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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8시. 남편은 이미 저녁을 다 먹고 고장난 수도꼭지를 잡고 끙끙대고 있었고, 아이들은 12시간 만에 엄마를 본 것이 반가워 돌아가며 매달리기 시작했다. 지친다.

휴직 신청으로 즐거웠던 회사 생활을 곧 마무리 할 생각을 하니 더 노곤해졌다. 마지막 업무만 잘 끝내고 내게 끝장나는 휴식을 선사하리. 마법 주문처럼 외우며 아이들을 재우다 같이 잠이 들어버렸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내 시간이라곤 고작 출퇴근길 두 시간이 전부인 삶. 그것도 두 손은 운전대를 붙잡고 있어 온전한 휴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생활. 내가 이러려고 아이를 셋이나 낳았나, 내가 이러려고 다시 복직을 한 건가. 나를 위한 시간 찾기를 처참하게 실패한 지 세 번의 해를 넘기던 중이었다.

새벽 3시 40분. 남편이 서재에서 공부를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온 시간, 일찍이 잠이 들었던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그리고 다시 잠들지 않았다. 마감해야 할 원고와 마무리 짓지 못한 업무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숨 쉴 틈 하나 없이 잠든 것이 분해서 그대로 몸을 일으켰고, 눈을 채 뜨지 않은 상태에서 노트북을 켰다. 그런데, 글 한 편을 다 쓰고 다이어리를 정리하다 검색할 내용이 있어서 유튜브 채널로 들어갔다가 수개월 전에 업로드 됐던 '책 리뷰' 영상이 하나 뜨는 거다.

김유진 작가의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 된다'라는 책이었다. 우와! 내가 새벽 4시에 일어난 건 어찌 알고? 접속시간이 알고리즘이 된 건가? 아무튼 유튜브는 알면 알수록 신세계다. 

책을 소개하던 북튜버는 김유진 작가의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새벽이라서 피곤한 게 아니라, 당신이 피곤한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피곤하지 않으면 새벽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 그리고 일상생활이 아닌 새벽시간이야말로 내 시간을 주도할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여 놨다고 했다.

방금 내가 그걸 경험했지 않았는가. 새벽 4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글 한 편을 쓸 수 있었고, 다이어리 정리로 놓쳤던 하루 일과를 체크할 수 있었고, 괜찮은 책 한 권을 소개 받지 않았나. 지금이 7시 24분이니까 3시간 동안 나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음을 깨달은 거다. 

그렇다면 내 몸은 과연 이 사이클에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에 대해 김유진 작가는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몸은 금방 적응해요." 그래? 좋아. 그럼, 잠은 어떻게 잘 것인가?가 남는다. 아이들을 재우는 시간 9시에서 10시 사이 잠이 들어서 4시까지 잔다면? 6시간은 충분한 수면시간이다.

새벽 네 시. 매일 일어날 수만 있다면 하루에 3시간씩은 내 시간을 챙길 수 있단다. 의외로 정신이 맑고 세상이 다 조용해서 나는 최고의 고요를 맛볼 수 있단 것만으로도 좋았다. 단 하루치의 경험으로 이 좋은 걸 뒤늦게 깨달았던 거다.
 
엄마의 새벽기상은 아이들도 부지런하게 만든다
▲ 우리집 아침풍경 엄마의 새벽기상은 아이들도 부지런하게 만든다
ⓒ 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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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상을 실천하는 동안 집안 풍경이 하나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 글쓰기를 마치고 오전 7시가 넘어 주방에 나와 있으면 아이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 달려온다. 진한 포옹과 뽀뽀세례를 마치고 난 후 내가 아침 준비를 시작하니까 어느 날은 아이들도 식탁으로 올라와 나란히 앉아 책을 보는 멋진 모습이 펼쳐졌다. 엄마가 달라져야 아이들도 달라지는구나. 좋아! 아주 자연스러웠어!

하지만 새벽 기상이 아직 완전히 내 몸에 자리 잡은 건 아니었다. 더구나 최근엔 첫째 아이의 신학기 스트레스로 컨디션이 뒤죽박죽이었던 터라 여파가 있었다. 잠 자는 시간이 오후 10시 30분을 넘기면 오전 4시 30분 기상은 힘들어진다.

남편과 아이 이야기로 시간을 넘긴 날엔 결국 늦게 일어나 아침이 바빠졌다. 생각해보면 지난 3년이 늘 그랬다. 늦게 일어나면 꼭 아침이 바쁘다. 결국 준비가 늦었다며 세 아이들에게 '고성'을 지르게 되고, 기분 나쁜 아침을 맞이하던 날들... 다신 반복되지 말아야 할 아침이다.

새벽기상을 '미라클 모닝'이라고도 하던데...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한두 명씩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나처럼 자기 시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일지 모른다.

'나는 왜 여유가 없을까', '나는 왜 온전히 사유할 시간이 없었을까' 한탄만 하던 세월들이 아까워 죽겠다. 오전 8시에 아침해가 얼굴을 비추고서야 눈을 뜨던 나도 시작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자. 새벽기상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준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아이셋 워킹맘의 미친세상이야기)에도 올립니다.


태그:#미라클모닝, #새벽기상, #김유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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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6개월이란 경력단절의 무서움을 절실히 깨달은 아이셋 다자녀 맘이자, 매일을 나와 아이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워킹맘. 글을 쓰는 일이 내 유일한 숨통이 될 줄 몰랐다. 오늘도 나를 살리기 위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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