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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정동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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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지난 2월 <바이든 시대 한반도의 길>이란 책을 출간했다. 미·중 전문가인 최재덕 원광대 교수와의 대담으로 구성된 이 책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특사 자격으로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정 전 장관이 당시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이야기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등이 담겨 있다.

책 출간에 대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서 지난 11일 정동영 전 장관을 전북 전주에서 만났다.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한반도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 나눈 일문일답. 

"2003년의 바이든, 한국 특사에게 먼저 만나자고 해"
 
<바이든 시대 한반도의 길> 책 표지
 <바이든 시대 한반도의 길> 책 표지
ⓒ B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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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바이든 시대 한반도의 길>이란 대담집을 최재덕 교수와 함께 출간하셨잖아요. 책 출간이 7년만인데 어떠세요.

"정치인들 책은 홍보 책자라서 책방에서 별로 취급을 하지 않는데 마침 타이밍이 맞아서 <바이든 시대 한반도의 길>이라는 책이 서점에서 독자 반응이 좀 있는 거 같아요. 기쁘게 생각합니다."

- 어떻게 출간하게 되셨어요?

"사실 책 쓸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둘째 아들이 뉴욕의 회사에 다녔어요. 그런데 지난해 10월 홍콩으로 발령이 나서 가는 길에 한국에 왔어요. 미국 대선 얘기를 하는데 '아버지 바이든 의원 만났을 때 나눈 얘기를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한번 써 보세요'라고 아들이 권하더라고요. 바이든이 만약 당선되면 미중관계가 어떻게 되고 북미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제일 관심사잖아요. 그럼 미중 관계를 전공한 학자하고 제가 대담을 하면 책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 책을 쓴 거죠."

- 혼자 책을 쓰실 수도 있었을 텐데 대담을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학술 서적이 아니고 대중용 서적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잘 구성하는 것보다 대담 형식이 좀 쉽게 읽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는 전문가와 대담하는 것이 바이든 시대의 대외정책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원광대 최재덕 교수와 둘이 책을 만든 거지요."

- 일부에선 이 책 출간이 정계 복귀를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요.

"현실정치보다 더 큰 게 남북문제예요. 그래서 저한테 기회가 주어진다면 평양 특사로도 가고 싶고, 워싱턴에도 특사로 가고 싶고, 가서 북핵 문제 해결에 어떤 역할이든지 그런 역할을 할 생각이 있지만, 선거에 나가고 그런 생각은 없어요."

- 장관님이 2003년 다보스 포럼에서 만난 당시 바이든 미국 상원의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당시 느낌은 어떠셨어요?

"우선 첫인상은 열정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또 하나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었어요. 뭔가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거예요. 내가 먼저 바이든 의원 만나자고 제안한 게 아니고 바이든 쪽에서 한국에서 특사가 왔다고 하니까 그럼 자기가 한번 만나 보겠다라고 해서 연락이 온 거란 말이죠."

- 어떤 이야기가 있었어요?

"북한 핵 문제와 관련 해서 우려와 걱정, 경고를 쏟아냈어요. 기본적으로 무력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었어요. 그래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또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부장관, 볼턴 차관, 울포위츠 국방부 장관 등이 워싱턴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굉장히 날카롭게 비판했어요. 이 사람들이 지금 이라크를 쳐들어갈 것이고 또 북한에 대해서도 응징을 할 것이라고 했죠. 제가 바이든 만나기 2주일 전에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했어요. 그다음에 이제 영변 핵 원자료를 가동하고 핵물질을 추출을 위해서 행동에 들어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미국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 우리나라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해야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러나 장관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이전과 달라질 게 없었을 거라고 보시는 것 같아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동기에서 된 건 간에 정상회담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기대했어요. 왜냐하면 북한은 특수한 나라로, 모든 정책의 의사결정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어요. 그러니까 북한 핵 문제를 풀려면 최고지도자를 상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을 하고요. 과거 남북관계도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서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변화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한 것은 잘한 일이라 봤는데, 이게 나중에는 완전히 트럼프의 국내정치에 선전도구로 변질했단 말이죠.

하노이 회담 때 미 하원 청문회에서 자기 변호사가 배신해서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이 CNN 등에서 계속 보도됐잖아요.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덮을 것인가 한 거죠. 그러니까 이 사람은 상인적 기질이 철저한 사람이잖아요. '아, 이거를 덮어 버리는 것은 회담을 깨버리는 거다'라는 판단을 한 거지요. 자신의 국내정치적 곤경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소모한 거지요. 그런 점에서 이런 트럼프가 재집권한다고 한들 그렇게 순조롭게 한반도의 냉전 구조가 해체되고 탈냉전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본 거죠."

- 그럼 트럼프에게 한반도 문제는 이벤트였을까요?

"그렇지요. 트럼프에겐 한반도 문제가 이벤트였죠. 그리고 장삿속이었고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전임자들이 하지 못한 걸 내가 해결하고 있다'라는 자기과시가 컸다고 봐요."

"이벤트에 너무 관심 가진 것이 문재인 정부의 패착"

- 거기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없었을까요?

"초기 2018년 2월 평창올림픽과 함께 특사를 평양에 보내고 그 특사가 다시 워싱턴에 가고 해서 북미 트럼프 김정은 정상회담을 중매한 건 역할을 한 거지요. 그런데 그 뒤에 문재인 정부도 트럼프의 페이스에 말린 측면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비핵화의 내용물을 채울 것인가에 집중 했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도 이벤트에 너무 관심을 가진 것이 나는 패착이라고 봅니다."

- 그럼 문재인 정부도 자신의 정치적 의도로 한반도 문제에 접근했다고 보세요?

"물론, 김대중-노무현에 이어서 문재인 정부가 평화적 방법에 의한 북한 핵 문제 해결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맞고 그것은 정확한 방향이에요. 그런데 북미정상회담 국면에서 초기 역할은 잘했는데 그 뒤에 이것을 구체적으로 끌고 나가는 힘이 약했어요. 특히 2018년 6월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8개월간의 국면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이 국면에서 너무 미국에 의존했다고 봅니다."

- 2018년 9월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열렸잖아요. 그게 의미 없었다고 보세요?

"의미가 크지요. 근데 그것을 살렸어야 되는데 현재 의미가 실종돼 버렸잖아요. 왜 그랬냐면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9.19선언대로 갔으면 지금 한반도 어떻게 돼 있어야 돼요? 많이 달라졌겠죠. 근데 오히려 후퇴해 버렸잖아요. 그건 뭐냐? 너무 미국 눈치를 본 거지요.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남북의 지도자가 백두산 천지에 손잡고 선 것이에요. 그 장면에 대해서 굉장히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누구냐면 주변 강대국들이죠. 특히 미국, 중국이요. 주도권을 남북이 쥔다고 당연히 걱정하고 경계할 텐데 그걸로 끝났어요. 그냥 이벤트였단 말이지요."

- 그럼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보세요?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를 설득했어요. 또 클린턴 정부를 설득했어요. 햇볕정책을 지지하게 만들었잖아요. 노무현 대통령도 계속 부딪히고 설득해서 결국 부시 정부 임에도 2005년 9.19 베이징 공동성명을 이끌어냈잖아요. 우리가 가만히 있고 미국하고 북한이 회담해서 이뤄진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합의해놓고 미국의 눈치 밑으로 들어갔어요. 그게 가장 큰 차이죠."

-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 사업이 재개를 못 하고 있잖아요. 정부는 유엔제재 때문이라고 하는데, 전 장관님 보시기에 어떠세요?

"두 가지 다 들어가 있지요. 그러니까 평양에서 9월 19일 북한이 핵 폐기하겠다 했잖아요. 핵을 포기하다는 1단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러면 개성공단 돌릴 수가 있는 거 아니에요? 유엔에 가서 '북이 1단계 핵 폐기하고 개성공단 돌리고 그러면서 국제적인 전문가 핵전문가들이 영변에 가고 또 사찰단도 가고 동창리도 전문가들이 가서 보는 가운데 폐기하고 이렇게 갑시다' 하면서 몰고 갔어야죠.

핵 패기를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로 이런 게 필요하다는 얼마든지 설득 가능한 부분이란 말이죠. 대통령이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옆에 있는 참모들이 그 역할을 잘 했어야 하는데 나는 그때 참모들이 굉장히 소극적이고 대미 의존적이었다고 생각해요."

- 책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했던 페리 프로세서를 재가동할 때라고 나오던데, 일부에선 2000년엔 북한에 핵이 없었고 지금은 핵이 있어서 그때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해요.

"반대예요. 그렇기 때문에 해법은 페리 프로세스밖에 없는 거예요. 무슨 얘기냐 북한의 핵 개발은 관계의 산물이에요. 남북미중이 전쟁을 했잖아요. 전쟁을 했으니 적이에요. 그런데 70년이 지난 지금은 미국과 중국은 수교를 했잖아요. 미국과 남한은 동맹이고 중국과 북한도 동맹이죠. 남과 북도 긴장 완화 됐죠. 남과 중국도 수교했잖아요. 이 관계 속에서 끊어져 있는 건 북미 관계예요. 여전히 적이죠. 적의 관계를 친구의 관계로 바꾸자는 것이 페리 프로세스예요. 그리고 핵이라는 것은 바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적대하는 관계 속에서 생긴 거란 말이죠.

기본적으로 북한 핵 개발에 삼단논법이 있어요. 북한은 고립무원이에요. 소련이 없어졌죠. 또 하나의 동맹인 중국이 동맹을 배신했어요. 적인 남쪽과 손잡았죠. 전 세계에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남한과 시시때때로 한미합동군사훈련 통해서 위력을 과시하고 그럴 때마다 북한은 경기를 일으켜요. 자기들이 보기에는 핵 침공 훈련이라고 보는 거예요. 그러니 북한 입장에서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죠.

두 번째,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을 하든 뭘 하든 관심이 없어요. 관계 정상화에 관심이 없어요.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해봤자 실익이 없다고 보는 거죠. 그렇다면 자구책으로 북한은 내가 살기 위해서 핵을 갖고 나서 그때 바뀐 정세 속에서 협상이 필요하면 협상하겠다는 거죠.

지금 페리 프로세스로 돌아가라는 것은, 고립무원의 상태 속에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려다가 실패하고 핵 개발을 한 북한에게 안전 위협을 해소해주는 거예요."

- 그럼 햇볕정책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세요?

"물론이죠. 햇볕 정책은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한 것이고, 그것의 이론이 뭐냐면 관여 정책이란 말이에요. 그것은 페리 프로세스가 바로 개입하고 관여해서 관계를 정상하면서 핵을 내려놓게 하는 것인데 이것을 김대중 정부 때는 포용 정책으로 표현합니다."

"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담, 수세적으로 임해 아쉬워" 
 
대한민국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미국 안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미국 안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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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에 달인이라는 내용도 있어요. 그래서 6자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잖아요. 13년이나 6자회담이 중단됐는데 재개가 가능하다고 보세요?

"6자회담은 지금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이상 멈춰 있는데 바이든은 다자회담과 이란 핵 합의 모델을 선호해요. 그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로 P5 이사국 멤버죠. 그리고 독일하고 이란 핵 합의를 했죠. 영국, 프랑스가 물론 안전 보장 이사국이긴 하지만 좀 거리가 있죠.

대신 6자회담은 일본, 러시아가 포함 되어서 6자예요. 두 가지 방향으로 가야죠. 북미 양자 회담, 그리고 한국이 동맹국으로 껴야 되는 거니까 '남북미 플러스 알파'인데 중국이죠.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쉽게 재개할 수 있는 회담이고 그다음에 북한 핵 협상이 진행되는 데 따라 범위를 넓혀서 6자회담 또는 'p5+1' 모델은 있을 수 있어요."

- 책에서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라고 하셨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평양 방문한다면 뭐가 달라질 거라 보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바이든이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은 위원장 뭘 하겠어요? 바로 국교 수립에 서명할 겁니다. 북미 관계 정상화 외교 관계 수립에 대해서 사인할 거라고요. 그러면 북미 간 적대관계가 종식되는 상징적 의미가 있죠.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요. 부지런히 밟아야 되죠."

 - 미국 오스틴 국방장관과 블링컨 국무장관이 한중일 3개국 순방을 했잖아요.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중국과의 회담도 좋지 않게 끝난 것 같은데 어떻게 보셨어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담의 방점은 중국 견제와 한미일 삼각 협력에 찍혔습니다. 미국의 입장은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중일 순방에 나설 때 이미 예상됐던 것이죠. 그러고 보면 두 사람을 상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첫 단추가 중요한데 미국의 입장에 너무 수세적으로 임한 듯한 인상이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몰아치면 그렇지 않아도 전략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는 북중 양국을 한 팀으로 결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북핵 문제 해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미중갈등과 북핵 문제를 떼어놓아야 할 터인데 이번 한미 간 2+2회담은 상견례의 성격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 개재합니다.


태그:#정동영, #바이든 시대 한반도의 길,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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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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