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태커가 3연승을 내달리며 타이틀전을 위한 명분을 만들었다.

UFC 미들급 랭킹1위 로버트 휘태커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엔터프라이즈의 UFC APEX에서 열린 UFC on ESPN 22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미들급 8위 켈빈 가스텔럼을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지난 2019년 10월 이스라엘 아데산야에게 KO로 패하며 타이틀을 빼앗겼던 휘태커는 다시 3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아데산야와 2차전을 치를 명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작년 9월 파울로 코스타를 2라운드 KO로 제압하고 2차 방어에 성공했던 미들급 챔피언 아데산야는 지난 3월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얀 블라코비치와의 슈퍼파이트에서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한 차례 상위체급 외도를 한 아데산야는 현재 미들급 3차 방어전 상대가 마땅치 않다. 아데산야와 휘태커의 재대결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성사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들급 전 챔피언 휘태커(왼쪽)는 준비기간이 짧았던 가스텔럼이 상대하기엔 너무 강적이었다.

미들급 전 챔피언 휘태커(왼쪽)는 준비기간이 짧았던 가스텔럼이 상대하기엔 너무 강적이었다. ⓒ UFC

 
그저 그런 웰터급 파이터, 미들급 전향 후 연전 연승

지난 1월 코너 맥그리거를 KO로 제압했던 더스틴 포이리에처럼 체급을 올린 후 비로소 전성기를 맞는 파이터들이 종종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격투기 종목을 수련하다가 만 20세가 되던 2009년 호주의 작은 단체에서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휘태커도 비슷한 경우다. 격투기 데뷔 후 파죽의 7연승 행진을 달리던 휘태커는 2011년 10월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당시 휘태커에게 트라이앵글 초크로 첫 패를 안긴 상대가 바로 한국의 김훈이었다).

휘태커는 지난 2012년 호주에서 열린 TUF 호주 vs. 영국 시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UFC 파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옥의 체급'이었던 웰터급에서 휘태커의 입지는 그리 탄탄하지 못했다. 휘태커는 UFC 데뷔 후 웰터급에서 5경기를 치르며 3승2패라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2014년2월 UFC170에서는 스티븐 톰슨에게 1라운드 KO패로 무너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웰터급에서는 자신의 타격 센스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휘태커는 2014년 11월 미들급 전향을 결심했다. 평소 체중이 100kg을 상회하는 거구들을 상대해야 하는 다소 위험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휘태커는 미들급 전향 후 클린트 헤스터와 브래드 타바레스를 연속 KO로 제압하고 미들급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올라온 미들급이 휘태커에겐 잘 맞았던 셈이다. 

휘태커는 2015년 11월 유라이어 홀과 하파엘 나탈을 차례로 꺾으며 미들급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UFC에서는 최근 5연승과 4연속 KO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릭 브런슨을 휘태커의 다음 상대로 붙였지만 휘태커는 1라운드 4분7초 만에 브런슨을 KO로 쓰러트리며 미들급 전향 후 5연승의 상승세를 탔다. 2017년4월에는 미들급 최강의 주짓수 파이터로 꼽히던 호나우도 소우자마저 KO로 침몰시켰다.

휘태커는 2017년7월 요엘 로메로를 판정으로 제압하고 미들급 잠정 타이틀을 차지했고 전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는 마이클 미스핑을 꺾고 두 체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GSP는 건강상의 문제로 곧바로 타이틀을 반납했고 잠정 챔피언이었던 휘태커는 10번째 미들급 공식 챔피언으로 인정 받았다. 휘태커는 2018년 6월 체중을 맞추지 못한 로메로와의 재대결에서도 다시 한 번 판정으로 승리했다.

타이틀 빼앗긴 후 3연승으로 재도전 명분 완성

휘태커는 2019년 2월 가스텔럼을 상대로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대회를 앞두고 탈장으로 고통을 호소하다가 병원에 실려가며 타이틀전이 취소됐다. 그리고 2019년 10월 무패의 도전자 아데산야와의 타이틀전에서 휘태커답지 않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가 2라운드 3분33초에 아데산야의 펀치에 맞고 KO로 무너지고 말았다. 미들급 전향 후 당한 첫 번째 패배가 뼈 아픈 타이틀전 KO패였던 것이다.

아데산야와의 타이틀전 패배 이후 휘태커는 작년 7월 대런 틸을 상대로 재기전을 가졌다. 휘태커는 이미 챔피언 시절 두 차례나 질병으로 타이틀전을 치르지 못했고 아데산야와의 경기에서도 무기력하게 패했기 때문에 휘태커의 재기를 불투명하게 전망하는 격투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휘태커는 틸을 전방위로 압박하며 만장일치 판정으로 승리, 전 챔피언의 건재를 과시했다.

휘태커는 틸과 5라운드 경기를 치른 지 3개월 만에 다시 옥타곤에 올라 라이트 헤비급에서 미들급으로 체급을 낮춘 후 3연속 KO승을 달리던 제라드 캐노이어를 상대해 또 다시 판정으로 승리했다. 휘태커는 2021년 첫 경기로 미들급 최고의 타격가 중 한 명인 파울로 코스타를 상대할 예정이었지만 코스타가 심한 독감으로 대회에서 이탈하면서 가스텔럼이 휘태커의 상대로 변경됐다.

하지만 대회 준비 기간이 한 달 정도 밖에 없었던 가스텔럼이 휘태커를 꺾는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전 챔피언 휘태커는 거센 압박으로 전진해 들어온 가스텔럼에게 강력한 하이킥으로 기선을 잡은 후 스탠딩과 그라운드 상황에서 모두 가스텔럼을 완벽히 압도했다. 가스텔럼은 경기 후반 전략을 바꿔 그라운드 싸움을 걸어왔지만 미들급 최고 수준의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통해 가스텔럼을 무력화시키며 여유 있는 판정승을 따냈다.

휘태커는 가스텔럼전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잽과 하이킥 콤비네이션 외에도 앞손 훅과 레슬링, 오블리 로킥(하단 사이드킥) 등을 선보이며 더욱 진화한 기량을 뽐냈다. 타이틀전 패배 이후 미들급의 강자들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둔 휘태커는 아데산야에게 도전할 충분한 자격과 명분을 갖췄다. 격투팬들은 뭔가 아쉬웠던 첫 대결과 달리 두 선수가 최고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기량으로 맞붙는 장면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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