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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의 한 줄기 2호선 낙성대역은 거란의 침략으로부터 고려를 구한 강감찬의 영정이 모셔진 곳이다. 낙성(落星)이란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태어날 때 생가에 큰 별이 떨어졌다고 해서 붙여졌다.

별똥별 관련 출생담은 범상치 않은 인물에 대한 세계 여러 나라의 설화와 유사하다. 또 다른 기록으로는 고려에 온 중국 사신이 강감찬을 보고는 문곡성(북두칠성)의 화신이라 여겨 절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강감찬의 출생지로부터 약 400m 떨어진 곳에 안국사(낙성대공원)라는 사당을 지었는데, 여기에 장군의 영정이 있다.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그는 84세로 생을 마감하는데 임금으로부터 인헌(仁憲)이라는 시호를 받는다. 그래서 이 일대를 인헌동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아다시피 귀주대첩은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이순신의 한산대첩과 함께 우리나라를 외적으로부터 구한 삼대대첩이다. 
 
강감찬의 영정이 모셔진 낙성대 안국사에서 사당동 일대 탐방길.
▲ 낙성대-무당골-관음사-남성역 루트 강감찬의 영정이 모셔진 낙성대 안국사에서 사당동 일대 탐방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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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책기는 낙성대에서 시작하여 관음사를 둘러보고 사당역으로 진행하는 코스다. 중간에 조망이 훌륭한 무당골을 지나고 원각사와 서울시립미술관을 거치게 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사당역과 낙성대역 중간의 생태다리를 넘어서 까치산으로 넘어가 남성역으로 빠질 수도 있다. 간단히 루트를 정리하면 낙성대-무당골-관음사-남현동(원각사)-서울시립미술관(남서울미술관)-사당역.
 
별이 떨어졌다고 전해지는 강감찬의 생가터
▲ 강감찬 장군 낙성대 유허비 별이 떨어졌다고 전해지는 강감찬의 생가터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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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역(강감찬)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주유소 옆길로 좌회전하여 걷다 보면 안국사가 나온다. 가는 도중에 강감찬 생가터가 빌라촌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므로 놓치지 말고 들러보자. 출구로 나오자마자 많은 학생들이 마을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 있으니 길을 헤맬 염려는 적을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출발하는 마을버스 02를 타면 서울대 후문을 지나 생활관(기숙사)을 거쳐 신공학관에서 회차하여 다시 낙성대로 돌아온다. 회차 지점에서 내려 관악산 연주암까지는 약 1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서울대 관악 캠퍼스는 규모가 상당히 커서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꽤 걸린다. 마을버스와 지선버스를 이용할 것을 추천하며 10여 곳 넘게 구내식당이 있으므로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대학교생활협동조합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끌어 나라를 구한 강감찬 장군의 사당.
▲ 낙성대공원 안국사 강감찬 사당.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끌어 나라를 구한 강감찬 장군의 사당.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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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터를 뒤로 하고 5분여 걷다 보면 관악문화예절원(관악구전통야외소극장) 옆이 낙성대공원이다. 동네주민들을 위한 도서관과 더불어 전시관, 소극장 등의 건물이 있다. 안국문으로 들어서면 삼층석탑을 지나서 강감찬의 영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진영은 친일파 화가인 장우성이 그린 것이므로 교체하는 것이 옳으며 표준 영정 지정에서도 해제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거란으로 부터 고려를 구한 강감찬의 영정이 모셔진 사당.
▲ 강감찬을 추모하기 위한 안국사. 거란으로 부터 고려를 구한 강감찬의 영정이 모셔진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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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의 활동에 의해서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은 작년 8월에 지정해제와 함께 철거될 예정이다. 위키피디아의 정부표준영정을 보면 그 리스트와 친일행적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표준영정 98점 가운데 14점이 친일 화가(김은호, 김기창, 장우성)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석등이 시립하여 길손을 이끄는 관음사

안국문을 나오자마자 좌측 산길로 들어서서 한동안 걷다보면 무당골에 다다른다. 여기서 보는 조망이 훌륭하다. 만약 무당골로 바로 가고 싶다면 인헌중고 뒷편의 심전맨션과 삼정아파트 사잇길로 들어서면 지척이다. 
 
관악산 관음사와 낙성대 사이의 무당골에서 바라본 풍경.
▲ 무당골 조망지점. 관악산 관음사와 낙성대 사이의 무당골에서 바라본 풍경.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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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동에 자리한 관음사는 진성여왕(895년)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걷는 산뜻한 오솔길에 석등이 시립하여 찾는 이를 반기고 있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삼성각, 명부전, 범종각 등의 건물이 있으며 여느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용왕각이 있다. 물과 바다를 주관하는 용은 불법을 수호한다고 전해진다. 
 
꽃망울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관음사 경내 풍경.
▲ 신라 도선국사가 창건한 관음사. 꽃망울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관음사 경내 풍경.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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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과 석탑, 공덕비 등을 살펴보고 관음사 좌측길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제법 넓은 암반이 나온다.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도 근사한 편이며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날에는 저 멀리 남산타워를 넘어 북한산까지 시계가 펼쳐진다. 
 
관음사 우측의 암반지대에서 바라본 수려한 풍경.
▲ 관음사에서 바라본 사당동과 방배동 조망. 관음사 우측의 암반지대에서 바라본 수려한 풍경.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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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를 내려와 사당동 방면으로 가다 보면 효민공 이경직 묘역이 있는데 철망이 가로막고 있어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울타리 넘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을 정도의 규모다. 인조반정(광해군 폐위) 때 공을 세운 이괄은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킨다. 이때 이경직은 반란군 집압에 힘을 보태어 이후 병조참판을 지낸다.

한편, 이괄의 동료였던 한명련의 아들 한윤이 후금으로 달아나 3년 후 조선 침략의 계기가 되는데 이것이 정묘호란이다. 사실,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괄로 하여금 군사를 일으킬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 당시의 정세임을 알 수 있다.
 
사당역과 낙성대 사이의 동네, 남현동 주택가에 위치한 절.
▲ 남현동 원각사 사당역과 낙성대 사이의 동네, 남현동 주택가에 위치한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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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를 나와 조금 걷다 보면 조그만 절인 원각사가 나온다. 빌라 사이에 불쑥 나타난 듯한 느낌의 사찰이다. 규모는 작지만 백옥으로 만든 와불이 있다. 그리고 사당초등학교 앞에는 민족의 배신자인 서정주의 집도 있다. 그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반민족행위자로서 철저히 권력을 추종했던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때는 황국신민화 정책을 찬양했으며 광복 후에는 이승만과 전두환을 칭송하며 기회주의자로 살아왔다. 서정주의 집은 2003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시비를 들여 사들였다. 이후 오세훈 시장 때 개보수하여 2013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여기에 들어간 세금만 수억 원이다. 친일파의 집을 기념하다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옛날의 벨기에 영사관으로서 현재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으로 쓰임.
▲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옛날의 벨기에 영사관으로서 현재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으로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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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음을 옮겨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가보자. 이 건물은 구 벨기에 영사관으로서 1905년에 회현동에 세워졌으나 불행한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지금은 남현동으로 이건되어 서울시립미술관의 남서울분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관도 옛스럽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20세기 초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2층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고풍스런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산책을 더 이어가고 싶다면 까치산을 타고 넘어 7호선 남성역으로 빠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낙성대역과 사당역 사이에는 지도상에는 표시되지 않은 까치산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생태다리가 있다. 여기를 건너가면 사당4동이고 여기에 효간공 이정영의 묘가 있다.
 
남성역과 까치산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 효간공 이정영 묘역. 남성역과 까치산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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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바라보는 방배와 서초동의 풍광이 볼만하다. 아마도 사당동 제일의 조망지점일 것이다. 이정영은 효민공 이경직의 셋째 아들로서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가 볼모로 중국에 갈때 봉행하였다. 

묘역의 앞에는 오래된 보호수가 있는데 사당동의 유래를 설명하는듯 그 자태가 당집의 느낌을 보존하고 있다. 휘휘둘러 사당종합사회복지관 방면으로 내려오면 7호선 남성역에 이른다. 

태그:#강감찬, #낙성대, #관음사, #표준영정, #을지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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