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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모습(자료사진).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모습(자료사진).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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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국민의 정치 참여를 통해 자유, 평등, 정의라는 기본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국민의 통치 형태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민주주의 정신을 실현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직접 민주주의다.

흔히 대의제를 민주주의와 같이 위치시키지만, 근본적으로 말하면 대의제는 통치기구의 구성 원리, 또는 국가의 의사 결정 원리로서 민주주의의 하위 체계일 뿐이다. 그것은 권력분립, 선거제도, 정부 형태, 지방자치제도 등과 같은 민주주의의 여러 형식 원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일 뿐 

따라서 용어법상 직접 민주주의는 직접 결정방식, 간접 민주주의는 간접 결정방식 또는 대의제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한편 의회민주주의란 의회 중심의 통치 질서에서 파악되는 것으로서 엄밀한 의미에서 정부 형태와 관련된 개념이며, 이는 단지 대의제의 한 형식에 속할 뿐이다.

역사적으로 시민혁명은 부르주아혁명으로 마무리되었고, 반면 시민 세력은 탄압을 받아 그 힘을 잃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의제는 굳건한 통치원리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하여 시민이 직접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표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하며, 따라서 당연히 통치자와 피치자가 별개의 존재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통치자와 피치자가 구별된다는 사실은 결국 대의제가 시민의 자기 통치를 통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함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의제는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 통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대의 기관을 통한 통치'를 의미한다.

대의 관계에서 대표되는 실체는 없으며 대표하는 행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것은 오직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와, 대표자가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행위뿐이다. 그리고 대표자의 이러한 행위는 '전체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국민을 구속하게 되는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 대의제의 '민주주의 결손'을 보완한다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는 현재의 대의민주제가 직면한 이른바 '민주주의 결손(democratic deficit)'을 보완해주는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구체적으로 직접 민주주의는 1) 정치 권력의 정통성이 공론에 의하여 창출되고 확인되며 도전받도록 함으로써 보다 공론적인 정치를 가능하게 하며, 2) 자칫 무시될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들이 표출되어 논의될 기회를 제공해주고, 3) 정치적 대표성이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이 논의될 수 있으며, 4) 정치 권력의 독점을 방지하고 보다 균등한 분포를 지향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유럽 회원국들의 입장을 정리한 유럽 회의는 모든 차원의 정부에서 주민 발안과 주민투표를 확대 시행할 것을 추천한 바 있다.

직접 민주주의의 앞날은 밝다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책 표지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책 표지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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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책을 한 권 한 권 출간할 때마다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 연락을 해온 독자들이 있다. 그런데 특히 이 <직접 민주주의를 許하라>는, 그간 낸 책들 중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고 연락도 많이 온 책이었다. 한국 사회에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고, 시민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많다는 분명한 반증이다.

현재 대의제도는 민주주의와 '철저하게' 등치되어 있다. 반면 직접 민주주의는 아득히 요원한 먼 얘기처럼 들릴 뿐이다. 하지만 직접 민주주의의 앞날은 역설적으로 밝다. 전 세계적으로 대의제도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 취약점은 갈수록 드러나고 있다. 시민 위에 군림하는, 시민과 유리된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직접 민주주의의 요소가 확대되어 나가야 한다. 

오늘날 보편화한 온라인의 이용은 결국 직접 민주주의의 보편적 실현을 크게 앞당길 것이다. 코로나 19 국면에서 나타난 '비대면'의 확대는 기실 직접 민주주의의 실험이기도 하다.

진정한 민주주의로서의 직접 민주주의가, 반드시 우리 세대에 꽃피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태그:#직접민주주의,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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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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