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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운행 여섯달 째에 접어든 수요응답형 버스 아이모드(I-MOD).
 운행 여섯달 째에 접어든 수요응답형 버스 아이모드(I-MOD).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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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편리한 발이 되어주는 시내버스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묻는다면 어떤 것을 뽑을 수 있을까. 바로 차량과 정류장, 그리고 노선이 될 것이다. 차량이 없으면 운행을 할 수 없고, 정류장이 없으면 승객을 태울 수 없으며, 정해진 노선이 없으면 목적지가 없으니 승객이 내릴 수 없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요소 중에서 '노선'이 빠진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자리잡고 있는 섬 영종도에서 말이다. 인천광역시는 영종하늘도시를 중심으로 용유도, 인천공항 배후단지 등을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시내버스인 '아이모드'(I-MOD : Incheon - Mobility On Demand)를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특히 이 시내버스의 운영, 뭔가 다르다. 국토교통부가 실증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는데다, 현대자동차·현대오토에버·현대카드·연세대학교·이비카드 등 굵직한 기업과 기관들이 운행을 돕고 있다. 

시내버스보다 작고, 승합차보다 큰 차량 8대가 투입되는 아이모드는 일반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손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버스에는 정해진 노선이 없다. 정확히는 시시각각 노선이 만들어진다. 이제는 운행 여섯 달째에 접어들며 지역의 또다른 발이 된 엄연한 '시내버스', 아이모드를 직접 타봤다.

잡는 데만 1시간... 배차 대기 너무 길었다
 
아이모드를 탑승하기 위해 영종역에서 연거푸 호출을 했지만 배차가 되지 않았다.
 아이모드를 탑승하기 위해 영종역에서 연거푸 호출을 했지만 배차가 되지 않았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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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에 도착하면 처음 만나는 공항철도 영종역. 역 바깥의 버스정류장에는 이곳에서 아이모드를 호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설치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긴 버스 배차간격 탓에 쉽게 가기 힘든 구읍뱃터 방향으로 가는 아이모드를 호출했다. 잠깐 기다렸을까, '배차 호출에 실패했다'는 알림이 뜬다.

무언가 오류가 있나 싶어 다시 호출을 해보니 똑같은 메시지가 떴다. 모든 차량이 운행 중이고, 주변에 가는 방향이 비슷한 차량이 없을 때 이런 메세지가 뜬단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호출을 해봤다. 30분 가까이 응답이 없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물으니 '차량이 더 많은 지역에서 호출을 해보라'고 권했다.

그래서 더 번화한 운서역으로 이동해 인천공항 정부합동청사 방향으로 아이모드를 호출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차량이 잡히지 않는다. 오기가 생겨 취소되면 호출하고, 다시 취소되면 호출하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20분째, 결국 차량을 호출하는 데 성공했다. 약 10분 거리에 있는 위치에서 오는 차량이었다.

차량을 부르는 데에만 거의 1시간을 쓴 셈이었다. 실제로 애플리케이션 리뷰를 찾아보니 "오랫동안 버스를 잡아도 잡히지가 않는다", "배차 실패만 연속으로 뜬다", "버스 잡는 시간을 포함해 1시간 이상을 써야만 한다"는 불평도 많았다. 특히 출퇴근길에 이런 불확실한 '호출전쟁'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불만도 있었다.

'잘 빠진' 하늘색 버스, 안전하고 편리

오랜 기다림 끝에 파란 빛깔로 물든 미니버스가 운서역 앞 버스 정류장에 들어섰다. 아이모드 차량 위에 올라 발급된 QR코드 형태의 승차권을 리더기에 스캔하고 자리에 앉았다. 버스에 오르자 어플리케이션도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어떤 경로를 알려주는지 대략적으로 표시해준다.

차량 내부는 여느 마을버스와 다른 점이 없었다. 차량의 크기가 조금 작기는 했지만, 많지 않은 승객이 탑승하는 아이모드의 특성상 더욱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특히 돋보이는 점은 시내버스라면 백이면 백 갖추고 있을 버스 노선도는 물론, 버스 번호마저도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 '노선' 없는 버스임이 실감났다.

자리에 앉자 버스는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급가속이나 급정거가 없어 다른 차량에 비해 안전하게 운행한다고 느껴졌다. 특히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이 없어서인지 버스는 다른 곳을 들르지 않고 운서역 인근을 벗어나 바로 인천공항 방향으로 향했다.

보통 운서역에서 인천공항 쪽으로 가는 시내버스들은 인천공항 여객청사를 한 바퀴 돌고 나온다. 곧바로 정부합동청사 방향으로 갈 때는 불편함이 크다. 하지만 기존 시내버스들의 운행 패턴과는 다르게, 아이모드는 인천공항에서 탑승하는 승객이 없어서인지 바로 정부합동청사 방향으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도 승무원이 하차할 곳임을 미리 알려준 후 정부합동청사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하게끔 했다. 시내버스와 비슷하면서도 또 택시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둘 다와 다른 점이 상당히 많았던 특별한 교통수단과의 만남이었다.

아이모드에서 하차하니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되었다. 버스 요금은 성인 기준 기본요금인 7km까지 1800원, 7km가 초과될 시에는 1km마다 100원이 추가되는 방식이었다. 운서역에서 합동청사까지의 최단거리는 10km를 조금 넘는 거리. 그에 따라 2000원의 요금이 빠져나갔다. 다른 승객이 타더라도 요금은 동일하다고.

새로운 시도, 하지만 갈 길이 남았다
 
아이모드 버스의 내부 모습. 보통의 버스라면 있을 법한 노선도가 없다.
 아이모드 버스의 내부 모습. 보통의 버스라면 있을 법한 노선도가 없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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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모드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스템이다. 과거 강남 권역에서 심야에 한해 운행되었던 '콜버스'와도 비슷한 점이 여럿 보이지만, 아이모드는 수요응답형 버스라는 본연의 기능에 맞게 더욱 편리하게 차량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점, 그리고 더욱 저렴한 요금에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영종도 내의 시내버스는 인구가 적고 면적이 넓은데 비해 수요처가 많아 버스가 굴곡 운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영종역에서 월미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는 구읍뱃터로 향하고자 할 때, 시내버스는 영종하늘도시를 한 바퀴 돌고 가는 탓에 자동차나 택시에 비해 시간적인 이점이 크게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수요응답형 버스 아이모드는 장점이 많다. 만일 아이모드 승객 중 한 명이 영종하늘도시를 들른다 하더라도 하늘도시 전체를 도는 대신 승객이 내리는 아파트 단지 앞만을 경유하면 된다. 이동시간이 기존 시내버스에 비해 줄어들고, 그러면서도 택시보다도 저렴한 요금을 누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인천광역시는 아이모드를 더욱 많은 곳에서 운행할 예정이다. 특히 인천광역시의 경우 새로운 택지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도시가 팽창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폭증하는 수요에 비해 버스 노선이 충분하지 않다. 때문에 인천시는 영종도뿐만 아니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검단신도시 등에도 조만간 아이모드의 혜택을 보게 할 방침이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이 잘 운영된다면, 대도시권에서는 자동차 없이도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자가용처럼 누리는,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중심의 생활 패턴이 구축될 수 있다. 기존의 시내버스나 도시철도는 대수요처를 오가고, 수요응답형 버스나 퍼스널 모빌리티를 활용해 적은 수요가 있는 곳을 오가는 상호보완적인 네트워크도 마련된다.

운행 6개월 차 아이모드, 호출 대기 시간 줄이는 게 관건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앞서 설명했듯 대중교통 수단에 있어 가장 필요한 '정시성'이 문제다. 시내버스를 타고 내릴 때는 '이 차를 타면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지만, 아이모드의 경우 탑승 전의 호출 과정에서부터 시간을 많이 뺏기고, 운행 중에도 소요 시간이 얼마나 늘어날지 알기 어렵다.

이에 따라 지금의 불편한 호출체계를 개선하고, 미리 버스를 예약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등 이용객의 정시성을 지키기 위한 더욱 나은 대책도 필요하다. 또한 시민들의 수요가 늘어났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차량의 대수를 늘리거나 기존 택시가 아이모드 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게끔 하는 공급 확대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인천광역시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는 기존 예비 사업 때 타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운행을 했지만, 본 사업 때에는 현대오토에버에서 새로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소프트웨어에 비해 차량 호출이 오래 걸리는 등의 문제 사항이 있다"면서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터페이스나 검색 등에 있어서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좋지만, 수요응답형 버스 운행을 위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나 안정화 등에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3월 말부터는 기존 아이모드 애플리케이션 이상의 성능을 지금의 애플리케이션이 낼 수 있게 보완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태그:#I-MOD, #시내버스, #수요응답형 버스, #인천광역시, #영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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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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