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및 홍콩 매체들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 금지를 보도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갈무리.

중국 및 홍콩 매체들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 금지를 보도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갈무리.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과 홍콩이 오는 4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방송하지 않을 전망이다.

홍콩 최대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현지시각으로 29일 홍콩에서 52년 만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1969년부터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한 홍콩 민영방송 TVB는 대변인을 통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권을 취득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방송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순전히 상업적인 이유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또한 RTHK, 나우TV, 오픈TV등 홍콩의 모든 방송사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2년 연속 생중계했던 중국 본토의 중앙방송(CCTV)도 올해는 중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P, AFP 등 주요 외신은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중국과 홍콩에서의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금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면서 <두 낫 스플릿>이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을 이유로 꼽았다. 노르웨이 출신 앤더스 해머 감독이 만들고, 미국과 노르웨이 자본이 들어간 이 작품은 중국에 저항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담았다.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꼽히는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해 미국 뉴올리언스영화제, 덴마크 코펜하겐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담은 다큐 <두 낫 스플릿> 포스터 갈무리.

홍콩 민주화 시위를 담은 다큐 <두 낫 스플릿> 포스터 갈무리. ⓒ 필드오브버전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 작품에 대해 "예술성이 부족하고 편파적인 정치적 메시지로 가득 찼다"라며 "아카데미 시상식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또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것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중국 출신의 미국인 자오 감독이 지난 2013년 영화전문매체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자오 감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홍콩 매체는 중국 본토에 비해 언론의 자유를 누려왔지만, 지난해 6월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며 사실상 직접 통치에 나서자 자체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두 달 정도 늦춰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시각으로 오는 4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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