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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기후위기.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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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실존적 위기는 뭐니 해도 '기후변화'다. 산업화 이후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온실가스)의 지속적인 대량 배출로 지구 곳곳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고온 다습으로 인한 사막화와 동시에 태풍, 홍수 등 감당할 수 없는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는 머지않아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수도 있다. 국가, 기업, 시민단체, 개인, 누구 할 것 없이 지구촌 일원으로 기후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하며, 미래 세대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환경 문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아래 파리기후협약, Paris Climate Change Accord)에 재가입하고,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40개국 정상들이 참여한 영상회의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의 선도적 역할은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독일 그리고 한국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국가의 동참을 이끌어내 이상기후 대책에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등교 거부를 하며 환경을 위한 일인 시위를 했던 스웨덴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싸움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는 희망도 생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고,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40개국 정상이 참여한 영상회의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에 박차를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고,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40개국 정상이 참여한 영상회의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에 박차를 가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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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기후협약은 2021년 1월부터 적용되는 국제적인 협약으로 2015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되었다. 이 협약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1997년 도쿄의정서를 대체하는 것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5개국의 참여를 유도하여 각 국가가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결정하는 '국가결정기여'(INDC)를 제출하게 했다. 강제성이 없어 아쉬운 점은 있지만, 세계 최초의 보편적 기후협약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파리기후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각국은 2020년부터 5년마다 상향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현재 주로 논의되고 있는 두 연도는 2050년과 2030년이다. 2050년은 '탄소중립'의 원년으로 설정되었고 2030년은 중간 점검 연도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40개국의 영상통화가 바로 이 두 연도에 집중되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감축, 중국은 2030년 탄소배출 정점을 지나 2060년 탄소중립 실현, 유럽 연합(아래 EU)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감축,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전에 제출한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을 곧 상향 조정하여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웨덴의 경우 정부가 내세운 2045년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매년 10~12% 감축해야 하는데, 현재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환경운동가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EU의 감축 목표도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하겠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 달성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실 각국이 제시한 위 감축 목표는 나라마다 비교연도가 달라 서로 비교하기가 어렵고 이러한 목표가 실행될지도 미지수다.

지금까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대책이 자주 수포가 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위에서 제시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달성되어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왜 이것이 어려운 문제인가 하면, 인류는 또 다른 보편적 목표로 경제성장과 그를 통한 물질적 풍요와 번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각국 정치인들은 경제성장으로 자국민에게 높은 생활 수준과 번영을 제공하고자 하고, 기업인들은 기업의 확장과 성공으로 부를 창출하고, 개인은 승진과 더 높은 급여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바로 이런 강한 욕구가 성장론자들의 속성(mechanism)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많은 환경론자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에 의한 현재와 같은 추세의 성장은 머지않아 지구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경제 규모를 줄이고 생활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 개발이 해결인가?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의 전력수요가 화력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가파도가 사실상 세계 최초의 '탄소 없는 섬'으로 재탄생한 가운데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은 2012년 9월 10일 모습.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의 전력수요가 화력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가파도가 사실상 세계 최초의 "탄소 없는 섬"으로 재탄생한 가운데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은 2012년 9월 10일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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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온실가스 감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 이 둘을 한꺼번에 만족시키는 방법은 없는가? 오늘날까지의 인류 역사를 볼 때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거나 또는 병행하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산업화 이후 경제성장과 이산화탄소 배출은 정비례했다. 즉 경제성장은 에너지와 자원 사용의 지속적 증대로 가능했고, 이것이 오늘날 기후위기를 가져왔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규모의 축소와 생활 수준의 저하를 감수할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면서도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한 그룹은 경세가 성장할수록 탄소 배출이 많았던 것은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공짜였기 때문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에 비용(세금)을 매기면 이 둘의 병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유럽이 화력발전에 가한 세금 때문에 1년 만에 화력발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은 20%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일리가 있는 이유는, 현재 EU의 온실가스 1t의 매매 가격이 50유로(euro)이고 이는 7~8유로였던 2, 3년 전의 6~7배 수준이다. 온실가스의 매매 가격이 이렇게 높으면 유럽의 석탄화력발전소는 더 이상 이익을 창출할 수 없고 문을 닫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가격 상승은 곧 나올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이산화탄소 매매에 대한 새로운 제안과 EU의 상향된 기후 목표를 미리 반영한 것이다.

다른 그룹은 소위 '녹색성장(green growth)'론자들로 로봇,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화 등의 기술 개발로 이 둘의 병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환경론자들은 이런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고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 의한 녹색성장이 매혹적인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하나가 이제까지 사용한 전화기, 시계, 카메라, 라디오, 스테레오, TV, 컴퓨터 등 20여 가지의 기구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대체한 것과 동시에 에너지 및 자원 사용은 몇 배로 감축되었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의 경우 초기 무게가 84g이던 것이 현재 10g으로 준 것도 기술발달로 인한 에너지 및 자원 사용의 감축 예로 자주 등장한다.

또 다른 예로 우리가 입고 버리는 의류로부터 새로운 실을 뽑아내어 옷을 만드는 기술이 이미 상용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10%가 되는 의류 산업에 획기적인 감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기술로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산업 및 경제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이런 첨단 기술로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매년 8~10% 정도 감축하여 2050년 탄소제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사실 마이너스 성장을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약한지를 고려하면, 기술 개발에 의한 녹색성장이 매혹적이고 이를 통해 산업 및 경제구조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 의미가 커 보인다.

스웨덴의 '화석연료제로철'

최근 스웨덴 제철기업들의 행보를 보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분야에도 기술 개발과 의지로 획기적인 이산화탄소 감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철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온상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포스코(POSCO)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 7300만t으로 국내 기업 중 1위이며,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 규모라고 한다. 스웨덴 제철 산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현재 이 산업에 완전히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스웨덴 최고 제철기업 SSAB는 광산업체인 LKAB와 국영기업인 전력회사 Vattenfall 3자 공동으로 HYBRIT라는 기업을 결성하여, 세계 최초로 철을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화석연료제로철'을 생산하겠다며 몇 년 전에 첫발을 내디뎠다. LKAB는 디젤이 아닌 신재생 연료를 사용한 장비로 채광하고, SSAB는 코크스 대신 수소가스로 제련하고, 수소가스는 Vattenfall이 수력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생산, 저장, 공급한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고 물 또는 메탄가스와 같이 다른 원소와 결합한 형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어떤 원료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보도되고 있지 않지만, 스웨덴 북부에 이미 공장들이 세워지고 있다. 2026년에 세계 시장에 이 새로운 철을 선보이고 2035년에는 대량생산한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화석연료제로철 생산으로 스웨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10%를 감축할 수 있다고 한다.

SSAB 사장은 "현재 환경에 치명적인 철 생산은 미래에도 필요한 산업이므로 지금과 같은 환경위기 시대에 오히려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 새로운 철이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위험부담이 크지만, 미래를 선도하는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위 HYBRIT와는 달리 H2라는 완전히 새로운 기업도 제철산업에 뛰어들어 화석연료제로철 생산을 위하여 현재 스웨덴 북부에 공장을 짓고 있다. 이로써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화석연료제로철을 시장에 선보이며 기존의 화석연료철과 경쟁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스웨덴 볼보(Volvo) 자동차는 이미 위 기업들이 생산한 새로운 철로 자동차, 트럭, 중장비 등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고, 철을 생산하는 모든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화력발전소는?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공사 현장.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공사 현장.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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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제철기업의 이런 대범한 발상과 투자와 비교하여 한국의 제철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국의 제철산업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마도 한국의 화력발전소일 것이다. 화력발전소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력으로 증기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것으로, 현재 전국의 해안지역에 58기의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7기가 건설 중이다.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한국 전체 발전량 1위로 40%에 가까우며 여기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는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은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독일 등에 이어 세계 7위 또는 9위라고 한다. 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 외에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이기도 하며 국민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0년 8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500명 중 90.7%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의 대책은 느리기만 하고 오히려 더 많은 화력발전소가 현재 건설 중이다.

스웨덴과 달리 한국은 왜 온실가스 집약산업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느릴까? 일조량이 많고 삼면이 바다로 싸여 해(태양광), 바람(풍력), 물(수력, 조력)에 의한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이 좋은데도 발 빠른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장론자들인 기득권 세력의 사회경제적 논리와 아성이 너무나 견고하여 이에 포로가 되어 나라와 국민이 병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끝으로 국가나 기업이 어떻게 기후 위기에 대처해 나가는지는 각 국가의 시민의식에 크게 좌우된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국가와 기업이 친환경적으로 전환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압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 스스로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자전거, 또는 도보를 이용하고 '아나바다 운동(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을 생활화하여 소비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야 한다.

태그:#친환경,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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