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독립유공자법)에는 "일제의 국권침탈에 항거하다가 순국한 자는 순국선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순국선열에 해당하는 자는 독립유공자로 서훈된다. 그런데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 심사위원들은 이 법률에 의거하여 독립유공자를 심사하지 않고 있다.

을미년(1895년)에 경복궁을 점령한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싸운 인사는 독립유공자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에 갑오년(1894년)에 경복궁을 점령한 일본군을 제거하기 위해 거병한 인사는 아직까지 독립유공자로 포상하지 않고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을미의병 참여자는 1962년부터 독립유공 서훈을 시작하여 2020년까지 총 120명을 포상하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너무도 잘한 일이었다. 1962년 안승우(1865∼1896)에게 독립장을, 1963년에 이춘영(1868∼1896)·서상렬(1856∼1896)·홍사구(1888∼1896)에게 각각 독립장을 추서하였다. 2018년에 김진림(1838∼1900, 63세)·윤병의(1822∼1899, 78세)·이강하(1873∼1940, 68세)에게 각각 대통령표창을, 2020년에 이면수(1833∼1898, 66세)·류인목(1839∼1900, 62세)에게 각각 건국포장을 추서하였다. 이상의 총 120명은 을미의병 참여만으로 서훈을 받은 분들이다. 을미의병 참여와 이후의 의병 참여로 서훈을 받은 분은 58명으로 확인되었다.

이로써 1962년에 이병도와 신석호(둘 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됨)가 정한 독립유공 내규 즉 '독립운동의 기점은 을미의병이다'라는 내규에 의거하여 심사하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됐다.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거병한 2차 동학농민혁명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애국적인 행동이었다. 항일 독립운동인 2차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항일 투쟁의 총사령관이 전봉준이었고, 최고 지도자가 최시형이었다. 전봉준·최시형과 함께 1894년과 1895년에 걸쳐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일어나 싸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도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항거하였고, 그 반대와 항거로 인하여 순국하였다. 같은 시기 일본군을 몰아내다가 순국한 을미의병(1895)·을사의병(1905)·병오의병(1906)·정미의병(1907) 참여자들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1962년부터 독립유공 서훈을 받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2,682명이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았다.
  
최시형 선생
▲ 순국 직전의 최시형 선생 모습 최시형 선생
ⓒ 박용규

관련사진보기

 
이에 반해, 2차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항일 농민(전봉준 등)은 지금까지 단 한명도 서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8종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2차 동학농민운동을 일본군을 몰아내려고 한 항일 구국 투쟁 즉 독립운동으로 기술하고 있다. '2차 동학농민운동이 항일 구국투쟁'이라는 기술은 1980년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2021년 현재까지 일관되게 서술하고 있다. 수많은 학술 논문과 저서에서 2차 동학농민운동이 항일투쟁 즉 독립운동이라고 논증하였다.

현재 갑오의병(1894년 8월)과 을미의병(1895년)은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 서훈대상에 들어가 있다. 너무도 지당한 결정이다. 갑오의병의 의병장인 서상철에 대해 서훈심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갑오의병과 을미의병의 사이에 있는 2차 동학농민혁명(1894년 9월)은 국가보훈처가 서훈대상에서 지금까지 누락시키고 있다. 위의 세 운동은 똑같이 국권을 침탈한 일본군에 맞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는데, 2차 동학농민혁명만 서훈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세종시 소재 국가보훈처
▲ 국가보훈처 팻말 세종시 소재 국가보훈처
ⓒ 박용규

관련사진보기

 
아직도 대한민국은 양반의 나라인가. 독립유공 서훈에서 항일 농민은 차별 받고 있다. 이런 불공평과 모순은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2004)에 "1894년 9월에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2차로 봉기하여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농민 중심의 혁명 참여자"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특별법에 의거하여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를 회복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가보훈처는 참여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책무가 부여되어 있다. 

독립유공 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황기철 국가보훈처 장관과 이남우 차관, 그리고 독립유공 공적심사위원장은 '독립유공 서훈 대상 개정위원회'를 만들어, 2차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였다가 순국한 인사들에 대해 서훈을 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소식지 <녹두꽃>(통권43호, 2021년 봄호)의 「녹두칼럼」으로 게재된 것으로, 일부 고침.


태그:#국가보훈처, #2차 동학농민혁명, #전봉준, #최시형, #독립유공 서훈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려대 한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과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한글학회 연구위원을 역임하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