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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공사 안내판 미설치 등 공사현장 문제를 제기하자, 22일 공사 안내 현수막이 걸렸다.
 지난 19일 공사 안내판 미설치 등 공사현장 문제를 제기하자, 22일 공사 안내 현수막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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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이 발간한 '2021년도 설맞이 군정홍보' 책자 'Ⅱ.2020년도 군정 주요 성과' 첫 면에는 '지중화 사업으로 정비된 순창읍 중앙로 모습' 설명이 붙은 사진이 커다랗게 나와 있다. 순창군이 2020년 완료된 '중앙로 지중화 사업(중앙로 1.2킬로미터 구간, 36억여 원 투입)'을 군정 주요 성과로 꼽은 것이다.

2020년 8월부터 시작해 총 49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순창읍 장류로 지중화 사업(순화교차로~은행교 2킬로미터 구간)'은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사는 통신선과 전기선의 지하 매설, 상·하수도관 보완, 보도블록·도로포장 복구 등으로 나눠서 진행된다. 겨우내 멈췄던 공사는 3월 초부터 본격 진행되고 있다.

중앙초등학교 앞 도로 중앙분리대 뜯어내 길가 방치

공사 구간은 중앙초, 순창여중, 순창고, 순창제일고 등 학생들의 등·하교 길이 맞물린다. 중앙초 정문 앞 도로 중앙분리대는 공사 관계자에 의해 뜯겨 도로 바로 옆 순창농협 건물 길가에 방치돼 있다. 주변에 사는 주민은 "(중앙분리대를) 공사 관계자가 뜯어서 오랫동안 여기에 볼썽사납게 방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중화 공사 관련 안내판은 2킬로미터 공사 구간 어디에서도 수개월 동안 찾아볼 수 없다. 공사가 한창인 장류로를 따라 걸으며 도로변 상점 주인과 주민 등 수십 명에게 "공사를 누가, 언제, 어떻게 끝내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한 사람도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다.

다만, 주민들은 "공사 때문에 불편하지, 불편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그래도 어쩌겠느냐, 군(순창군청)에서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한 주민은 "공사를 아무래도 군에서 공무원들이 담당하다 보니까 불편함과 문제점을 느껴도 속된 말로 '공무원에게 찍히면 안 좋다'는 우려 때문에 주민들이 군청에 민원제기조차 못 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취재 들어가자, '공사 안내 현수막' 급히 걸어

순창군청이 이번 지중화 공사에 앞서 2020년 완료했던 '중앙로 지중화 공사'에서는 공사업체가 '폐석토'를 메우다 적발돼 세금 낭비와 공사 기간 연장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당시 중앙로 공사는 시공업체가 공사구간 되 메우기에 순창군의 한 폐기물중간처리업체에서 생산한 '건설폐토석' 또는 '순환토사'인 '폐석토'를 사용한 것이 적발돼 재시공했다.

이 폐석토는 폐콘크리트를 파쇄한 것으로, 석산에서 생산하는 석분과는 차이가 있다. 폐기물중간처리업체는 이 폐석토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시공업체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공사업체는 석분 구입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 폐석토는 1020톤가량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연기로 인한 불편함과 세금 낭비는 고스란히 주민의 피해로 남았다. 주민들은 "감리회사가 1억 5000여 만 원 넘는 감리비를 받고, 감리가 상주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적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공업체 대표는 "공사 규모가 7억 정도 되는데 지금 80퍼센트 정도 진행됐다"며 "재시공 하려면 1.5배 이상 돈이 들어간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중앙로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순창군청은 도심문화기반을 조성하는 공사 발주처이자 공사 감독관으로 주민들의 안전을 제일로 삼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열린순창>에서 지난 19일 오후 순창군청 관계자에게 공사안내판 미설치 등 지중화 공사 현장의 문제점을 물었다. 군청 관계자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주변 상인들을 한 명 한 명 모두 직접 찾아뵙고 공사 관련 설명을 드리고 양해를 구했고, 공문으로도 안내해 드렸다"며 "공사 안내판 미설치 등은 공사 업체에 확인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원래는 공사 안내 표지판을 세웠는데, 지난번 강풍에 쓰러져 파손된 이후 미처 세우지 못했다"며 "공사 현장의 안전을 더욱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순창군청에 공사 현장의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후, 지난 22일과 23일 공사안내 현수막이 하나둘 공사 구간에 달렸다.
 
지난 9일 가로수 은행나무를 베고, 뿌리째 뽑아냈다.
 지난 9일 가로수 은행나무를 베고, 뿌리째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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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불법 현수막은 제거하면서도, 공사하며 도로에 쌓인 흙은 방치했다.
 16일, 불법 현수막은 제거하면서도, 공사하며 도로에 쌓인 흙은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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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학생들은 매일 같이 공사 현장을 오가며 등·하교를 한다. 사진 뒤쪽에 순창읍행정복지센터가 보인다.
 17일 학생들은 매일 같이 공사 현장을 오가며 등·하교를 한다. 사진 뒤쪽에 순창읍행정복지센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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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순창읍터미널 앞 정류장 바닥이 파손돼 방치됐다.
 18일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순창읍터미널 앞 정류장 바닥이 파손돼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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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공사 구간에는 ‘공사중’이라는 안내판만 달랑 놓여 있다.
 19일 공사 구간에는 ‘공사중’이라는 안내판만 달랑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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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앙초등학교 앞 도로 중앙분리대가 언젠가부터 사라졌다.
 19일 중앙초등학교 앞 도로 중앙분리대가 언젠가부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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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뜯겨진 도로 중앙분리대가 바로 옆 건물 길가에 방치돼 있다.
 19일 뜯겨진 도로 중앙분리대가 바로 옆 건물 길가에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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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공사를 하지 않는 토·일, 안전표식이 나뒹굴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21일 공사를 하지 않는 토·일, 안전표식이 나뒹굴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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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학생들 안전을 보호해야 할 빨간신호등 안전대가 인도에 방치돼 있다.
 22일 학생들 안전을 보호해야 할 빨간신호등 안전대가 인도에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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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공사 중인 보도블록 경계석에 올라 선 아이들.
 23일 공사 중인 보도블록 경계석에 올라 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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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3월 25일자에 보도된 기사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태그:#전북 순창, #순창군 지중화 사업, #장류로 지중화 사업, #중앙로 지중화 사업, #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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