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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 아무 일도 없다. 이번 주는 특히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1개 학년만 등교하라는 교육부 지침과는 달리 2개 학년이 등교했기 때문이다. 3월 중순부터 학교는 교육부 지침대로 계속 1/3만 등교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학력 향상과 생활지도를 위해 2/3로 등교를 확대할 것인지 고민하고 고민했다.

선생님들은 확진자가 하루 400~500명씩 나오는 상황, 1/3인 교육부 등교 지침, 그리고 무엇보다 확진자가 나오면 1/3 등교마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등교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80% 가까운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학력 저하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등교 확대를 희망했다. 학생들은 60%가 등교를 희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의 호출이 있었다.

"학생부장님, 등교 확대에 대해 더 이상 결론을 미루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인 것 같아요. 학교 방역담당자로서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오시라고 했어요?"
"학교 방역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내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 방역담당자로서는 등교 확대를 반대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활지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면에서는 등교 확대를 찬성합니다."

"부장님도 저하고 같네요. 저 역시 하루 400~500명이 나오는 상황 속에서 등교 확대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력 향상과 생활지도가 꼭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등교 확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요구도 있고요."
"교장 선생님, 저는 솔직히 지금 이 순간에도 등교 확대에 대한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만약 교장 선생님께서 등교 확대를 결정하신다면 몇 가지 준비와 확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뭐죠?"
"먼저 학교 내 방역전문가인 보건 선생님의 의사를 꼭 확인하시고, 만약 명확히 반대하신다면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학년별 사용 건물을 달리해야 합니다. 또 지금보다 소독을 두 배 이상하고 학교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방역 지원인력을 채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불안해하시는 선생님들이나 학생, 학부모를 위해 재택근무, 체험학습 허가 등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요. 교육청에서는 2/3를 학교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 자율 결정하라고 하는데 참 어렵네요. 학교를 책임지는 학교장으로서 좀 더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부장회의에서 최종 논의 후 결정하도록 할게요. 부장님은 등교 확대를 했을 때 우리가 준비할 것에 대해 검토해 주세요."


교장실을 나와 교무실에 들어서니 선생님들이 등교 확대 문제로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다. 확대를 찬성하시는 분이나 반대를 주장하시는 분들 모두 맞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찬성, 반대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왔다 갔다 했다.

부장회의에서 논의 후 결정한다고 하셨지만 교장 선생님의 등교 확대 의지는 강해 보였다. 이 상황에서 고민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교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하교할 때까지 동선을 구석구석 점검했다. 그 결과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소독과 급식 문제였다.

아이들을 계속 볼 수 있기를

소독은 행정실과 학교 규모에 따라 교육부에서 지원해 준 4명이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부족해 보였다. 급식실 자리 띄워 앉기 등의 지도는 선생님들만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역시 2개 학년이 등교하면 혼란이 불가피해 보였다. 행정실, 선생님들, 기존의 방역 지원 인력만으로는 등교 확대는 어려웠다. 사람이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한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 다른 학교는 지원 인력이 12명이래요. 왜 우리는 4명뿐이에요?"
"그럴 리가요? 학교 규모에 따라 지원하는 건데요. 12명 지원받는 학교는 없을 거예요. 혹시 학교 자체 예산으로 채용하지 않았을까요?"
"거기까진 모르겠는지 12명인 거는 분명해요."


선생님의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문을 검색해 보니 작년에 방역 지원인력이 더 필요한 학교는 신청하라는 공문이 있었다. 행정실에서 '필요 없음'으로 보내고 나에게 알리지 않은 공문이었다. 행정실에 확인하니 신청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 그랬다고 했다. 설령 가능성이 없어 보여도 신청했어야지, 담당자와 상의했어야지 하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고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교육청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선생님, 저희가 다다음 주부터 2/3 등교를 하려고 여러 가지를 점검하다 보니 방역 지원인력이 필요해서요. 혹시 추가로 지원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러세요. 마침 내일 그 문제로 도 교육청에 들어가니 도에 이야기해서 받아들여지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런데 몇 명이나 필요하세요?"


나는 순간 당황했다. 설마 지원이 가능할 줄은 모르고 몇 명이 필요한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내 머리는 슈퍼컴퓨터보다 빠르게 돌아갔다.

"최소 2명, 최대 4명이요. 그런데 가급적 4명이면 좋겠어요." 
"가능할 것 같네요. 물론 내일 도에서 허가가 나야 해요. 그리고 지원 인력 인건비의 30%는 학교부담인 거는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답답한 숨통이 조금은 트이는 것 같았다. 교장 선생님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께서 신속하게 교육청과 다시 연락하고 결국 4명의 지원인력을 받기로 했다. 다음 날 부장회의에서 방역 지원 인력 확충, 소독 강화, 시차 등교, 학년별 이용 건물 분리 등을 논의한 끝에 교장 선생님은 2/3 등교 확대를 결정하셨다.

그렇게 등교 확대가 결정되어 지난 월요일부터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이 등교했다. 방역지원 인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채용되어 소독과 급식실 방역 조치를 바로 할 수 있었다. 걱정한 것과 달리 지금까진 모든 것이 정상이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불안은 하지만 나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선생님들 역시 조금은 안심하시는 것 같다.

교육부도 얼마 전까지 우리 학교가 그랬던 것처럼 감염자 발생 및 확대 가능성과 아이들 성장 발달에 따른 학습과 생활지도의 필요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 같다. 비록 1주일밖에는 안됐지만 다른 학교보다 먼저 실시한 학교의 방역담당자로서 굳이 한마디 한다면 방역지원 인력과 예산 지원을 충분히 해준다면 확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감염의 위험성은 크지만 생활지도 필요성 역시 그에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내 생각은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진 그렇다. 제발 나오지 않기를... 그래서 아이들을 계속 볼 수 있기를.

태그:#코로나19 학교방역기, #중학교 등교 인원 확대, #교육부 지원, #생활지도의 필요성, #감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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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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