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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 반 동안 LG트윈타워를 청소해 온 노동자 홍이정(62세)씨는 스스로를 "제일 밑바닥"이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청소노동에 대한 자기비하가 아니다. 청소노동자의 계급적 위치를 세상에 드러내려는 저항의 말이다. 동시에 그 '밑바닥'에 선 청소노동자가 국내 정상의 대기업과 용감하게 싸우고 있다는 자긍심의 말이기도 했다.

기업이 노동 효율을 높여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쾌적한 사무공간이 필요하고, 그런 사무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소노동이 필요하다. 여의도 LG트윈타워는 건물이 크고 높은 만큼 청소노동도 대규모로 일어난다. 한 층에는 대략 150명까지 일하는데 청소노동자들은 2개 층을 담당한다고 한다. 300명이 더럽히는 공간을 1명이 청소하는 셈이다.
 
그러나 새벽부터 온종일 빌딩 곳곳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사측은 청소노동자들이 작업복 차림으로 건물 로비에 다니지 못하게 막았다. 홍이정씨는 "우리가 투명인간이 되길 바랐던 거죠"라고 말했다. 바로 그 로비 한 켠에서 그는 동료들과 함께 2달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직 그는 지지치 않은 것 같았다.

"얼마나 좋아요? 지금은 우리가 (로비를) 차지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어질러놓은 사무실은 누가 다 치웠을까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선전 중인 청소노동자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선전 중인 청소노동자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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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조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홍이정씨는 싸움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지극히 당연한 권리였으니까. 그는 자신의 노동을 설명하면서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권리를 침해당한 노동자가 저항할 수단은 그것뿐이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의 공식 출근 시간은 새벽 6시지만, 그 시간에 건물에 들어오는 청소노동자는 없다. 제때 출근해서는 할당량을 도저히 마칠 수 없기 때문이다.
 
홍이정씨 역시 새벽 4시 첫차를 타고 5시쯤 회사에 들어온다. 첫 작업은 화장실 청소. 밤새 더러워진 화장실을 변기부터 거울까지 깨끗이 닦아내고 휴지도 갈아준다. 1개 층에는 8개의 화장실이 있고, 2개 층의 화장실을 모두 청소하려면 약 1시간이 걸린다. 화장실 청소가 끝나면 라운지에서 자판기를 청소하고 쓰레기통 가득 쌓인 야근의 흔적도 없앤다.
 
각종 물품을 나르는 것도 청소노동자의 몫이다. 원래는 층마다 물품을 올려 보냈는데, 노조가 만들어지자 사측은 각자 물품을 타가는 것으로 갑자기 방식을 바꿨다. 휴지 30개, 페이퍼타올 20개, 1.5ℓ짜리 대용량 가글 6통에 물비누와 각종 청소도구까지 쌓아 올리면 대형 플라스틱 통이 꽉 찬다. 바퀴가 헛돌아서 넘어지고 다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쓸고 닦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더러워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 건물에서는 치우는 사람이 1명, 더럽히는 사람은 300명이다. 그래서 청소노동자들은 돌아서면 다시 닦고 돌아서면 다시 쓸어야 한다. 누가 청소노동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걸까.
 
그렇게 '돌닦돌쓸(돌아서면 닦고 돌아서면 쓸고)'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오후 4시 퇴근이다. 들어올 때는 1시간 일찍 왔지만 갈 때는 1분도 먼저 나갈 수가 없다. 퇴근을 해도 노동은 끝나지 않는다. 홍이정씨는 집에 가자마자 가방과 겉옷을 던져놓고 밥부터 차린다. 집안 일을 마치고 한숨 돌리면 저녁 8~9시. 새벽 출근을 위해 잠들 시간이다.
 
청소 서비스 품질 때문에 해고? "정말정말 비도덕적인 말"
 
홍이정씨는 청소노동자의 삶이 '비참하다'고 했다. 그저 노동강도가 높아서만은 아니다. LG트윈타워에서 청소노동자는 사람이 아닌 기계처럼 여겨졌다. 최대한 노동력만 뽑아내면 되는 존재. 쉽게 무시하고 착취해도 되는 존재.
 
한번은 홍이정씨가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을 탔다. 연장근무를 이틀째 하고 난 뒤였고, 커피로 입을 축이면 조금이라도 기운이 날 것 같았다. 그러다 청소를 관리감독하는 실장을 만났다. 피곤을 이겨내고 노동을 하려던 홍이정씨에게 돌아온 반응은 "뭐 하는 짓이냐"는 호통이었다. 일하는 시간에 어떻게 커피를 마시냐고, 커피 마시는 데 5분이나 걸린다고도 했다.
 
홍이정씨는 결국 마시려던 커피를 그대로 버리고 다시 청소를 했다. 그가 매일 열심히 쓸고 닦는 라운지는 오직 입주업체 직원들을 위한 것이었다. LG그룹의 건물관리 자회사(S&I코퍼레이션)의 하청 기업(지수INC)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에게는 휴식할 권리가 없었다.
 
그래도 홍이정씨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는 중장년층 여성노동자에게 허울 좋은 문장에 불과하다. 괜찮은 일자리가 너무 귀했다. 어린이집 교사 경력이 있었지만, 나이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려면" 연차휴가도 안 쓰고 한 달에 2번 연장근무도 해야 했다. 연차수당, 초과근무수당까지 받아야 월 170만 원이 손에 들어왔다.
 
계속하다 보니 청소노동에도 재미가 붙었다. 전 층이 구석구석 깨끗하면 기분이 좋았다. 순수한 노동의 보람이었다. 홍이정씨는 "이 일도 정말 전문적인 일"이라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몇 년만 더 이렇게 일하고 싶었다. 행복했다. 그는 "행복이 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별 게 아닌 행복은 갑자기 멈췄다.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원청인 S&I코퍼레이션이 "서비스 질이 떨어져서 용역회사를 바꾸겠다"고 했고, 업계 관행을 무시하고 고용승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홍이정씨가 자랑스러워했던 서비스 품질이 해고의 이유였다.
 
원래 LG트윈타워에서는 동료가 연차를 내면 그 층의 청소까지 맡아야 했다. 사실상 대가 없는 추가 노동이었다. 조합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게다가 사측은 노조가 생긴 뒤 결원이 생겨도 시간제 아르바이트 인력만 채용했다. 인력을 충원해 노동강도를 줄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일할 사람을 줄인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최선을 다했다. 홍이정씨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여긴 조금만 지저분하면 바로 항의전화가 온다. 더럽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원청 측의 주장이 "정말정말 비도덕적인 말이다. 비인간적인 말이다"라고 말했다. "개수작하지 말라"고도 했다. 인터뷰 중에 나온 가장 격한 표현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은 대화를 요구했지만 아무도 답이 없었다. S&I코퍼레이션은 LG의 자회사이고 지수INC는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고모들이 소유한 회사지만, 이 문제에서만큼은 생판 남이었다. 모두들 청소노동자의 권리는 자신들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했다.
 
노동자 홍이정이 싸움을 멈추지 않는 이유... "여의도에 빌딩이 많다"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청소노동자들.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청소노동자들.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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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이 부당해고로 이어진 지금의 상황에서, 혹시라도 '괜히 나섰다'는 후회는 없을까? 홍이정씨는 이 선택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나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혹여나 고용승계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후회는 안 할 거라고도 했다.
 
"우리 아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서 사람의 마음이 바뀌고 인생관이 달라진다. 노조를 하면서 이 연대가 이렇게 넓은 줄 몰랐다면 이 세계를 모르고 죽었을 거 아니에요? 이 연대, 이 사람들, 이 연결되는 거, 이 세계가 무한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와…."
 
홍이정씨는 인터뷰 내내 '연대'라는 말을 자주 썼다. 다른 노조 지부나 단체와의 연대사업만 '연대'가 아니었다. 동료들과 함께 단결한 것도 '연대'고, 매일매일의 투쟁 활동도 '연대'였다. 그에게 '연대'는 인권을 되찾기 위한 약한 자들의 단결과 투쟁, 그 자체인 듯했다. 그가 발견한 '무한한 세계'는 연대의 세계, 이토록 정의로운 저항의 세계였다.
 
그 세계에서 홍이정씨는 엄마도 아내가 아닌 '노동자 홍이정'이다. 노숙 농성을 하는 동안 그는 수십 년 만에 가사노동도 내려놓고 삼시세끼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면서 투쟁하는 노동자로 살았다. 홍이정씨는 이제는 싸움도 잘하고 연대 발언도 잘한다. 그는 "아저씨(남편)가 우리 마누라가 저렇게 말을 잘하는 줄 몰랐대요"라면서 자랑스럽게 웃었다.
 
홍이정씨는 이제 길에서 건물을 볼 때마다 '저기에도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겠구나. 얼마나 착취를 당할까' 생각한다. 그는 지금의 싸움이 자신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의 투쟁이 다른 건물의 청소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여의도에 얼마나 빌딩이 많냐"고 말했다.

그래서 홍이정씨는 꾸준히 LG트윈타워 농성장을 지키고, 청와대 도보 행진에 나서고, 선전전에 나가 마이크를 잡는다. 돈도 권력도 없는 자신은 "우리 이야기를 계속 메아리치듯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그 이야기는 모두 "살을 붙이거나 뺀다거나 하지 않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수많은 청소노동자를 위한 최전선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 홍이정씨는 그렇게 불평등한 세계를 깨끗하게 쓸어버리고, 무한한 연대의 세계를 한 뼘 더 넓히는 중이다.
 
 - 인터뷰: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박효원, 정슬아
 - 정리: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박효원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프레시안'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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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는 1987년 태어나 세상의 색깔들이 다채롭다는 것, 사람들의 생각들이 다양하다는 것, 그 사실이 만들어내는 두근두근한 가능성을 안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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