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대구FC에마저 패하며 공식경기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서울은 1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1' 10라운드 대구와의 홈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리그 4연패에 빠진 서울은 4승 6패의 성적을 기록해 중위권으로 밀려났고, 대구는 4경기 만에 승리를 맛봤다.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전경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전경 ⓒ 노성빈 기자

 
서울은 3월까지만 해도 기성용과 나상호의 맹활약 속에 3연승을 달리는 등 6경기에서 4승 2패를 기록해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4월 들어 공격과 수비의 불안 속에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주축선수들의 체력저하, 기성용-박주영-고요한-조영욱 등의 부상 이탈로 전력 손실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4월 열린 공식경기 4경기(강원FC-울산 현대-포항 스틸러스-서울 이랜드(FA컵)) 전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4일 FA컵 이랜드전 패배는 그 충격이 컸다. '서울 더비' 로 관심을 모은 이 경기에서 서울은 주전급 선수 7명을 투입하며 승리의 의지를 불태웠으나 정정용 감독의 용병술에 고전하고 경기력에서 압도당하는 등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0-1로 지면서 FA컵에서 조기탈락했다. 

서울은 대구전 승리를 통해 최근 가라앉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특히 대구는 팀의 에이스인 세징야의 부상이탈 속에 최근 3경기에서 2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하는 등 부진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서울 입장에선 좋은 기회였다. 

서울 박진섭 감독은 대구전에 양한빈 골키퍼를 비롯해 고광민, 홍준호, 황현수, 윤종규를 수비에 포진시켰다. 오스마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가운데 김진야, 김진성, 팔로세비치, 신재원을 2선에, 정한민을 원톱으로 세우는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는 오스마르를 통해 불안한 후방 빌드업을 해소하고, 팔로세비치를 한 위치 내려 볼 운반 역할을 맡기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의 경기 내용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약속된 팀 플레이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중원에서는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 쉽게 볼 소유권을 잃으며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렇다보니 상대 진영 쪽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횡패스나 백패스만 반복하는 무의미한 공격을 펼치기 일쑤였다. 이 결과 전반전 서울은 슈팅수에서 3-7로 밀린 가운데 한 차례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한 서울은 대구의 단 한 번 역습에 실점을 허용했다. 탄탄한 수비와 부상에서 이날 복귀한 세징야를 중심으로 한 역습을 펼친 대구는 전반 15분 이후부터 서서히 경기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전반 17분 김진혁의 패스를 받은 세징야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남긴 대구는 전반 28분 역습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세징야에게서 시작된 대구의 역습 기회에서 정승원이 올려준 크로스를 에드가가 헤더슛으로 연결하자 양한빈 골키퍼가 막았다. 하지만 세컨볼 기회에서 볼을 받은 김진혁이 에드가에게 패스를 내줬고 이를 에드가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대구가 리드를 가져갔다.

후반시작과 함께 서울 박진섭 감독은 김진야와 신재원을 빼고 나상호와 권성윤을 측면에 투입해 변화를 줬다. 두 선수는 저돌적인 돌파와 움직임을 이용해 전반전 서울에 없었던 전진능력을 더해주면서 공격의 활로를 열고자 했다. 후반 20분 정한민의 패스를 받은 권성윤이 페널티박스 바깥쪽에서 슈팅을 시도해 첫 유효슈팅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중앙 미드필더까지 수비에 내려와 총 7명의 선수가 수비블럭을 형성한 대구의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파이널서드 지역에서 부분 전술을 통한 공격 전개가 이뤄지지 못했고, 자연스레 중거리슛이나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에 의존하는 공격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슈팅은 골대를 넘어가기 일쑤였고 크로스는 상대수비에 걸리거나 부정확해 상대에게 볼 소유권을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박진섭 감독은 후반 37분과 42분 이인규, 강성진 투입을 비롯해 센터백 홍준호를 전방으로 올리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세컨볼 싸움에서 밀리는것을 시작으로 상대수비보다 적은 공격진의 숫자 탓에 뒤에서 볼을 돌리는 장면이 나오는 등 무의미한 시간만 허비했다. 결국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윤종규의 슈팅마저 최영은 골키퍼 정면으로 가면서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세징야, 정태욱... 서울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다
 
 전반전 코너킥을 준비하는 대구FC 세징야

전반전 코너킥을 준비하는 대구FC 세징야 ⓒ 노성빈 기자

 
최근 3경기 무승(2무 1패)에 빠져있던 대구는 경기력은 둘째로 치더라도 승리라는 확실한 결과물을 가져와야 했었다. 그리고 보란듯이 승리를 챙기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대구 승리의 원동력엔 세징야와 정태욱이란 공수의 중심이 있었다. 지난 성남FC와의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최소 2주간 결장이 예상됐던 세징야는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기 위해 예정보다 빨리 복귀했다. 

3-4-1-2 포메이션에서 1의 자리에 위치한 세징야는 전반 17분 김진혁의 패스를 받아 슈팅을 시도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어 전반 28분에는 정승원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내주며 선제골의 시발점 역할을 해 11분전 득점기회에서 골대를 맞춘 것을 만회했다. 이어 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선 날카로운 킥을 이용해 정태욱의 헤더슛을 이끌어낸 세징야는 후반 27분 교체아웃 될 때까지 탈압박, 날카로운 킥력, 드리블을 활용한 전진능력을 선보이며 서울의 수비진을 압박했다.

세징야의 활약은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대구는 3-4-1-2 포메이션으로 나섰지만 수비시엔 3-4-3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세징야는 수비시 오른쪽 윙으로 위치를 옮겨 서울의 레프트백 고광민을 압박해 그의 전진능력을 억제하며 서울의 측면공격을 무력화 시키기도 했다.

수비에선 정태욱의 활약이 돋보였다. 홍정운, 김우석과 함께 스리백으로 나선 그는 194cm의 장신을 이용해 제공권 싸움을 비롯해 좋은 위치선정 능력으로 서울의 원톱으로 출전한 정한민을 완벽히 봉쇄했다.

이날 정태욱은 10번의 공중볼 경합에서 승리를 거두며 91%의 공중볼 경합 성공률을 기록한 가운데 2차례의 인터셉트, 5번의 클리어링을 해내면서 서울의 공격을 차단하며 무실점 경기를 펼치는데 일조했다.

이에 반해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서울은 대구의 노련미를 넘지 못했다. 선발로 출전한 김진성, 신재원, 정한민은 프로 1, 2년차(신재원 3년차)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채워지다보니 개개인의 기량을 시작으로 팀플레이 면에서 부족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여기에 상대의 압박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후반전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나상호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선수(권성윤, 이인규, 강성진)는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경기를 뒤집을 능력이 없었고 상대수비를 뚫기 위한 움직임과 판단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팀의 중심을 잡아줄 박주영, 기성용, 고요한과 같은 선수들의 부재가 크게 다가왔다. 확실한 장점들을 갖고있는 데다 그라운드에서 감독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보니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경기 안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 

4월 들어 신인급 선수들의 출전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서울은 김진성이 지난 포항전에서 K리그 데뷔골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권성윤은 대구전에서 빼어난 기술과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슈팅기회를 만드는 등 작은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수들의 부재속에 이들의 활약이 시너지 효과가 나지 못하면서 서울에게 4월은 '死月'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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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대구FC K리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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