라서 그나마 타점은 많이 올릴 수 있었지만, 푸홀스 개인의 타격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2018년에 일본인 선발투수 겸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가 영입된 이후 푸홀스는 1루수로 출전하는 경기가 다시 늘어났다. 족저근막염을 달고 1루 수비를 보게 되면서 무릎에도 무리가 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2018년에는 시즌을 일찍 마감하고 왼쪽 무릎 괴사조직과 오른쪽 팔꿈치에 수술을 받으며 117경기 출전에 그쳤고, 2019년에도 131경기 출전에 그쳤다.

홈런과 타점은 2018년에 19홈런 64타점으로, 2019년 23홈런 93타점으로 크게 줄었다. 2017년에 600홈런, 2018년에 3000안타, 2019년에 2000타점을 돌파하는 등 각종 기록의 사나이로 이름을 남겼지만, 통산 타율은 점점 떨어지면서 2019년 9월에는 결국 통산 타율이 3할 아래로 내려가고 말았다.

현역 연장 가능할까

코로나19는 푸홀스의 기록 달성에도 영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20년 메이저리그가 전반기를 통째로 쉬게 되면서 팀 당 60경기의 초미니 시즌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에인절스의 60경기 중 푸홀스가 출전한 경기는 39경기였고, 푸홀스는 타율 0.224에 8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임을 감안해도 푸홀스가 한 자릿수 홈런으로 시즌을 마친 것은 2020년이 처음이었다. 통산 타점 부문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2086타점)를 제치고 역대 3위가 되었고 통산 홈런 부문에서 윌리 메이스(660개)를 제치고 역대 5위가 되었지만 기념비를 세운 것 이외에는 기여한 바가 적은 푸홀스였다.

2021년 푸홀스는 4월 한 달 동안 5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그러나 홈런 이외의 출루가 심각할 정도로 감소했고, 결국 5월에 방출을 요청할 때까지 5홈런 12타점 타율 0.198 OPS 0.622에 그쳤다. 방출이 될 때까지 푸홀스는 2021년 24경기 출전 92타석에 그쳤다.

푸홀스는 더 높은 기록을 향해 보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푸홀스보다 다른 선수들이 팀에 기여하는 바가 큰 상황에서 조 매든 감독이 푸홀스의 기록을 챙겨준다고 팀의 승리를 장담 할 수 없는 출전을 허락할 순 없었다.

그런데 6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서 왼손 투수 라이언 야브로가 선발투수였음에도 불구하고 푸홀스는 벤치를 지켰다. 보통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오른손 타자인 푸홀스가 나와야 하는데 1루수로 출전한 선수는 왼손 타자 제러드 월시였다. 오타니가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날에 지명타자(우투좌타)로 출전하니 당연히 푸홀스의 자리는 없었다.

푸홀스를 벤치에 두는 것이 팀과 선수에게 모두 좋은 일도 아닌 상황에서 푸홀스를 필요로 하는 다른 팀을 찾아 트레이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연봉이 3000만 달러나 되는 푸홀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려면 각 팀에서도 즉시 전력급 선수나 최상위급 유망주를 희생해야 한다.

결국 푸홀스는 카피노 사장과 미나시안 단장을 만났고, 보다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팀을 찾기 위해 자발적 방출을 요청했다. 에인절스와의 계약이 끝나는 2021년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나올 계획이었지만, 그보다 더 빠른 시점에서 다른 팀을 찾기로 결정했다.

일단 양도 지명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에 트레이드를 통한 과정과는 다르다. 일정 기간 동안 푸홀스를 원하는 팀이 나오면 3000만 달러 중 에인절스가 이전까지 지급한 월급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부담하고 푸홀스를 데려가면 된다. 일정 기간 동안 데려갈 팀이 나오지 않을 경우 FA가 되는데, 푸홀스의 남은 몸값을 전부 부담할 팀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푸홀스는 카디널스에서의 11년 동안 2073안타 445홈런 1291득점 1329타점 타율 0.328 OPS 1.037을 기록했다. 그러나 에이징 커브를 맞이한 직후 에인절스에서의 10시즌 동안 1180안타 222홈런 561타점 783타점 타율 0.256 OPS 0.758로 급격히 떨어졌다.

통산 3253안타 669홈런 1852득점 2112타점의 기록(타율 0.298 OPS 0.921)에서 멈춰있는 푸홀스의 기록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푸홀스가 올해 안에 새로운 팀을 찾아 멈춰있는 기록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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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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