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항해'를 치르고 있는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외국인 선수 전원 교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뼈아픈 연패에 빠졌다. 전자랜드는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5라운드 경기에서 77대84로 패했다. 프로농구가 재개된 이후 지난 달 26일 고양 오리온전(74-79), 28일 부산 KT(78-83)전까지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전자랜드가 연패에 빠진 것은 무려 70일만이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2020년 12월 20일 이후부터 15경기 연속으로 승패를 반복하며 한동안 연승도 연패도 없는 퐁당퐁당 행보를 이어왔다. 승률은 더도 덜도 아닌 딱 5할승률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 7일 창원 LG전(86-72)부터 프로농구 2월 휴식기 직전 마지막 경기였던 10일 서울 삼성전(88-72)까지는 모처럼 3연승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프로농구 일정이 재개되자마자 곧바로 3연패를 당하며 귀신같이 5할승률(21승 21패)에 복귀했다. 6위에 머문 전자랜드는 최근 2연승 중인 7위 서울 삼성(19승 22패)에 1.5게임차이로 추격당하며 6강플레이오프 진출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사실 전자랜드는 후반기 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태풍의 눈으로 예상됐다. 휴식기 동안 전자랜드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올 시즌 개막부터 함께 해왔던 두 외국인 선수 헨리 심스와 에릭 탐슨을 한꺼번에 바꾸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 대체 선수로 데려온 조나단 모트리(205cm)와 데본 스캇(202cm)의 기량이 모두 수준급으로 알려지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심스는 평균 14.5점 7.5리바운드, 탐슨은 7.9점 7.8리바운드를 기록중이었다. 비록 기대만큼 기량이 월등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나쁘지도 않은 정도였다. 이미 팀에 적응이 끝난 두 선수를 시즌중에 동시에 바꾼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현재로도 충분히 6강권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올 시즌의 전자랜드가 그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야망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모트리와 스캇의 영입은 기존의 외국인 선수들에게 다소 아쉬웠던 골밑 장악력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다. 특히 모트리는 G리그와 NBA를 오가며 탁월한 득점력을 지닌 선수로 알려지고 있어서 다른 팀들의 경계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뚜껑을 열자 외국인 선수들의 개인기량 자체는 훌륭했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모트리는 3경기에서 17.3점, 6.7리바운드, 스캇은 12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모트리는 데뷔전이었던 오리온전에서 26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KT전에서 15점 7리바운드, KGC전에서는 1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득점력이 오히려 경기를 거듭할수록 떨어졌다.

특히 부진했던 KGC전에서는 홀로 턴오버를 5개나 저지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1대 1 능력은 뛰어나지만 경기체력이 아직 갖춰지지 않아 출전시간 20분만 넘기면 체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게 약점이다. 모트리는 해외경험은 KBL이 처음인데다 국내 입국후 자가격리를 거치며 몸상태를 끌어올릴 시간이 부족했다.

백업 멤버인 스캇은 오리온전에서 10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 KT전에서는 8점 3리바운드를 올렸다. 모트리가 부진했던 KGC전에서는 출전시간을 거의 비슷하게 양분하며 18점 7리바운드 2스틸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모트리 때문에 출전시간은 짧지만 몸상태는 오히려 낫다는 평가다. 2번째 옵션의 외국인 선수중에서는 상위권으로 볼 수 있는 기량이다. 하지만 두 선수가 팀에 적응할 시간을 마냥 기다려주기에는 전자랜드에게 남은 시즌이 그리 길지않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력의 균열이다. 아무래도 시즌 중반에 전술의 핵심 외국인 선수 2명을 한꺼번에 바꾸다 보니 국내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3연패를 당하는 동안 모두 3쿼터까지 리드를 잡거나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도 4쿼터에 연달아 아쉬운 실책으로 자멸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오리온전에서는 막판에 이대성에게 연속 7득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하는 장면에서 약속된 수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KT전에서는 4쿼터 초반까지 근소하게 앞서다가 연이은 야투 실패에 이어 양홍석에게 3점을 허용했고, 박찬희와 모트리가 잇달아 U파울을 범하면서 KT에게 분위기를 내줬다. 주축 선수인 김낙현과 차바위가 연달아 부상을 당하는 악재도 발생했다. 전자랜드는 오리온전에서 4쿼터 14점(오리온전 23실점)- KT전에서는 11점(KT전 21실점)으로 경기 최소 득점에 그쳤다.

김낙현과 정영삼의 부상공백을 안고 불리하게 시작한 KGC전에서는 4쿼터에 21-21로 점수는 대등했지만, 이번에도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급격히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도훈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을 활용한 골밑 공략을 지시했지만 공을 제대로 투입해줄 선수가 없었다. 답답해진 외국인 선수들이 자꾸 외곽으로 나와서 볼을 들고 플레이를 펼치려다가 오히려 리바운드를 빼앗기거나 실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속출했다.

경기를 조율해야 할 김낙현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던 대목이다. 연패로 인한 부담에 국내 선수들이 다소 자신감이 떨어진 듯한 모습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정리하는 전자랜드로서는 중요한 시점이다. 바로 2일에는 전자랜드를 잇는 농구단의 새로운 모기업을 결정할 수 있는 공개입찰이 진행된다. 농구팬들은 전자랜드가 좋은 새 주인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현장에서 좋은 모습으로 농구단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 중단을 선언한 전자랜드는 아직 KBL에서 정규리그-챔프전 포함 우승을 한번도 맛보지 못했다. '6강이 한계'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하여 마지막 시즌에 거물급 외인 교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까지 띄웠지만, 갈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그래도 진정한 프로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설상가상 다음 상대는 리그 2위의 강팀 울산 현대모비스(5일)다. 사흘의 재정비 기간 후 전자랜드는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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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자랜드 공개입찰 구단매각 조나단모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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