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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방직 대구공장 전경
 대한방직 대구공장 전경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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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주주 오너일가의 불법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대한방직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기주총 결과를 두고 회사와 소액주주가 서로 다른 이사진을 선임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소액주주 쪽은 법원에 새 경영진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허가를 요청하고, 회사 쪽도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장면 ①] 주총 이후 이사회 파행... 양쪽간 고성 오가고 경찰 출동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한방직 본사. 회사 대회의실로 들어가는 유리문은 잠겨 있었고, 건물 복도에는 회사 직원과 소액주주 등 10여명이 대치하고 있었다. 양쪽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결국 회사 쪽의 요청에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곳 대회의실에서는 지난달 26일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된 이사진이 처음으로 만나 새 대표이사를 뽑는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날 회의 역시 파행으로 흘렀다. 이사회에 참석하려는 소액주주 대표와 이를 막아서는 회사 쪽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방직은 박아무개 현직 상근 감사뿐 아니라 주총 때 새로 선임된 안형열 비상근 감사(전 비서실부장)의 회의장 출입까지 막아섰다.

소액주주를 대표한 강기혁 바른투자연구소장은 "지난 정기주총에서 회사 쪽이 설범 회장 등의 의결권을 불법적으로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당시 주총 현장에서 회사 상근감사가 이를 확인했으며, 의결권 표 대결에서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진이 선임됐다"고 주장했다. 강 소장은 이어 "회사는 허위 공시와 함께 적법하게 선임된 감사와 이사들의 회의 참석을 무리하게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쪽도 강경했다. 김인호 대표이사 겸 부사장은 "지난 주총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면서 "회사 측에서 재선임한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가 개최될 예정이며, 소액주주 쪽에서 오히려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날 이사회는 회사 쪽 안대로 진행됐다. 

[장면 ②] 두 개의 경영진? 소액주주 추천 이사들, 주식변동 기습 공시
 
  대한방직 정기주주총회가 지난 3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대한방직 정기주주총회가 지난 3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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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액주주 쪽은 현 경영진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또 소액주추 추천 이사들도 최근 금융당국에 별도의 주식변동을 담은 내용을 보고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남석 전 대한방직 사장과 전병우 변호사, 서일원씨 등은 지난 2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대한방직 주식 내용을 공개했다. 이 전 사장은 "현행 법에 따라 회사에 새로 선임된 임원의 경우 주식변동 내역 등을 보고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의 보유주식수는 5만2305주다. 또 사외이사로 추천받은 서일원씨는 2만3661주, 전 변호사는 단 1주를 신고했다.

하지만 회사 쪽에선 이들을 정식 임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들은 지난 주총에서 소액주주에 의해 추천된 이사들"이라며 "주총에서 이들 이사 선임건은 부결됐다"고 밝혔다. 회사 쪽 주장대로라면, 이들은 회사 정식 임원이 아님에도 금융당국에 주식변동을 보고하고, 허위 공시를 한 것이 된다. 

이에 이 전 사장은 "지난 주총에서 회사는 불법적으로 대주주 일가의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이에 따른 주총 결과 역시 무효이며 회사가 오히려 허위로 공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회사 쪽에서 우리의 주식변동 보고를 허위 공시라고 주장한다면, 법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며 "오히려 법정에서 누가 공시를 위반했는지 따져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양쪽 주장을 종합하면, 현재 대한방직에는 회사와 소액주주 쪽이 서로 주장하는 경영진이 따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 된다. 법원은 오는 8일 소액주주의 임시주총 개최 허가에 대한 심문을 가질 예정이다. 강기혁 소장은 "지난 주총에서 설씨 일가의 의결권 행사가 어떻게 불법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포함해서 당시 총회 의장을 맡은 김인호 부사장의 탈법적인 총회 운영 등을 재판부에 자세하게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씨 오너 일가의 불법 비자금 폭로와 소액주주들의 반발, 경영진 선임을 둘러싼 갈등과 임시주총 소집 요구 등 대한방직 주주총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한방직 대구공장.
 대한방직 대구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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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한방직, #설범 회장, #불법 비자금 의혹, #소액주주,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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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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