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이승우가 2018 아시안게임 16강 이란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포효하고 있다.

▲ 이승우 이승우가 2018 아시안게임 16강 이란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포효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출전기회를 잡기 위하여 임대까지 떠났는데 여기서도 실종 상태다. 이승우(포르티모넨세)가 포르투갈에서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못하고 있다.

이승우의 소속팀 포르티모넨세는 7일 (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망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22라운드에서 톤델라에 3-0 대승을 거뒀지만 이승우는 또다시 결장했다. 지난 2월 9일 포르티모넨세에 정식 입단한 이후 벌써 5경기 연속으로 결장하며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소속이던 시절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12월 12일 스포르팅 샤를루아전 이후 무려 3개월이 넘도록 1군 공식전에서 모습이 사라진 상태다.

한때 한국축구의 미래로 꼽혔던 이승우의 재능을 감안하면 현실은 초라하다. 이승우는 유소년 시절시절까지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유망주였다. 2011년 바르셀로나 유스 팀에 합류해 '코리안 메시'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받았고, U20월드컵-2018 러시아월드컵-아시안게임등 국가대표팀에서도 여러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정작 성인무대에서의 경력은 순탄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유소년 해외 이적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단에서 모든 활동을 금지하는 징계를 받으며 이승우, 백승호 등 한국인 선수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징계 이후 이승우의 성장세는 주춤했고 팀내 입지도 자연히 감소했다. 2017년에야 2군 격인 바르셀로나B에 올라갈수 있었지만 1군 진입에는 실패했고 이승우는 끝내 바르셀로나에서의 성인무대 데뷔라는 꿈을 이루지못한채 구단을 떠나야했다.

이승우는 이후 출전기회를 찾아서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 벨기에 신트트라던 등을 거쳤으나 어디에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못했다. 베로나에서 43경기 출전에 2골, 신트트라위던에서는 2시즌간 17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유럽 빅리그에서 중위권리그, 그것도 명문이라고 할 수 없는 약팀으로 눈높이를 계속해서 낮췄음에도, 이승우는 단 한번도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못했고 활약도 미미했다.

언론으로부터는 '바르셀로나 시절의 과거에 젖어있다.'며 혹평을 받았고, 감독들에게도 연이어 눈밖에 났다. 한국에 비하면 선수의 개성에 훨씬 관대한 유럽에서도 지속적으로 훈련 태도나 언행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면 이승우 스스로도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보이는 대목이다.

이승우는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다시 한번 변화를 모색했다.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스페인 2부리그 팀을 비롯하여 이스라엘, 터키 등 여러 클럽과 연결되었고 K리그행도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승우의 잠재력에 대한 유럽 축구계의 기대치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고심 끝에 이승우의 선택지는 유럽 재도전, 그리고 포르투갈행이었다. 언어와 문화가 이승우가 유스 시절을 보낸 스페인과 비슷한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 리그에 비하면 이승우가 좀더 빨리 적응하는데 수월해보였다. 또래 세대의 선수들이 대부분 1부리그에서 주전이나 스타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이승우에게 포르투갈행은 유럽무대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포르투갈에서도 이승우의 상황은 전혀 나아진게 없다. 그나마 2월 중순까지는 2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한 기록이 확인되며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듯 보였지만 최근에는 2군에서도 출장 소식이 없다. 구단은 아직까지 공식 발표가 없지만 부상이 발생한게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겨울 이적시장은 즉시전력감을 영입하는 무대다. 완전 이적도 아니고 임대로 짧게 영입한 선수의 적응을 오래 기다려줄 여유는 없다. 이승우는 포르티모넨세행을 선택하며 향후 활약에 따라 완전이적 옵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는 보여준게 전혀 없는만큼 잔류는 불투명하다. 이미 신트트라위던에서는 감독의 눈밖에 나며 다시 돌아가더라도 설 자리가 없다.

포르티모넨세는 포르투갈 1부리그에서도 10위에 그치고 있는 팀이다. 그나마 이승우가 임대로 오기전까지는 강등권을 헤메다가 최근에 반등한 성적이다. 벨기에에 이어 포르투갈 중하위권팀에서도 활약은커녕 출전기회조차 제대로 잡지못하고 있는 이승우가 앞으로 유럽무대에서 살아남을 전망이 밝다고는 할수 없다.

결과적이지만 차라리 기회가 있을때 K리그로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K리그라고 해서 이승우가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프로연맹 선수규정상 K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 진출했다가 프로등록일 기준 5년 이내에 국내에 복귀할 경우 신인선수로 간주되어 최대 연봉을 3600만원밖에 받을수 없다는 '5년룰'도 걸림돌이 될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승우는 유럽무대에서는 한낱 '용병'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우리 선수'라는 점이다. 이승우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꾸준한 출전시간과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K리그에서도 경쟁은 당연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도자-동료-팬들과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며 편하게 소통할수 있는만큼 최소한 축구 외적인 문제로 에너지를 쏟아야하는 부담이 적다. 똑같은 비판을 받고 시련을 겪는다고 해도 선수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얼마나 가지고 바라보는가는 동기부여에 있어서 하늘과 땅 차이다.

이승우는 뛰어난 재능에 비하여 태도나 멘탈, 적응력 등에서 항상 의문부호에 시달렸고 많은 구설수에 휘말렸다. 물론 오해받거나 과장된 부분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무대에서 벌써 수년간 비슷한 시행착오를 거듭할 동안 과연 이승우의 주변에서 선수가 올바른 길로 갈수있도록 다잡아주고 진심으로 쓴소리를 해줄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승우가 포르티모넨세에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는 이제 얼마남지않았다. 5월말에 종료되는 유럽 시즌에서 포르티모넨세의 남은 리그 공식전은 12경기 뿐이다. 한때 유럽 최고의 재능에서 이제는 그저그런 저니맨 용병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이승우의 처지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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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포르티모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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