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021년 태영건설 부산국제아트센터 현장 광고판
 2021년 태영건설 부산국제아트센터 현장 광고판
ⓒ 건설노조

관련사진보기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주 회자되던 문제의 '안전준수' 광고판이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에 올라갔다.지난 22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아래 건설노조)이 '저질 광고판을 퇴출시켜달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낸 것이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인권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광고판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건설노동자 땀방울의 가치를 올곧게 인정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2017년 현대건설 대구 힐스테이트 아파트 현장 광고판
 2017년 현대건설 대구 힐스테이트 아파트 현장 광고판
ⓒ 건설노조

관련사진보기

 
문제의 광고판은 2017년 현대건설 대구 힐스테이트 아파트 현장에서 처음 제보됐다. 당시 문구는 지금보다 더 노골적이었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 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안전준수는 당신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해당 문구 옆에는 현대건설의 로고가 나란히 출력돼 있었다. 

문제의 광고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라올 때마다 두고두고 회자됐다. 첫째로는 건설노동자의 재해를 개인에게 돌린다는 점에서 문제였고, 둘째로는 여성에 대한 비하 표현이라는 점에서 문제였다. 

광고판은 사라지지 않고 2019년 중흥건설 경기도 아파트 현장, 2021년 태영건설 부산국제아트센터 현장 등 다양한 건설현장에서 반복해서 나타났다. 노동자들이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광고판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왔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건설노조가 이번에 해당 광고판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유다.

2017년 처음 문제의 광고판에 대해 제보받고 지난 22일 인권위에 진정을 낸 전재희 건설노조 교선실장과 전화로 만났다.

"저질 광고판, 건설업에 대한 사회 인식 보여줘"
 
 2019년 중흥건설 경기도 아파트 현장 광고판
 2019년 중흥건설 경기도 아파트 현장 광고판
ⓒ 건설노조

관련사진보기

 
- 광고판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4월초 건설노조 20~30대 조합원 7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들 중 45.1%가 '(해당 광고판이) 건설노동자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답변했다. 여러 건설사들이 건설 현장에 이런 문구가 있어야 노동자들이 경각심을 가진다고 보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대체로 기분 나빠하고 싫어한다. 인권위 진정을 통해 전사회적으로 광고판이 문제임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2017년 처음 광고판 제보를 받고 어땠나? 
"원청 건설사가 노동자의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산재를 노동자 탓으로 보는 인식이 광고판을 통해서 표출되는 것 같다. 건설사 전반이 각성해야 할 문제다. 이런 저질 광고판이 나오지 않도록 건설사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

건설업은 사회적 멸시와 천대의 대명사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겠다고 하면 가족부터 인생 망한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나. 하지만 다수의 노동자들은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한다. 정작 건설 노동자들을 힘들 게 하는 건 사회적인 인식이다. 이 광고판은 사회적인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건설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건설노동자를 인정하고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이런 광고판을 억지로라도 없애야 다시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성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도 광고판이 문제라고 지적된 바 있다. 
"광고 문구 자체가 여성도 일하고 있다는 걸 가정하지 않는다. 여성은 다양하게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여성들의 사회 기여가 광고판에는 배제돼 있다.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다거나 여성을 폄하하는 인식이 깔려있어 옳지 않다. 또한 실제로 여성인 건설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도 건설 현장에서 남성 못지않게 일을 한다. 해당 광고판은 10%가 넘는 건설 노동자인 여성을 무시하고 유령 취급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광고판은 이것 말고도 많다. 어떤 광고판은 '떨어지면 죽습니다!'라는 문구를 쓰는데, 마치 떨어지면 네 탓이니까 조심하라는 식으로 들린다. 떨어지지 않게끔 추락방지망을 설치한다든지 조치가 돼야 한다고 본다. 이제는 건설 현장에 노동을 존중하는 취지의 광고판이 설치됐으면 한다." 
 
 한 건설 현장에 배치된 '떨어지면 죽습니다!'라는 광고판
 한 건설 현장에 배치된 "떨어지면 죽습니다!"라는 광고판
ⓒ 건설노조

관련사진보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문의사항은 쪽지나 메일(alreadyblues@gmail.com)로 남겨주세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