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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중앙초등학교 1학년 2반 학생들이 등교해서, 수업 시작 전에 책을 읽고 있다.
 전북 순창군 중앙초등학교 1학년 2반 학생들이 등교해서, 수업 시작 전에 책을 읽고 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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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옷차림이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봄꽃 마냥 넘실넘실 길게 이어진다.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난다. 발걸음도 가볍다. 학교 정문 입구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한 명 한 명 학생들을 맞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목례하는 학생들 목소리가 정겹다.

"어, 유진아, 채원아, 지성아 반가워. 어서 와."

천영숙 교감이 이름을 콕콕 집어가며 다정하게 화답한다.

지난 2월 16일, 방역 당국은 400명 이하 학교의 전교생 등교를 결정했다. 전라북도순창교육지원청 최은희 교육지원과장은 통화에서 "(전북) 순창군은 군내 23개 초·중·고등학교 모두 전교생이 400명 미만이라, 전라북도교육청의 농촌지역 읍·면 학교 등교 지침에 따라 학생들 전원 등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순창 중앙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노지수 학부모, 유지성 학생, 천영숙 교감, 송유진, 윤채원 학생
 전북 순창 중앙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노지수 학부모, 유지성 학생, 천영숙 교감, 송유진, 윤채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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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순창읍에 위치한 중앙초등학교를 방문하게 된 건 이금호 교장 때문이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양복 차림에 주황색 지휘봉을 들고 학교 주변 횡단보도 주위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안내하고 있었다. 출근길에 계속 보이기에, 궁금함을 못 참고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실례지만 누구세요?"
"예?"
"며칠째 교통안내를 하고 계시기에 궁금해서요. 혹시 선생님이세요?"
"아, 네. 중앙초 교장입니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교통안내를 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금호 교장은 "교장과 교감은 수업을 하지 않으니까 오전 9시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하게 안내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며 "학생들 안전을 위해 하는 일인데…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선생님들은 출근해서 학생들 수업 준비를 해야 하고, 교장이나 교감 등 관리자들은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잠시 생각했다. 교장이 솔선수범해서 궂은일을 하면, 다른 교직원들이 눈치를 보진 않을까. 중앙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 관계자의 허락을 얻어 방역 수칙을 지키며 취재했다.)

"올해는 학교 오는 게 설렜는지 지각하는 학생 없어"

지난 9일·10일 이틀간 지켜본 학교 주변은 오전 8시 20분부터 50분까지 등교하는 학생들과 차량들로 붐볐다.

오전 8시 30분 중앙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천영숙 교감은 "작년에는 (전교생) 3분의 1씩 번갈아 등교했었는데, 이제 코로나 2.5단계까지 전면 등교가 가능해져 학부모들도 좋아하시고, 저도 모든 아이들을 매일 보니까 정말 좋다"며 "작년에는 등교가 들쭉날쭉해서 지각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었는데, 올해는 아이들이 학교 오는 게 설렜는지 지각하는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밝게 웃었다.

김민성(6학년)ㆍ김나은(3학년) 남매 어머니 노지수씨는 "중앙초등학교 학부모는 전체가 모두 녹색어머니회"라며 "그중에 교통안전도우미회가 따로 조직돼 순번을 정해서 아침에 아이들 등교를 돕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학교 앞 횡단보도. 신호 깃발을 손에 든 심순덕(74)씨는 "순창읍 내 학교 앞에서 노인들이 10명씩 1조·2조로 나눠서 '아동안전지킴이' 활동을 한다"며 "애기들이 손 흔들며 인사하고 그러면 을매나 예쁜지 모른다"고 미소 지었다.

김종휴(70)씨는 "지킴이 하는 게 힘든 건 없고, 아이들이 손자·손녀보다 어리지만 꼬마들이 인사하고 그러면 참말 반갑다"며 "요샌 애기들 보기가 힘드니까, 거리에 아이들이 많아 활력이 생겨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아동안전지킴이 어르신들은 교통 안내를 한 후, 학생들이 등교를 마치면 학교 안팎을 청소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면서 노인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효자·효녀가 따로 없다.

"애기들이 손 흔들며 인사하면 을매나 예쁜지"

학교 현관 입구. 전북교육청에서 지원해 준 방역도우미 선생님을 비롯해 교사들이 학생들의 발열과 소독을 철저하게 점검한다. 방역도우미 선생님은 학교 규모에 따라 인원이 배정된다. 전교생 286명인 중앙초등학교에는 2명이 지원됐다. 각각 오전에는 학생들 방역을 점검하고, 오후에는 급식실의 방역을 돕는다. 학생들이 방역도우미 선생님들의 일자리도 만들었다.
  
김민희(1학년) 학생이 어머니 최세정씨와 동생 김다정(6살)과 활짝 웃고 있다.
 김민희(1학년) 학생이 어머니 최세정씨와 동생 김다정(6살)과 활짝 웃고 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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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김다정 동생과 함께 학교에 온 김민희(1학년) 학생은 "학교 오니까 너무 좋아요"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어머니 최세정씨는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그 경험이 좋고, 선생님도 다들 정말 좋으시고, 민희도 '엄마, 나 내일 학교 가는 게 기대돼'라고 말한다"고 등교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온유(1학년) 학생과 김사랑(6살) 어린이 손을 잡고 등교를 한 부모는 "막내(네 살)는 이미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고, 1학년 처음 등교하는 거라서 데리고 왔다"며 "아이가 전날부터 '학교에 가는 게 기다려진다'고, 학교 오는 걸 좋아한다"며 웃었다. 오빠가 학교 건물로 들어가자, 김사랑 어린이가 기자에게 질문과 동시에 엄마를 보챘다.

"(내게) 코로나 언제쯤 끝나요?"
"(엄마에게) 빨리 유치원 가요. 늦어요."


초등 1학년 "엄마, 나 내일 학교 가는 게 기대돼"

이금호 교장은 "대부분 가정에서 습관이 돼 있어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방역 지침을 잘 지키고 있다"며 "지난해 3월 모든 학생들이 학교를 아예 못 온 것과 비교하면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올해 1학년은 개학부터 전면등교를 시작해 학교에 생기가 넘친다"고 설명했다.

1학년 1반 교실, "친구들! 정말 반가워. 어서와"라는 문구가 뒤쪽 칠판에 붙어 있다. 강민주 담임교사가 스물한 명 학생들과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다.

"학생들 모두 왔죠?"
"네."
"우리, 수업 시작하기 전에 서로 인사해요. 배꼽~손! 인사."
"사랑합니다."

 
김종휴(70) 아동안전지킴이는 "거리에 아이들이 많아 활력이 생겨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김종휴(70) 아동안전지킴이는 "거리에 아이들이 많아 활력이 생겨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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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초등학교에서 만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아직 코로나에 긴장하고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결같게 밝은 모습이었다. 신학기의 활기가 학교에 넘쳤다. 몇몇 학생은 달음박질로 학교에 왔다. 지각한 게 아닌데도 뛰었다. 교사들이 "숨차니까 뛰지 말라"고 웃으며 말렸다.

학생들이 모두 등교를 하는 바람에 엄마도, 아빠도, 교장도, 교감도, 선생님도, 어르신도 바빠졌다. 바쁜 가운데, 걱정했던 것보다 학교에는 생기가 돌았다. 학기 초라서 아직 어색할 텐데,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얼굴을 익혀가고 있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학교. 건강한 학교에서 교직원들과 함께 학생들이 아름다운 꿈을 꾸기를 두 손 모아, 배꼽 손으로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3월 11일자에 보도된 기사 내용을 추가하고 보완했습니다.


태그:#순창, #전북 순창, #순창 중앙초등학교, #이금호, #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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