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남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남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 ⓒ 세계컬링연맹

 
'신이 들렸다'란 말 외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한국 대표팀이 샷을 성공시키는 동안 캐나다 선수들은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후반 찾아온 위기도 잘 극복하며 한 편의 드라마를 썼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리는 '2021 남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단(경기도컬링경기연맹, 스킵 정영석·리드 이준형·세컨드 박세원·서드 김정민·플레잉코치 서민국)이 한국시간으로 6일 오전 5시 열린 캐나다와의 예선 경기에서 10-9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승리를 거뒀다. 선수들은 전날 네덜란드전 승리에 이어 2승째를 챙겼다.

선수들은 초반 압도적인 성적으로 캐나다를 따돌렸다. 후반 실수로 캐나다에 한 엔드 넉 점의 득점까지 허용하며 역전까지 몰렸지만 10엔드 짜릿한 재역전으로 최강의 컬링팀인 캐나다를 꺾었다. 예선 초반 5연패를 딛고 얻어낸 성과인데다,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기에 의미가 더욱 깊다.

작전 성공, 상대 샷 미스... 완벽했던 전반

이날 대표팀이 만난 상대는 세 번의 그랜드슬램 우승 전력이 있는 '팀 브랜든 보처'였다. 유니버시아드,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팀 브랜든 보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물론 '팀 정영석'은 1승 5패, '팀 브랜든 보처'는 4승 1패로 순위 싸움에선 이미 큰 격차가 벌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스톤이 굴러가기 시작하니 결과가 달라졌다. 대표팀 선수들은 첫 엔드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석 점의 대량득점을 기록하며 상대편을 당황시킨 것. 두 번째 엔드에서는 대표팀이 아예 집요하게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캐나다가 최대 4점까지 가져갈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저지하며 한 점만을 내준 것.

세 번째 엔드에서는 캐나다 선수들이 가드를 설치하고, 한국 선수들이 가드를 깨는 공방전이 이어지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캐나다 역시 스킵 샷에서 한국 팀 스톤을 모두 쳐내는 트리플 테이크아웃에 성공하는 등 기울어진 경기를 되찾으려 애썼고, 한국은 3엔드에서 한 점을 되찾아오는 데 만족했다.

사건은 네 번째 엔드에 터졌다. 한국 선수들이 연달아 투구를 성공시킨 데 이어, 끌려가던 브랜든 보처는 두 번의 스킵 샷에서 모두 미스 샷을 기록하며 한국에게 스틸을 내주는 충격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한국에 두 점을 내준 캐나다는 5엔드 두 점을 만회하며 스코어 6-3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스킵 샷 실수... 마지막 엔드에서 만회하며 극적 승리

이어 열린 6엔드에서는 치열한 공방 끝에 대표팀이 한 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일곱 번째 엔드에서는 라스트 샷에서 넉 점의 대량 득점을 노렸던 브랜든 보처가 자신의 스톤을 모두 빼내버리고, 대신 한국의 스톤을 안에 남겨두는 대형 사고를 쳤다. 한국은 한 점을 스틸해내며 스코어를 8-3까지 벌렸다. 

하지만 8엔드 때 한국의 실수가 나왔다. 정영석 스킵이 상대 스톤의 더블 테이크아웃을 노리고 던진 스킵 샷이 오히려 한국 팀의 스톤을 모두 빼내버리는 아쉬운 결과로 이어진 것. 스킵 샷에서의 실수로 인해 캐나다는 한 달음에 넉 점을 따라가는 데 성공하며 경기를 갑작스럽게 긴장의 연속으로 이끌었다.

대표팀 입장에서 9엔드 최선의 수는 블랭크 엔드를 만들어 10엔드 공격 주도권을 잡는 것. 하지만 캐나다는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오히려 스톤들을 하우스 안쪽에 밀어넣었다. 결국 한국은 라스트 샷에서 스톤을 모두 빼내지 못하며 2점을 스틸당했다. 점수는 8-9, 대표팀은 아쉬운 후반 역전까지 내주며 절체절명의 위기까지 몰렸다.

최악의 수 속에서 10엔드가 시작되었다. 대표팀은 두 점 이상을 기록해야만 승리에 가까운 상황. 캐나다는 막판까지 첫 번째 스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경기를 어렵게 끌어내려 했다. 그 때 정영석 스킵의 라스트 샷이 돌아 들어갔다. 강한 힘으로 들어간 스톤은 캐나다의 스톤에 차례대로 맞으며 모두 빠져나갔다. 

기적적으로 한국의 스톤이 잠시 움직이더니 1번과 2번 스톤 자리에 안착했다. 이로인해 한국은 꼭 필요했던 두 점의 점수를 확보했다. 최종 스코어 10-9, 세계 랭킹 4위(월드컬링투어 랭킹 기준)의 팀을 217위의 팀이 꺾는 기적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연패 끝 연승 시작... 후반 '기적의 드라이브' 가능할까

기적과도 같았던 승리다. 선수들은 초반 연패로 인해 아쉬움이 컸던 차였다. 특히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라스트 샷 미스로 석패를 거두어 한 번의 승리를 놓쳤던 터라 이날 경기가 더욱 절실했다. 절실함 덕분이었는지 대표팀은 5번의 연패를 끝내고 네덜란드와 캐나다를 연이어 꺾었다.

이날 승리에는 결승점을 만들어낸 정영석 스킵 뿐만 아니라 김정민 서드 역시 큰 역할을 했다. 김정민 서드는 매 엔드 높은 정확도의 샷을 기록하며 백발백중에 가까운 실력을 뽐냈다. 

이른바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듯한 활약을 펼친 대표팀 선수들이 앞으로 남은 경기들에서 이날 기운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낼 여지 역시 커졌다.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이루는 기적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표팀은 한국시간 기준 7일 자정 중국, 오전 10시 스웨덴을 만난다. 다음날인 8일 자정에는 일본 대표팀 홋카이도 콘사도레(스킵 마츠무라 유타)를 만나 숙명의 한일전을 펼친다. 해당 경기는 SBS Sports가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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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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