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규시즌 순위 1, 2위는 가장 늦게 리그에 입성한 9번째 구단 NC 다이노스와 10번째 구단 kt 위즈의 몫이었다. NC의 경우 전력 자체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에 우승을 노릴 만한 시즌이었지만, kt는 그렇지 않았다.

가을야구에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던 kt로선 냉정하게 5강 진입을 기대치로 잡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예상을 뛰어넘고 한 계단씩 순위를 끌어올린 kt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면서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 중심에는 BABIP, 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한몫을 했다. kt는 지난해 정규시즌 팀 투-타 BABIP 부문에서 각각 1위, 3위를 차지했다.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을 차지한 NC도 각각 2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주 키움과의 두 차례 연습경기를 모두 영봉승으로 장식한 한화 이글스

지난주 키움과의 두 차례 연습경기를 모두 영봉승으로 장식한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도약 노리는 한화도 시프트를 꺼내들기 시작 

투수들이 BABIP를 낮출 수 있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야수들의 수비위치 이동이다. 구체적으로는 상대 타자의 성향에 맞게 수비 위치를 이동해 안타가 될 법한 타구를 막아내는 것이다. 지난해 유일하게 NC가 2할대의 BABIP(0.299)를 기록했고, 삼성 라이온즈와 kt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두 팀 벤치 모두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적극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활용했다. 특히 좌타자가 나올 때 1, 2루 사이로 향하는 타구들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NC는 3루수, 유격수까지 자주 움직이면서 상대를 괴롭혔고 이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은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올해, 또 다른 팀이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 이글스가 그 주인공이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코칭스태프가 대거 합류했고, 두산에서 코치로 경력을 쌓은 조성환 코치까지 가세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달 진행된 거제 스프링캠프부터 수베로 감독이 시프트에 대한 부분을 주문했고, 실전 경기에 돌입하면서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주 키움 히어로즈와의 두 차례 연습경기를 모두 영봉승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시프트의 영향이 컸다.

비록 연습경기였으나 매 이닝 분주하게 움직이는 한화 야수들의 모습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박병호, 서건창 등 키움의 주축 타자들이 날린 잘 맞은 타구가 번번이 내야수들에게 막혔고, 위치를 옮긴 한화 야수들도 자신 있게 수비에 임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올 시즌 파격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한화 수베로 감독

올 시즌 파격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한화 수베로 감독 ⓒ 한화 이글스

 
한화, 내친김에 6년 만에 팀 투수 BABIP 상위권 가능할까

타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출루를 하면서 수치를 높이고, 투수들은 출루를 억제하면서 수치를 낮춰야 한다. BABIP 순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팀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분명 도움이 된다.

KBO리그의 BABIP는 타고투저 시대가 도래하면서 크게 상승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13년 리그 투수 BABIP 0.314에서 이듬해 0.330까지 뛰어올랐다. 꾸준하 3할2푼대를 유지하다가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 있었던 2019년 0.310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0.313으로 소폭 상승했다.

한화는 2015년 0.308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 이외에는 매년 팀 투수 BABIP 부문에서 중하위권에 위치했다. 리그 BABIP가 낮아진 2019년과 2020년에도 한화는 계속 3할2푼대의 BABIP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새롭게 바뀐 외국인 원투펀치와 국내 투수들의 활약 여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야수진이 조금이라도 실점을 억제한다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매번 시프트가 성공할 순 없어도 지금의 한화에는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 활용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당장 올해 좋은 성적을 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팀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수베로 감독의 목표다. 물론 수베로 감독의 이야기처럼 리빌딩의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연습경기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수베로 감독 체제의 한화가 그 목표를 향해 순항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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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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