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킹덤 : 레전더리 워'의 한 장면

엠넷 '킹덤 : 레전더리 워'의 한 장면 ⓒ CJ ENM

 
엠넷의 보이그룹 경연 프로그램 <킹덤 : 레전더리 워>(아래 '킹덤')이 22일 두 번째 경연 '리본(RE-Born, 재탄생)'에 돌입했다. 대면식과 1차 경연에 이은 이번 대결은 서로의 대표곡을 바꿔 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선 시리즈에서도 참가팀의 대반격 기회를 마련해준 것은 이와 같은 재해석 무대였다.

특히 지난 2019년 <컴백전쟁 : 퀸덤>(아래 '퀸덤')에선 '오마이걸의 재발견'이란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오마이걸의 '데스티니'(러블리즈 원곡)는 전체 평가 1위를 차지하면서 당초 경연 약세가 예상되던 그룹이 재평가를 받게 만든 역대급 무대로 기억되었다. 이 때문에 <킹덤> 참가자들도 이와 같은 후광 효과를 노리고 상대 팀의 노래를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꾸밀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했다.

과연 실제 방송 역시 그러했을까?

각자의 곡 바꿔 부르기... SF9, 더보이즈, 아이콘 등장
 
 엠넷 '킹덤 : 레전더리 워'의 한 장면

엠넷 '킹덤 : 레전더리 워'의 한 장면 ⓒ CJ ENM

 
​2차 경연의 곡 선택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전문가 평가와 자체 평가를 합친 1차 경연 중간 점수 1위팀 에이티즈가 가장 먼저 팀 선택권을 부여 받아 아이콘을 지명했다. 이어 2위팀 스트레이키즈는 보컬 위주 노래를 다수 보유한 비투비를 택하는 파격을 보여준다. 남은 2팀(더보이즈, SF9)이 자동적으로 각자의 음악을 바꿔 부르는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경연 당일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르게 된 그룹은 중간 점수 6위에 머문 SF9이었다.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6팀 중 최하위에 머문 SF9으로선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이번 경연을 대역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 제대로 칼을 갈고 나왔다. 후배 그룹 더보이즈의 'Stealer'를 선곡하고 누아르 영화 풍으로 꾸미기로 한 이들은 뮤지컬 스타 정성화를 초대해 무대 위 비장감 넘치는 표정 연기를 수업 받는 등 1차 경연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런가하면 더보이즈는 '오솔레미오'(SF9 원곡)에 탱고 사운드를 덧붙여 뜨거운 라틴의 기운을 끊임없이 내뿜었다. 여기에 LED 전광판 및 거울 반사를 활용한 착시 효과를 덧붙여 화려함을 극대화시켰다.

​세 번째 등장 팀은 중간 점수 5위에 올라 역시 하위권에 머문 아이콘의 'Inception'(인셉션, 에이티즈 원곡)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동명 영화 속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필터링을 활용한 영상미로 차별화를 도모했다. 한편 이번 2차 경연에서 각각 리메이크된 노래들은 23일 각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다시 논란이 된 1차 경연 제작비 문제...팬심은 부글부글
 
 엠넷 '킹덤 : 레전더리 워'의 한 장면

엠넷 '킹덤 : 레전더리 워'의 한 장면 ⓒ CJ ENM

 
​<킹덤>에 참여한 팀들은 모두 케이팝을 대표하는 그룹답게 실력과 매력 넘치는 무대로 흥미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첫 번째 시리즈인 2019년 <퀸덤>은 둘째치고 <킹덤> 출연권을 걸고 진행한 <로드 투 킹덤>만도 못한 시청률을 찍으면서 고전하고 있다(지난 15일 3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고작 0.2%에 머물렀다.  반면 '로드투킹덤'은 0.4~0.6%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물론 해당 그룹 국내외 팬들을 중심으로 관련 커뮤니티 및 SNS 등 온라인 상에서의 관심도는 적지 않지만, 아직까지 일반 대중이 체감할 만큼의 열기는 느끼기 어렵다. 'TV 본방 사수' 대신 다양한 방법의 시청 방식이 보편화되었음을 핑계로 삼더라도 지난 3회가 역대 시리즈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결코 좋은 신호는 아니다. 일각에선 시즌 시작 무렵 제기됐던 무대 제작비 관련 공정성 시비가 결과적으로 악재로 작용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2~3회 방영 화면만 보더라도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속 크라켄(대형 문어)이 등장하는 등 돈을 팍팍 쓴 티가 역력했던 팀들이 나란히 1차 중간 집계 1-2-3위를 기록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차지한 팀의 팬들 입에선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프로그램 첫 회 방송 시작 전에 제작진이 공식 사과를 했지만, 모든 경연 점수가 누적되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데 사용되다보니 피해는 '내 가수'가 보게 된다는 점에서 각 그룹 팬덤이 받게 된 상처는 충분히 이해될 법하다.  

흔들리는 공정성...프로그램 뿌리도 흔들린다​
 
 엠넷 '킹덤 : 레전더리 워'의 한 장면

엠넷 '킹덤 : 레전더리 워'의 한 장면 ⓒ CJ ENM

 
이와 더불어 이른바 '전문가 평가단'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차후 명단 공개 예정이긴 하나 익명성에 가려진 집단 평가가 과연 타당하고 합리성을 지닌 것인지 참가팀 팬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프로듀서, 작사작곡가, 평론가, 안무가, 뮤직비디오 감독 등 30명의 업계 관계자라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존재 또한 <킹덤>의 불신을 초래하는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일부 그룹 팬들은 '정말 제작진이 공정성을 생각했다면 사과뿐만 아니라 1차 경연 점수를 무효화 하고 남은 2~4차 경연 점수만으로 우승자를 가려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킹덤>에선 딱히 이렇게 할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방송이 지속된다면 일반 시청자도, 팬덤들도 외면하는 자칫 '이도 저도 아닌 프로그램'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현재 <킹덤>에 가장 필요한 것은 참가 그룹의 역대급 무대가 아닌, 공정성과 신뢰의 회복이다. 지금처럼 흔들린다면 프로그램의 뿌리 또한 흔들리는 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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