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이지스와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21일 전주체육관에서의 1차전을 시작으로 치러질 양 팀의 5전 3승제 대결은 그야말로 치열한 진검승부가 기대된다. 비슷한 듯 다른 팀 색깔을 바탕으로 서로의 약점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는지라 총성 없는 전쟁이 코트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고양 오리온을 3승 1패로 제치고 4강에 올랐다. 정규시즌에서 본인들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오리온을 어렵지 않게 잡아냈던지라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모기업이 이번 시즌까지만 구단을 운영하기로 결정한 상태서 KBL이 구단 매각작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향후 미래를 위해서도 건실한 '라스트댄스'가 필요하다.

매시즌 꾸준한 경기력을 바탕으로 플레이오프 단골로 자리매김했으나 한번도 우승이라는 정점을 찍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만약 올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KBL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다. 팀 가치 역시 훌쩍 뛰어오를 것이 분명하다.

우승에 배고픈 것은 KCC 역시 마찬가지다. KCC는 전자랜드와 달리 통산 챔피언결정전 우승 5회에 빛나는(역대 2위) 명가다. 하지만 우승의 맛을 본 지가 너무 오래됐다. KCC는 2010~11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한 것을 마지막으로 우승과 더 이상 인연을 쌓지 못했다. 그 사이 울산 모비스가 4번이나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통산 우승 횟수에서도 역전당하고 말았다.

KCC 팬들은 신선우, 허재 전 감독 시절에 이어 전창진 감독이 3대 왕조를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분위기다. 물론 양팀 다 아직은 우승을 논하기 이르다. 일단 서로를 넘어야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현대모비스와 KGC인삼공사 승자와 최후 대결을 벌일 수 있다.
 
 전주 KCC '속공 농구의 핵' 라건아와 송교창

전주 KCC '속공 농구의 핵' 라건아와 송교창 ⓒ 전주 KCC

 
거침없는 속공과 폭발적 외곽슛의 격돌
 
올 시즌 KCC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6강 후보 정도가 시즌 전 평가였다. 하지만 큰 기대 없이 시작된 정규리그에서 객관적 전력 그 이상을 보여줬다. 명장 전창진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송교창(25·201cm), 베테랑 이정현(34·191㎝)을 필두로 전 선수들이 똘똘 뭉쳐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위기도 있었다. 국내 최고 2번으로 꼽히던 이정현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기량면에서 예전 같지 않았고, 시즌 초 상승세 주역이었던 타일러 데이비스(24·208㎝)의 부상 이탈이라는 악재가 터져 나왔다. 특히 1옵션 외인 데이비스의 공백은 타팀 팬들마저 우려할 정도로 데미지가 커 보였다.

일단 정규리그는 잘 헤쳐나왔다. 빼어난 기량과 더불어 튼실한 체력을 자랑하는 귀화선수 라건아(32·199㎝)가 고군분투하며 데이비스의 빈자리를 잘 메워줬다. 이정현 역시 한창 좋았을 때에 비해 아쉽다뿐이지 특유의 노련미를 바탕으로 위기상황에서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정현이 코트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대팀이 받는 압박도 다르다.

전 감독은 예전부터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감독 중 하나였다. 탄탄한 수비로 상대팀을 압박하면서 공격시에는 전 선수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슛 기회를 만들어 공격하는 '모션 오펜스'를 선호한다.

이는 과거 KT 시절부터 드러난 바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좋은 포워드진을 활용했는데 KCC에서는 가드라인을 축으로 운영을 한다는 부분이다. 팀 구성원에 맞게 맞춤형 전술 색깔을 입힌 것이라 볼 수 있다.

전 감독의 농구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이른바 'BQ(바스켓아이큐)'가 뛰어난 선수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야 하며 궂은일에 능한 자원도 필요하다. 예전부터 전 감독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잘 파악했고, 기대에 못 미친다 싶으면 성장시켜서 전력으로 만들었다.

이정현은 전성기 때에 비해 운동능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베테랑으로서 풍부한 경험과 높은 BQ를 자랑한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주득점원이나 받아먹는 위주의 슈터 역할을 잘 구분해서 실행할 줄 알고 어지간한 포인트가드 이상으로 2대 2 플레이에도 능하다. KCC 최고 무기인 속공이 막힐 경우 지공으로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유현준(24·178㎝), 송교창, 라건아는 KCC 속공농구의 핵이다. 송교창과 라건아는 운동능력도 출중하지만 신장대비 스피드가 매우 좋은 선수다. 뛰는 농구가 몸에 밴 선수들인지라 조금의 틈만 있어도 골대로 내달리며 상대 포스트를 폭격한다.
유현준은 국내에 몇 없는 주전급 정통파 포인트가드다.

시즌 초 많은 약점을 노출하며 팬들 사이에서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전 감독은 뚝심있게 유현준에게 출장시간을 몰아줬다. 사이즈에 따른 수비 부분에서 약점이 뚜렷했지만 패싱게임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자신감을 찾은 유현준은 지공, 속공에 모두 능한 야전사령관으로 성장했다. 특히 속공상황에서 기가 막힌 패스를 뿌리며 KCC 뛰는 농구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속공상황서 유현준이 공을 잡으면 송교창, 라건아는 물론 전 선수가 함께 달리는지라 상대팀에서는 누구를 막아야할지 매우 난감해진다. 잘 주는 선수, 잘 뛰는 선수가 모두 있기에 KCC 속공은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KCC가 믿는 또 다른 조커도 있다. 3번째 외국인 옵션 애런 헤인즈(40·199㎝)와 데이비스의 대체선수로 플레이오프에 첫선을 보일 조 알렉산더(35·203㎝)가 그들이다. 헤인즈는 많은 나이로 인해 한창 때의 물오른 공격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 막판 입증되었다시피 특유의 센스는 여전한지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상대 팀을 흔드는 조커 역할은 충분할 것이다는 평가다. 특히 지역방어에 대한 이해도가 워낙 높아 순간적으로 흐름의 변화를 필요로 할 때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실제로 전 감독은 헤인즈를 영입한 이후 정창영(33·193㎝), 이진욱(25·180㎝), 송창용(34·192㎝), 김상규(32·201㎝) 등과 함께 새로운 옵션을 실험해보는 등 다각도로 전략 다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알렉산더가 당초 기대대로 수비, 슈팅능력 등에서 어느 정도 역할만 해준다면 전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다양한 칼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KCC가 속공의 팀이라면 전자랜드는 외곽의 팀이다. KCC는 걸출한 토종빅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협력수비를 통해 상대의 골밑공격은 잘 막아냈다. 그러나 외각슛 수비에서는 불안감을 종종 노출했다. 상대팀의 외곽슛이 터지면 속절없이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다가 돌파, 포스트 수비까지 안되는 이중 삼중고를 겪기도 했다.

전자랜드는 그런 KCC의 약한 부분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인 상대다.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3점슛 5걸 중 2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외곽슛의 팀이다. 김낙현(26·184㎝), 전현우(25·194㎝)가 바로 그들로 각각 2, 4위를 차지했다. 현재 리그 최고의 쌍포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이 동시에 터지게 되면 수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김낙현, 전현우 쌍포가 더욱 무서운 점은 이들의 외곽슛이 들어가게 되면 상대 수비진은 공간을 넓게 쓸 수밖에 없고 그 사이 다른 선수들에게 돌파, 슛 찬스가 많이 난다는 부분이다. 조나단 모트리(26·204.8㎝), 데본 스캇(27·201.7㎝)으로 이어지는 외국인선수 전력도 탄탄하다.

정효근(28·202㎝)의 부상이 아쉬운 대목이지만 상황에 따라 2, 3차전 정도에서 복귀도 예상되는지라 시리즈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KCC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어 김지완(31·187㎝)에 정찬영, 이진욱 등 물량 공세로 전자랜드 쌍포를 초반부터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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