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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의 빗장이 드디어 풀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1일 국방부 판결문 열람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최근 2년간 각 군 성범죄 판결문 158건을 전수분석했다. 국정감사 때마다 등장하는 군사법원 '솜방망이 처벌'의 실체와 판결문 속에 만연한 '군 중심주의'를 파헤쳤다. 8회 연속보도를 통해 군사법원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편집자말]
지난 2000년 대통령령으로 창설 서울 용산 국방부 내에 위치하게 된 고등군사법원의 법정 내부.
 지난 2000년 대통령령으로 창설 서울 용산 국방부 내에 위치하게 된 고등군사법원의 법정 내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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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뽀뽀할 때까지 (네가) 엎드려뻗쳐."

공수특전여단의 한 중대 생활관. 군 생활을 갓 시작한 A하사는 상관인 K중사에게서 입술과 볼에 '뽀뽀 명령'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이 명령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1월 말까지 7개월 동안 20회 이상 이어졌다. 끔찍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K중사는 A하사가 응할 때까지 하사의 동료에게 얼차려를 시켰다.

급기야 K중사는 2018년 1월 중순 생활관에 잠든 A하사를 강제추행하기에 이르렀다.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의 피해자가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K중사의 악행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다른 부대원들은 중사에게 고문에 가까운 폭행을 당했다. 이유 없이 손가락 등 부위를 쇠자로 때리거나, 술 취한 자신을 숙소에 데려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우고 돌리는 등 방법도 다양했다.
 

K중사에게 특수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이 내린 선고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법정형 중 제일 낮은 형이었다. 피해자 일부와 합의했고, 동료들의 선처 탄원이 유리하게 참작됐다.  2019년 6월 19일 판결이다.

#2.
"'장난이었는데 그냥 좀 오버한 것 같다' 그 정도로 말하면 끝나는 것 아냐?"
"니 밀리터리 커리어(군 경력)만 생각해. 어느 쪽이 너한테 도움 될 건가."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부하 B씨에게 육군 대대 지휘관인 G씨가 수차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면담 당일만 3차례. '너만 나서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다. 판결문에선 "아무것도 아닌 건으로 빨리 마무리하는 게 피해자, 부대 및 가해자 입장에서도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정리했다.

"사단 인사 참모 의견은 (네가) 성적 수치심을 안 느꼈다면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는 거야."

상급자까지 거론하며 피해자를 몰아붙인 G는 결국 면담강요죄로 군사법원 법정에 섰다. 원심인 제7군단 보통군사법원과 고등군사법원 제2부의 판단은 징역형 대신 벌금 300만 원으로 같았다. 문제는 양형이유다. 항소심 재판부는 G가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부대의 안정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이는 유리하게 참작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2019년 6월 20일 판결이다.

군대는 덮으라 했고, 군사법원은 봐준다 했다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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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 현장.

-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 "2015년부터 2020년 6월말까지 군대 안에서 성범죄를 저질러 1심에서 징역형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은 10%대에 불과합니다. 이는 같은 기간 민간인이 성범죄를 저질러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인 2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 "군에서의 처벌 수위가 일반 법원보다 낮은 것도 문제지만 특히 군의 성범죄의 경우는 더욱더 낮습니다. 실형률, 집행유예율, 벌금형 이런 데서 민간 법원과 군사법원의 차이가 크거든요."


군사법원 성범죄 재판의 솜방망이 판결 실태는 국정감사에서 통계로만 언급됐다가 이내 사라지곤 한다. 군사법원의 특성상 민간인이 접근하기 힘든 부대 안에서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공판 과정이나 판결 내용을 쉽게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군인과 군무원을 대상으로 군사재판을 관할하는 특별법원인 군사법원은 1심 격인 보통군사법원이 사단, 함대, 비행단급 이상에 30곳 있고, 2심 격인 고등군사법원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본청에 속해 단 한 곳이 운영되고 있다. 보통군사법원들은 모두 각 부대 안에 흩어져 민간에 노출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3심은 민간과 동일하게 대법원에서 관할한다.

군사법원 성범죄 판결의 빗장을 열며

앞선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육해공군 모두 최근 5년간 1심 선고 기준 성범죄사건 실형 비율이 각각 10.3%, 10.5%, 9.4% 등 10% 안팎인데 반해, 집행유예 비율은 각각 31.9%, 31.6%, 56.5%로 3~5배 높다. 대다수 군사법원의 성범죄 판결들은 찍어내듯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를 통해 받은 통계를 보면,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군 형사사건으로 입건된 성범죄 사건은 총 4936건이었다. 특히 이 중 기소된 사건은 2173건(44%)으로, 기소율은 전체 사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판결문 주문 뒤엔 술에 취했다고 봐주고(주취감경), 군복무를 오래해서 깎아주고(성실성), 피해자가 아닌 동료 부대원들이 선처를 바란다고(유대관계) 봐주는 등 군사법원 특유의 양형기준이 따라 붙었다. 

법으로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군대 내 성폭력은 또 다른 숫자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 국방부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성희롱을 경험한 남녀 간부 230명은 성희롱 사건 발생 당시 군과 부대원들의 태도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중복응답).

- "사건을 축소·은폐했다" (25.2%)
- "내가 문제 있다고 비난받고 따돌림 당했다" (16.5%)
- "신고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14.5%)
- "이 일을 문제 삼으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 (10.9%)


국방부는 지난해 고등군사법원 폐지와 보통군사법원 통합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폐지와 통합을 내걸었지만, 입법취지는 여전히 '군법 독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민변은 의견서에서 "군 형사사건의 상당수가 성범죄, 교통사고, 폭행 등 군 특수성과 무관한 범죄인 바, 군사범죄의 특수성을 근거로 군사법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건 현실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오마이뉴스>는 2월 1일 국방부가 확정 판결문 열람 서비스를 시작함과 동시에, '성범죄'를 키워드로 검색한 총 158건의 판결문(2019년 2월 1일~2021년 2월 1일)을 내려 받아 전수 분석했다. 

군 조직은 '묻으라' 했고, 법원은 확실하게 봐줬다. <오마이뉴스>는 군사법원 판결문 속 사건과 양형을 분석하고, 판결문 열람 시스템마저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실태도 함께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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