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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 신지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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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란 슬로건을 내걸어 화제가 되었던 신지예 녹색당 후보가 이번 보궐선거에는 '당신의 자리가 있는 서울'이란 슬로건으로 출마했다. 이번에는 녹색당이 아닌 무소속이다.

선거 운동 일주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 지난 1일 신지예 후보를 전화로 연결했다. 선거 운동과 공약과 선거 쟁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신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이번 선거 슬로건에 '페미니즘' 빠진 이유는..."

- 서울 시장 선거 운동 1주일이 지났는데 어떠세요?

"선거 유세 하고, 토론회나 간담회 등에 참여하면서 여러 서울시민 여러분들을 만나 뵙고 있어요."

- 만난 서울시민들은 뭐라고 하나요?

"많은 분이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민주당의 귀책 사유가 있는 선거이기도 하고 LH 사건이나 조국 사건 등에서 민주당의 태도가 오만하지 않았냐는 거죠. 문제는 뭐냐면 '그래서 해답지가 2번이냐? 나는 도저히 2번 못 찍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2번 찍겠다는 분도 계시는데 저는 진정한 정권 심판은 1번과 2번 중에 뽑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 양당 체계를 비판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에 투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2018년에 서울시장 출마하셨잖아요. 그땐 녹색당 후보였고 지금은 무소속이죠. 차이가 큰가요?

"차이가 많이 커요. 일단은 무소속 후보는 정당 후보와는 다르게 추천인 명부가 따로 필요해요. 그래서 서울시민 2천 명이 추천해 주셔야 되고요. 그다음에 기탁금이 5천만 원이에요. 그러나 선거비를 보전받기 어렵고,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돈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어요. 이번에 공보물 한 쪽짜리 돌리는 데도 7500만 원 들었어요."

- 그럼 돈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시민 모금을 계속 받고 있고, 기탁금은 정말 기적 처럼 많은 분이 소액 모금으로 모아 주셨어요. 근데 아직 모아야 할 돈은 많습니다. 지금도 후원받고 있습니다."

- 지난 선거에선 페미니즘을 앞세우셨지만 이번에 없는 거 같던데 이유가 있나요?

"저의 지난번 선거 슬로건인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 각인되어 있을 텐데 이번에는 그 문구가 없으니 허전하게 느껴질 것도 같아요. 이번 선거에서도 페미니즘은 기본이에요. 이번 선거가 부산과 서울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때문에 치르는 건데, 여기서 더 나아가 결국 여성의 삶을 돌보기 위해서는 주거비용이 높아져서 서울에서 밀려나는 사람들, 일하다가 해고되거나 산업재해 입는 분들, 장사를 하다 코로나 때문에 폐업한 분들 등 여러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고 이 분들과의 연대의 마음을 모아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울에 당신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 슬로건을 내걸었어요. 그 당신이 누구냐면 앞에서 언급했었던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없는 상인들, 집값이 높아서 계속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일반 시민들, 서민들, 성폭력 때문에 마음 놓고 일 못 하는 여성들, 혐오 발언 때문에 힘들어하는 성소수자들, 시설에 계속 갇혀 있는 장애인들, 동물권 활동가들, 기후 위기 대응 등 다양한 분들이에요."

- 6명의 부시장 후보와 같이 출마하셨던데, 이유가 있나요?

"이번 '박원순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도대체 왜 정치권 내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는지 고민했어요. 오거돈, 안희정, 박원순으로 이어지는 성폭력 사건은 개인의 잘못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권력 시스템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지금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거의 제왕적 권력을 가진 수준인데, 그 안에서 10년 있다 보면 자기가 무엇을 해도 괜찮다고 착각한다는 거죠.

지금 서울시장이 가진 이 너무나도 막강한 권력을 분산시켜야죠. 그래서 서로 견제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 서울시장, 그런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이번에 6명 부시장단과 '팀서울'이란 이름으로 출마했어요."

- 부동산 정책으로 '매립형 공공 임대 주택'을 내세웠던데 어떤 건가요?

"지금 서울시에 영구임대주택 빼고 SH 공사가 운영하는 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의 6.3%밖에 되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 서울시 주택 보급률이 95%가 넘습니다. 근데 서울의 주거 불안정 문제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잖아요. 물량 공급만으로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 제공이 되지 않는 거예요. 예를 들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는 여의도의 10배 가까운 땅을 파헤쳤거든요. 재개발과 재건축, 뉴타운 붐이라고 불리는 유행 끝에 서울 시민들이 다들 집 한 채 얻게 되었나요? 오히려 자가 주거율은 떨어졌어요.

저는 주택을 공급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직업이 없거나 돈을 빌려 쓰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안정적으로 서울에서 살 수 있도록 서울시가 공공주택을 제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서울은 임대주택 비율이 너무 낮으니 서울시가 가진 예산으로 적극적으로 빈집 혹은 매물로 나온 집을 매입하자고 하는 겁니다. 자치구에 각 구마다 20%까지 공공 주택을 늘리자고 하는 제안입니다. 지금 장애인 주택, 청년 주택의 이름으로 이미 매입형 임대주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게 다 칸막이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말고 통합해서 운영하되, 대신 유니버셜 디자인 같은 것들을 적용하고 기후 위기 시대 에너지 효율화가 가능한 리모델링 등을 통해서 조금 더 쾌적하게,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주택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그걸 기반으로 임대주택 비율을 10%까지 올리고 3년 안에 20%까지 올리자는 제안입니다."

- 또 어떤 공약이 있나요?

"저희는 모델 자체를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어요. 기후변화 대응과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도넛 모델을 제안하고, 기후 위기 같은 경우에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도시를 만들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백 캐스팅(backcasting) 기법으로 2048년, 2049년 각각의 탄소배출 감축량 목표를 정하고 그것들을 서울시장의 영역에 제공하는 1.5℃ 탄소 경계선을 제안하고요. 두 번째는 코로나 때문에 소득 격차나 자산 격차, 교육격차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이나 아니면 아까 말씀드렸던 매입형 임대주택 공급, 문화시설을 공공의 공유재로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탈시설한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것, 성평등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을 갖고 있습니다."

- 냉정히 말하면 당선권은 아닌데 목표가 있을까요?

"제가 지금 15번이잖아요. 그래서 15%가 목표입니다. 왜냐면 일단 지난 선거에서 4위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다음에 허경영 후보가 출마하셨는데 허 후보 전체 공약을 들여다보면 배당해주겠다는 형태예요. 근데 제가 계산을 해 봤더니 지금 서울시 전체예산의 한 47조 정도 되는데 허 후보가 낸 걸 하려면 그 서울시 전체 예산의 4배에 달하는 돈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걸 주려면 지금 서울시가 운영하는 모든 공공시스템 다 스톱시켜야 되고 공무원들 다 잘라야 되고 현실가능성이 없는 공약이에요. 1번과 2번 사이에서 좌절한 시민분들이 7번을 보시고 더 충격받으실 것 같아 정치를 정말 포기하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허경영 후보는 이겨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이번 보궐선거 어떻게 규정하세요?

"저는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 선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 왔었던 불공정 문제 다음에 성폭력 사건에도 책임 있게 대응하지 않는 태도를 심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대안이 오세훈 후보는 아니죠. 저는 10년 전에 무상급식을 주기 싫어서 주민 투표까지 강행했던 사람, 한강르네상스라고 하면서 세빛둥둥섬을 띄우고 그걸 민자사업이라고 강변하는 사람, 용산참사를 불러일으켰음에도 그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하나도 없는 사람이 지금 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번 선거를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동시에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드는 시작이라고 규정하죠."

"사표 두려워 말고 새로운 선택지에 투표해달라"
 
신지예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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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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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후보는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에 대해 "과도한 철거민 폭력 진압하려다 생긴 사건"이라고 했어요.

"망언이라고 생각하고요. (오 후보가) 어떻게 본인 책임이 있었던 그 용산참사 사건 피해자들과 유가족들한테 그렇게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 오세훈 후보 내곡동 땅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지금 있는 진실 공방은 선거 때까지는 풀리지 않을 거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자꾸 그것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는 점, 오세훈 후보가 주민투표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또 자신의 시장 후보 자리를 걸었다는 점이에요. 지금 만약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내곡동 땅 문제가 있었다면, (오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둘 싸움을 보면서 생각하는 건데 박영선 후보자도 사퇴하시고 오세훈 후보도 사퇴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 하죠.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귀책 사유가 있는 선거엔 공천하지 않겠다는 당헌을 뒤집어 버렸잖아요. 그것부터가 출마 명분이 없죠."

- 임종석 전 청와대 실장이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당 대표 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당 대표가 탐나기로서니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감히 함부로 할 수 있나요. 그게 일반 개인 임종석이 아니잖아요. 박 시장도 개인 박원순이 아니고 박원순 시장의 공과가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박원순 성폭력 사건이 깨끗이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것 또한 우리 모두 다 알고 있고, 피해자는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2차 가해를 계속해서 당하고 있는데요. 그게 청와대의 전 비서실장이, 다음 대권 주자로 계속 언급되는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니죠."

- 박영선 후보는 자신이 20대에 지지율 낮은 것에 대해 '역사 경험치가 낮아 그렇다'는 취지로 주장했어요.

"최근에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어떤 분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거 보고 '20대 중에 국민의힘에 표를 던지는 사람들은 좀 외로운 사람들이다. 얼마나 혼자 있으면 여론조사를 계속 듣고 앉아있냐' 이런 질문을 던지시더라고요. 근데 그건 청년층을 오히려 더 분노하게 만드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청년 세대는 앞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있어요. 해외여행 같은 것들도 가능해지고 유학이나 아니면 온라인 통신 같은 것들이 발달하면서 여러 정보를 접하는데, 그런데도 단순히 나이만으로 경험치를 따지면서 지금 본인들이 아니라 다른 쪽에 표를 던지는 청년들을 폄하 하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아마도 20대는 군사 독재의 경험이 없지 않느냐는 건데.

"20대에 청년들은 광우병 파동도 겪고 촛불시위도 겪었으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자란 세대예요. 민주당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 어떻게 어떤 지지기반 아래에서 움직였는지를 이미 다 목격한 세대이기 때문에 경험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배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죠. 또한 지금 오세훈 후보를 뽑는 것이 저는 역사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주당이 하는 패악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다를 바가 없는데 민주당이 이렇게 뻔뻔하게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 우리는 심판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청년들의 마음이지 않을까요. 저는 거기에서 어쨌든 오세훈 후보도 좋은 선택은 아니니 우리 용기를 내어 사표가 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선택지에 투표하고 정치적 변화를 같이 만들어 내자고 요청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 신지예가 꿈꾸는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한민국 국민이고 시민이라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요. 그 사람이 어떤 성적지향을 갖고 있든, 장애 여부 또는 소득과 자산이 어떻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면 좋겠고, 정치 하는 사람들과 공공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더는 편법과 월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회면 좋겠어요. 또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보는 과학자들이나 관련 활동가들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얘기하는데, 남은 시간 동안 기적을 만들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실립니다.


태그:#신지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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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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