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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당구장협회,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11개 중소상인, 실내체육시설단체 대표들이 '정부의 방역대책에 따라 집합금지나 제한을 당한만큼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며, 2월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대한당구장협회,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11개 중소상인, 실내체육시설단체 대표들이 "정부의 방역대책에 따라 집합금지나 제한을 당한만큼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며, 2월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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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했다."


김아무개(55)씨가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스크린골프장의 문을 닫았다. 2013년 1월 1일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영업을 시작한지 만 8년 만이었다. 270여평, 8개의 스크린 골프룸이 있던 가게의 매매가는 5억 원이었다. 스크린 설치를 비롯해 골프룸 당 6000여 만 원을 투자했지만, 투자금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월 3000 만 원의 임대료는 10개월이 밀렸고, 세금 체납도 4000여 만 원에 달했다.

김씨는 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2020년) 코로나로 총 6주간 집합금지를 겪으면서 아무도 없는 스크린골프장에서 매일 소주 3병을 마셨다"면서 "8~10억 사이에 매매될 가게를 반 가격에 넘겼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임대료·관리비·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는 일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결정하고 있다. 이에 볼링장·스크린골프장 등의 실내체육시설 관련 자영업자와 코로나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집합금지를 받은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임대료를 버티기 힘들어 폐업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감염병이라는 국가 재난 때문에 장사를 접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부담한다"라며 "운영을 계속하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코로나로 폐업한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12월 각각 두 달에 걸쳐 총 6주간 수도권 내 실내체육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코인노래연습장을 포함한 코로나 고위험시설군에 지난해 5월·8월·12월 세 차례에 걸쳐 총145일 동안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인건비 줄여도 임대료 때문에 유지가 어렵다" 
   
김씨는 스크린골프장 개업 8년만인 2021년 1월 결국 폐업했다.
 김씨는 스크린골프장 개업 8년만인 2021년 1월 결국 폐업했다.
ⓒ 김아무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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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처음부터 폐업을 마음 먹은 건 아니다. 이들은 보통 고용인원 감축으로 인건비를 줄이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할 시점에서 폐업을 택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연구원(KOSBI)의 'KOSBI 중소기업 동향 3월호'에 따르면, 지난 2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30만 3000명으로 2020년 3월보다 15만 6000명(10.7%) 급감했다. 김씨는 "손님이 없으니 직원들을 계속 쓸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을 버티다 결정적으로 임대료가 계속 밀리자 폐업말고는 방도가 없었다"면서 "폐업의 결정적인 이유는 임대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손실 보상을 요구한 것도 임대료였다. 이들은 "착한 임대료라는 이름으로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분담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임대료 분담 대책을 내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대료와 관련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상당수 자영업자는 폐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코로나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지난 3월 '코로나 1년 자영업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조사 대상인 자영업자 1545명 중 44.6%(689명)가 폐업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폐업 시기를 묻는 항목에는 '6개월~1년 이내'가 49.3%(761명)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영업시간 제한, 집합제한·금지 등의 조치로 영향을 받았다고 답변한 자영업자는 89.8%(1387명)였다.

폐업하고 싶어도 임대차 계약서에 명시한 계약기간 때문에 폐업을 미룬 경우도 있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서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한 박아무개(44)씨는 지난해(2020년) 5월 집합금지명령으로 영업이 중단될 때 폐업을 생각했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2020년 12월까지였던 탓에 결국 계약기간을 채운 지난 1월에야 폐업할 수 있었다.

박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17년 1월부터 아무 탈 없이 운영했던 가게를 접을 때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4년간 가게를 운영하며 손해를 본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4000만원의 빚을 졌다. 하지만 폐업과 관련한 보상금은 50만원 뿐이었다"라고 토로했다.

박씨가 받은 폐업과 관련한 보상은 서울시에서 받은 지원금이 전부다. 서울시는 90일 이상 사업을 유지하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2020년 3월 22일 이후 폐업한 집합금지‧제한 업종의 자영업자에게 업체당 50만 원의 피해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들은 약 4만 8000명에 달했다. 박씨는 "피해지원금은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들도 폐업한 자영업자를 위한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사업정리도우미 컨설팅 등 폐업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지역 화폐로 최대 150만원의 재기 장려금을 지급했다. 부산은 전문 컨설턴트가 소상공인 가게에 찾아가 폐업 관련 신고와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며, 폐업정리비용으로 최대 1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9월 가게 내놨는데 보러온 사람은 0명"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서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한 박씨는 임대차 계약서때문에 폐업을 6개월여 동안 미뤘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서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한 박씨는 임대차 계약서때문에 폐업을 6개월여 동안 미뤘다.
ⓒ 박아무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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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일 코로나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폐업도 하지 못한 채 발을 동동구르는 자영업자도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볼링장을 운영한 최아무개(51)씨는 "지난해(2020년) 9월에 볼링장을 내놨지만, 보러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볼링장의 1개 레일당 설치비가 든다. 1000여평의 볼링장에 총 29억을 투자했는데 내놓은 가격은 13억 원"이라며 "매달 5000만원의 임대료· 관리비를 내지 못해 보증금 6억에서 이를 제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지금도 어려운데, 앞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뉴스를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폐업하거나 폐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요구는 '임대료 분담대책'과 '핀셋방역 지침'으로 모아졌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서울·경기 지역의 실내체육시설에서 발생한 확진자를 분석해보니 전체 확진자의 0.64%에 불과했다"면서 "방역기준을 지키지 않아 n차 감염이 발생한 곳 위주로 영업금지·영업제한을 해야한다"라고 요구했다.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다 폐업한 김씨는 "우리 매장에서는 단 한명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방문고객 체온 측정, 수기 출입명부 작성, 손 소독제 비치 등의 방역지침 준수와 매장 예약 시간에 충분한 간격을 두어 고객 간 접촉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폐업했지만 정부가 지금이라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자영업자는 보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최씨는 "임대료만 줄어도 조금 더 볼링장을 운영할 수 있을텐데,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면서 "정부가 착한 임대인을 말하며 개인에게 임대료 분담을 요구할 게 아니라 지자체의 지원금이나 대책으로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자영업자의 폐업과 관련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아래 중기부)는 매월 창업 통계를 발표하지만, 폐업 통계는 내지 않는다. 중기부는 폐업은 창업처럼 바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시차가 발생해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업종별 협회 등을 통해 대략적인 폐업 현황을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장협회와 전국당구장업주연합은 8일 기자회견에서 "2019년 당구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총 2만 2000여개 였지만, 올해 1만 7000여개로 급감했다"면서 "코로나 이후 5000여개의 사업자가 폐업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기업 상가정보연구소는 2020년 코인노래연습장을 포함해 노래연습장의 폐업을 2137곳으로 파악했다. 이는 2007년 노래연습장의  폐업 수 2460곳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태그:#폐업, #코로나,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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