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내 많은 팀들의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포수를 발굴하는 것이다. 팀 전력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야수 자원에 비해 주전으로 거듭나는 데에 있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포지션이다.

물론 모든 팀이 포수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두산 베어스가 그랬다. 2010년대 이후 두산은 양의지(현 NC 다이노스)가 주전 포수로 자리를 잡고, 최재훈(현 한화 이글스)과 박세혁 등이 백업 포수로 성장했다. 덕분에 매년 팀 성적이 좋았고, 포수 포지션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할 필요가 없었다.

양의지가 FA로 떠난 이후 주전 포수는 박세혁의 몫이 됐다. 그 후 두 시즌 동안 주전 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양의지의 공백을 메워나갔고, 2019년에는 동료들과 함께 팀의 여섯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는 박세혁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는 박세혁 ⓒ 두산 베어스


박세혁 부진 장기화, 지금 두산의 최대 걱정거리

그랬던 박세혁의 2021시즌 출발이 심상치 않다. 주로 6번 타순에 배치되고 있는 그는 초반부터 부진에 허덕이면서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1할대 타율을 유지 중이며, 세부 공격 지표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박세혁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0.27로 리그 포수 중에서 최하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wRC+(조정 득점 생산력) 부문에서도 -10.6으로, 이 역시 최하위다.

유강남(LG 트윈스)과 김태군(NC 다이노스)이 최근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베테랑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분전도 돋보인다. 타 팀 포수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세혁의 부진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백업 포수들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진 못했다. 여기에 지난주 최용제가 말소되면서 15일 오전을 기준으로 엔트리에 남아있는 포수는 박세혁과 장승현 두 명뿐이다.

특히 하위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SSG 랜더스로 떠난 최주환, 대구로 향한 오재일(삼성)의 빈 자리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국 누군가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깨가 무거운 박세혁의 부진이 두산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주전 포수로서 우승도 경험해봤고, 어려운 순간도 잘 헤쳐갔다. 지금으로선 김태형 감독도 박세혁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주전 포수로서 우승도 경험해봤고, 어려운 순간도 잘 헤쳐갔다. 지금으로선 김태형 감독도 박세혁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 두산 베어스


2년 전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박세혁

퓨처스 팀에서 신창희, 장규빈 등 스프링캠프 때 잠재력을 인정받은 포수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이 1군에 콜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름을 받더라도 긴 시간 동안 머무르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정답은 한 가지다. 박세혁 스스로 이 문제를 헤쳐나가야 한다. 백업 포수 꼬리표를 떼어낸 지 오래고, 나름 큰 경기 경험도 많이 했던 선수다.

2년 전에도 시즌 초반 박세혁은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개막전부터 3월 8경기에서 안타 4개만을 기록하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4월 첫 경기부터 안타를 터뜨리더니 타격감을 끌어올리면서 부진을 떨쳐냈다.

게다가 그땐 주전 포수로서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첫 번째 시즌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부담감이 많은 시기였음에도 김태형 감독의 신뢰 속에서 주전 포수의 자격을 입증했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투수·야수 할 것 없이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팀 구성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그 과정 속에서 전력 손실이 불가피했다. 예년보다 투-타 균형이 떨어지고, 전망도 어두운 팀 입장에서 보더라도 박세혁의 부진 탈출 여부가 매우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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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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