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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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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취임 1주일도 안돼 사실상의 방역 독자노선인 '서울형 상생방역'을 내세우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방역 대책으로 밀고 있는 '자가진단키트'가 연일 논란을 만들고 있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시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고, 노래연습장에서도 (자가진단키트와 검사 원리가 동일한)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도입한 시범사업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3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간이진단키트에 대해 식약처가 빠른 시일 내에 사용 허가를 해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13일 오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가진단 키트'에 대해 안타까운 오해가 있어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라며 유흥시설이 아닌 학교, 종교시설, 회사 등에서도 자가진단키트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항간에서 표현한 유흥시설이라는 표현에 자극받으셨을 분들께는 세심하게 설명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자가진단키트는 많은 곳에서 효력을 발휘할 것이고, 시민들에게 안심을 심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오 시장은 14일 오후에는 자가진단키트와 관련한 자문단 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서울시 신규 확진자는 247명으로, 56일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4차 유행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자가진단키트는 '서울시 상생방역'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왜 김칫국부터... 당장 사용 가능한 제품도 없어

대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자가진단키트와 같은 '신속 항원검사법'의 민감도(양성 진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한국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 받은 신속항원검사키트 'Standard Q COVID-Ag Test'를 일반적인 진단검사에 쓰이는 PCR 검사와 비교했을 때, 각각 29%, 17%의 민감도를 나타냈다. 

심지어 자가진단키트의 경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코 뒤쪽인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게 어려우므로, 비강(콧 구멍)이나 타액을 통해서 채취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검사 정확도는 더 떨어진다는 게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설명이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항원검사키트가 검출할 수 있는 검출 한계가 좀 낮은 편이기 때문에 반복검사를 해도 정확성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이러스 배출이 왕성하게 될 때 검사하게 될 때는 검사가 조금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원리로서 판단할 수 있다. 두 번 활용한다고 해서 정확도가 두 배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정부는 "통상 8개월이 소요되는 자가진단키트 개발기간을 두 달 이내로 단축하도록 하겠다"라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정 수준의 정확도'가 있는 제품을 '보조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인데, 문제는 현재 정부나 전문가들이 '보조적'인 사용을 납득할만큼의 '정확도가 확보된' 자가진단키트가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의 승인을 받거나 허가 신청한 자가진단키트도 없는 상황이므로, 단기간에 자가진단키트가 도입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효성 떨어져"... "자가진단키트 사용하기엔 한국은 유병률 낮다"

한편 오 시장이 학교에서도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일선 학교에서도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서울교사노조는 14일 "자가진단키트의 한계로 인해 학교 내 감염 전파가 우려되고 학교방역대책에 큰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자가진단키트는 정확도, 민감도가 낮고 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아 음성이라 할지라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니라고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음성 결과를 믿었다가 학교 내에 전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정기간 머무르는 시설(요양원 등)은 입소 시 검사로 유효할 수 있겠으나, 일상적으로 학교와 집, 지역사회를 오가는 학생은 매일 실시하여야 함으로 비용 대비 실효성이 낮고 학생에게도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는 시범사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고 학교방역 대책에 큰 혼란이 가중될 것이기에 자가진단키트의 안정성과 실효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학교에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오 시장이 자가진단키트 학교 적용 계획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자가진단키트는 대규모 집단감염이 일어나서, 확진 검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에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확진자 규모가 컸던 국가들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4일 KBS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유럽 질병관리본부의 경우 유병률이 2% 이상인 나라에서만 자가진단키트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라며 "이 검사 방법을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을 해서 어떤 영업장을 출입할 수 있는 선별 검사로 사용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라고 전했다.

태그:#오세훈, #자가진단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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