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본선 조편성이 확정됐다. 한국은 21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국제축구연맹) 본부에서 열린 조 추첨식 결과에 따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에 뉴질랜드, 루마니아, 온두라스와 함께 편성됐다. 우리가 원하던 가장 이상적인 대진이 성사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FIFA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최근 5번의 올림픽 본선 성적을 바탕으로 16개 참가국의 랭킹을 정하여 4개 포트를 나눴다. 대륙별 선수권대회 우승팀에겐 보너스 점수가 부여됐다. 조 편성 원칙에 따라 같은 대륙 연맹 소속 국가는 한 조에 속할 수 없었다.

김학범호는 지난 17일 FIFA가 발표한 조 추첨 포트에서 개최국 일본, 남미의 강호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1번 포트에 속했다.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며 꾸준한 성적을 올린 덕분에 가장 부담스러운 우승후보들을 조별리그에서 피해갈 수 있었다.

한국은 4번 포트에 속한 국가 중 호주-사우디아라비아가 같은 AFC 소속이기에 유럽팀인 프랑스와 루마니아 중 한 팀과 같은 조가 될 수 있었다. 또한 4번포트에서 무조건 유럽팀이 같은 조에 포함되면서 자연히 2번 포트에 속한 유럽 강호인 독일과 스페인은 피하게 됐다. 3번 포트(이집트, 뉴질랜드, 코트디부아르, 남아프리카공화국)는 어떤 팀과도 만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조추첨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의 수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 및 역대 성적에서 가장 '최상의 대진'으로 꼽힌 것이 온두라스(2)-뉴질랜드(3)-루마니아(4)였고, '최악'은 멕시코(2)-코트디부아르(3)-프랑스(4)였다. 멕시코와 프랑스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들이고 아프리카 팀들은 연령대별 대회에서 항상 예측불허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만큼 한국축구의 상성상 항상 어려운 상대였다.

그리고 한국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당초 기대했던 가장 최상의 조편성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한국은 뉴질랜드를 상대로 7월 22일 오후 5시 가시마에서 첫 대결을 가지고, 25일 오후 8시에는 루마니아(가시마), 28일 오후 5시 30분에는 온두라스(요코하마)을 상대한다.

한국은 B조에서 피파랭킹(39위)과 올림픽 통산 순위(17위)가 모두 가장 높다. 온두라스가 피파랭킹 67위, 올림픽 랭킹 34위고, 루마니아가 43위-39위, 뉴질랜드는 112위-70위에 불과하다. 피파가 주관하는 세계 대회 본선 조편성에서 한국의 성적 순위가 가장 높다.

뉴질랜드는 올림픽 무대에 3번째로 진출했으나 2무 4패로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한국은 뉴질랜드와의 상대전적에서 3승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온두라스에게도 2승 1무 1패로 앞서고 있으며, 루마니아와는 올림픽 대표팀간 맞대결 경험이 없다.

지나친 방심은 금물

하지만 조편성만으로 지나친 낙관이나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 바로 지난 대회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발목이 잡힌 아픈 기억이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 한국을 온두라스를 상대로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고도 역습 한방에 무너지며 뼈아픈 0대1 패배를 당했다. 한국이 온두라스에게 당한 유일한 패배다. 한국을 물리치고 4강에 오른 온두라스는 동메달결정전에서 나이지리아에 패했다.

루마니아는 유럽팀 중 이름값과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는 하지만, 올림픽 예선을 겸한 2019 유럽축구연맹(UEFA) U-22 챔피언십에서 4강까지 올랐을 만큼 역시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최상의 대진표를 받았다고 기뻐하는 만큼이나, 상대국들도 이번 조편성이 해볼만 하다고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이 속한 B조는 유일하게 우승후보로 꼽힐만한 정상급 강팀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절대강자가 없는 만큼 오히려 물고물리는 혼전 양상이 된다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한국이 최상의 대진을 얻은 반면, 라이벌이자 개최국인 일본은 '죽음의 조'에 걸렸다. 일본은 멕시코, 남아공, 프랑스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하필 한국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대륙별 강자들이 모조리 한 조에 몰리며 1번 포트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남아공 정도가 비교적 약체로 꼽히지만 멕시코는 북중미의 맹주이자 2012 런던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을 만큼 올림픽 무대에서도 전통의 강자다. 월드컵 챔피언 프랑스는 조나단 이코네(릴), 무사 뎀벨레(아틀레티코)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젊은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고 와일드카드까지 고려하면 더 막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어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유럽팀중 최강으로 꼽힌다. 일본 현지 언론들도 조추첨 이후 '우승후보들과 한 조에 편성됐다'고 평가하며 자국 대표팀의 가시밭길을 우려했다.

다른 조 역시 강팀과 약팀의 배분이 균형있게 이뤄졌다. C조에선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이집트, 호주가 만났다. D조에는 하필 리우 대회에서 금·은메달을 차지한 브라질과 독일이 재회하며 코트디부아르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한 조에 편성됐다.

한국축구가 올림픽에서 거둔 역대 최고의 성적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호가 거둔 동메달(3위)이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스위스-가봉을 만나 1승 2무를 기록했고 8강에서는 영국 단일팀을 만나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4강에서 브라질에 완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을 2-0으로 꺾고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끌던 2004년 아테네 대회와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2016 리우 대회에서는 각각 8강에 올랐다. 2000년 시드니와 2008년 베이징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최근 5번의 본선에서 3차례나 8강 이상의 성적을 올렸고 조별리그에서 승점 4점 이상을 꼬박꼬박 획득했다. 올림픽에서는 단골손님 수준을 넘어 어엿한 강호라고 자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김학범호는 도쿄올림픽에서 런던세대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성적에 도전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AFC–U23 챔피언십에서 잇달아 23세 대표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정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는 변수는 있었지만, 현지 적응이 좀더 수월한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 최상의 조편성은 도쿄올림픽에 도전하는 김학범호의 선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회 연기로 이번 대회에서 한하여 24세 이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다는 점과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 3인 구성은 올림픽 성적을 좌우할 또다른 변수다. 아쉽게 지역예선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도쿄올림픽 본선에 함께하지 못한 여자축구대표팀의 몫까지 대신하여 선전해줘야 할 김학범호다.

<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편성 결과 >
▶A조=일본 남아공 멕시코 프랑스
▶B조=한국 뉴질랜드 온두라스 루마니아
▶C조=이집트 스페인 아르헨티나 호주
▶D조=브라질 독일 코트디부아르 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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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 남자축구조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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