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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의 빗장이 드디어 풀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1일 국방부 판결문 열람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최근 2년간 각 군 성범죄 판결문 158건을 전수분석했다. 국정감사 때마다 등장하는 군사법원 '솜방망이 처벌'의 실체와 판결문 속에 만연한 '군 중심주의'를 파헤쳤다. 8회 연속보도를 통해 군사법원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편집자말]
한 남성이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2회에 걸쳐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서울남부지방법원) 2018년 11월 자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징역 8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한 대신, 2년간의 보호관찰 명령과 200시간의 사회봉사,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 사건이 2020년 고등군사법원으로 넘어가자 집행유예 형을 제외한 나머지 명령들이 전면 파기됐다. 이유는 1심 선고 이후인 2019년 11월 11일자로 '피고인이 군인 신분이 되어 특례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아래는 이 사건 2심이었던 고등군사법원 제1부(재판장 김상환)의 판결 일부다.
 
(1심 판결 이후) 피고인은 2019년 11월 11일자로 군에 입대해 군법 적용대상자가 되었으므로, 당심으로서는 보호관찰법이 정한 군법 적용대상자에 대한 특례 규정에 관한 법리에 따라 피고인에게 보호관찰, 사회봉사, 수강명령을 부과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원심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됐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아래 보호관찰법)'이란 법원이 재범 방지와 피고인들의 재사회화를 위해 형 선고와 함께 내리는 부수적인 명령이다. 성범죄자 조두순이 형기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보호관찰관의 감시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도, 특정 성범죄자들이 의무적으로 성폭력 치료 강의를 듣거나 사회봉사를 이행하는 것도 이 법에 따른다. 

하지만 피고인이 군인 신분이 되면 앞선 보호관찰명령은 전부 면제된다. 보호관찰법 56조에서 '군법 적용 대상자에 대한 특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고등군사법원 2019~2020년 성범죄 판결 158건에서도 동일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군검찰이 보호관찰 및 수강명령 등을 요구한 경우 '보호관찰법 제56조'에 따라 전부 기각된 것이다. ▲군대라는 부분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군법 적용 대상자에 대해서는 보호관찰 등의 집행이 현실적으로 곤란하고 이러한 정책적 고려가 입법 과정에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군 특수성 반영했다 하지만... 사각지대 양산
 
피고인이 군인 신분이 되면 보호관찰명령은 전부 면제된다. 보호관찰법 56조에서 '군법 적용 대상자에 대한 특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군인 신분이 되면 보호관찰명령은 전부 면제된다. 보호관찰법 56조에서 "군법 적용 대상자에 대한 특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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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폐쇄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특례 조항이 되레 성범죄의 사각지대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피고인이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아 강제 전역이 되어 민간으로 돌아가더라도 ▲ 혹은 의무복무 군인들과 달리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군인 신분의 피고인이더라도, 보호관찰법 56조로 인해 민간과 군사법원에서도 어떠한 제재를 내릴 수 없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군인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대민범죄'는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2020년) 10월 23일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위원의 질의 내용에 따르면, 군인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매달 160명 씩, 하루에 평균 5명씩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발생된 강력 범죄 중에서도 성범죄가 세 번째로 가장 많았다.

군판사 출신 강석민 변호사(법무법인 (유한) 백상)는 "특례 조항이 생긴 이유는 군인들은 영내 내지는 군의 관리 감독을 받아 보호관찰 필요성이 없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의무 복무 군인들이 아닌 직업군인들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직업 군인 피고인에 대한 보호관찰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재범 위험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강 변호사는 "성범죄를 저지른 군인이 최종적으로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을 경우, 군인사법에 따라 강제 전역을 하게 된다"라며 "민간에 돌아가게 된 이상 군대의 감시를 받지 않아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이수 및 보호관찰의 대상이 돼야 하는데, 이 법은 이러한 지점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사법 제10조는 성폭력 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서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군 장교·준사관 및 부사관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한 같은 법 제40조는 성범죄를 범해 자격정지 이상의 형 선고유예를 받았을 경우 군 장교·준사관 및 부사관을 제적시킨다고 명시한다.

해당 법 조항은 2019년 1월 15일 개정된 내용으로, 기존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었던 결격사유를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으로 낮춰 처벌 강도를 높였다. '군인의 성범죄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높아진 처벌 규정과 달리 피고인이 신분이 박탈돼 민간에 돌아간 이후의 규제책은 사각지대다. 처벌 규정만 강화됐을 뿐, 피고인 감시를 통한 사회적 보호 기능은 여전히 방치된 상태다.

해병대 대위 출신인 방혜린 군인권센터 팀장은 보호관찰 명령이 떨어질 정도의 군 범죄자면 당연하게 파면된다고만 생각할 뿐, 사회에 나온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성범죄자들은 재범률도 높은데, 민간으로 돌아간 범죄자들이 모니터링조차 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2차 피해를 방치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방 팀장은 "과거에도 이러한 사각지대 문제 때문에 전역한 피고인들을 대상으로 보호관찰법을 적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법이 발의된 바 있지만 끝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모든 군인들이 24시간 내내 영내 생활을 하는 게 아닌 만큼, 성폭력 교육을 비롯한 보호관찰명령 전부를 면제할 이유는 없다. 과거에 발의된 법안처럼, 군인 신분 피고인들을 대상으로 한 최소한의 제재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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