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성추문 폭로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성추문 폭로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 뉴욕타임스

관련사진보기

 
미국의 코로나19 영웅으로 추앙받던 앤드루 쿠오모(63) 뉴욕 주지사가 과거 성폭력 의혹으로 추락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각)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세 번째 피해자의 폭로를 보도했다.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선거 캠프에서 일한 애나 루크(33)라는 여성은 지난 2019년 9월 지인의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했다가 쿠오모 주지사가 원치 않는 스킨십을 했다며 당시 찍었던 사진과 함께 NYT에 제보했다.

루크는 "피로연에서 쿠오모 주지사가 다가와 내 허리에 손을 얹어 너무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웠다"라며 말했다. 그는 "즉각 쿠오모 주지사의 손을 치웠으나, 쿠오모 주지사는 '공격적으로 보이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오히려 쿠오모 주지사는 두 손으로 루크의 뺨을 붙잡고 "키스해도 되냐"라고 큰 소리로 물었고, 주변에 있던 친구들도 이를 들었다며 "내가 거절의 뜻으로 고개를 돌리자 쿠오모 주지사도 물러났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쿠오모 주지사의 전 비서였던 샬럿 베넷(25)은 지난해 쿠오모 주지사가 사무실에서 자신에게 "성관계를 한 명하고만 하는가. 나이 든 남자와 자본 적 있느냐"라며 성희롱하는 질문을 던졌다고 폭로했다.

또한 쿠오모 주지사가 "코로나19 때문에 외롭다. 누군가를 껴안고 싶다"라고 말해 자신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주장했다. 베넷은 이 사실을 비서실장에게 알리고 보직을 바꿨다.

그의 보좌관이었던 린지 보일런(36)도 쿠오모 주지사가 업무 도중 갑자기 강제로 키스를 하거나 "스트립 포커(질 때마다 옷을 벗기는 카드 게임)를 하자고 했다"라며 그의 성희롱을 견딜 수 없어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쿠오모 "원치 않은 행동 사과"... 의도는 부인 
 
2020년 6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코로나19 검사를 생중계하는 CNN 갈무리.
 2020년 6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코로나19 검사를 생중계하는 CNN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과거의 성추행 의혹이 연거푸 터지자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피해 여성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내가 했던 행동이 지나치게 둔감하거나, 개인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라며 "일부 행동은 상대가 원치 않는 희롱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누구와도 부적절한 접촉은 없었으며, 자신의 행동이 그저 장난이거나 농담이었다"며 성추행 의도는 극구 부인했다.

쿠오모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냈고, 뉴욕주 검찰총장을 거쳐 2010년 11월부터 뉴욕 주지사로 3연속 당선되면서 10년 넘게 재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매일 언론에 나와 브리핑을 하고, 공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뉴욕주의 성공적인 방역을 이끌었다는 평가로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망자 규모를 일부러 축소 보고했다는 의혹이 나와 연방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데 이어 성추문까지 터지면서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그는 자신이 구성한 조사위원회를 통해 성추문 의혹을 조사받겠다는 '꼼수'를 쓰려다가 불발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바이든 대통령은 독립적인 수사를 지지한다"라고 거들었다.

더 나아가 알레샌드라 비아지 뉴욕주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쿠오모 주지사의 행동은) 부하 직원의 심리를 조종하고 억압하려는 패턴이 분명하다"라며 "당신은 괴물이고, 지금이 물러날 때"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어정쩡한 쿠오모 압박... 왜?

그러나 민주당의 반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진보 성향 작가 미셸 골드버그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민주당은 왜 쿠오모에게 사퇴를 요구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골드버그는 "앞으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사태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민주당은 지금 당장 쿠오모 주지사를 버리는 것이 낫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민주당이 그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코로나19 사망자 축소 의혹과 뉴욕주의 저조한 예방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쿠오모 주지사가 언론을 통해 만든 코로나19 방역 신화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성추문이 터지기 전 뉴욕주 유권자 57%, 민주당원 81%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했다. 

또한 "지난해 여름 벌어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인종차별 시위 이후 문화 전쟁의 무대가 성에서 인종으로 바뀌었다"라며 "미투 캠페인(성폭력 피해 폭로)의 힘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태그:#앤드루 쿠오모, #성추문, #미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