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숲속 도서관 작은 도서관
▲ 숲속 도서관 작은 도서관
ⓒ 정무훈

관련사진보기


결국 거실 책장의 책을 모두 꺼내서 노끈으로 묶기 시작했다.

'아빠! 동화책을 왜 다 정리해?'

새 학기를 맞이하여 휴일에 큰마음 먹고 책장을 정리하는데 옆에서 아들이 묻는다. 아들은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다. 책장이 이미 가득 한데 새 책이 자꾸 거실에  쌓여 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화책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책과 장난감을 사들여  물건이 무한정 늘어난다. 새로운 장난감은 살 때마다 구입을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새 책은 살 때마다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이 책은 아이가 정말 좋아할 거야.
이렇게 좋은 책을 읽혀야지.
요즘 이 책이 인기라고 하네.
아이가 고른 책이니 사줘야지.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잘 읽은 책이네.
이 책은 두고두고 볼 책이니 전집으로 사줘야겠다.'


동화책을 들고 내 무릎에 앉던 아이들 
 
동화책 어린이책
▲ 동화책 어린이책
ⓒ 정무훈

관련사진보기

  
하루라도 빨리 사고 싶을 때는 인터넷 서점에서 장바구니에 가득 담은 책을 주문했다. 주말이면 아이와 직접 서점에 들러 전집류부터 단행본, 영어학습 교재와 만화책까지 끊임없이 사들였다. 부모들이 아이의 예쁜 옷을 보면 사주고 싶은 것처럼 책을 보면 스테디셀러에서 신간까지 빠지지 않고 책을 사주고 싶었다.

동화책은 단순히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른도 동화책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시간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는 심심할 때면 항상 동화책을 가져와 읽어 달라고 졸랐다.

'아빠. 책 읽어줘.'
'그래. 같이 읽자.'


아이는 쉴새 없이 책을 들고 내 무릎에 앉았다. 책을 실감 나게 낭독해 주면 아이는 무척 좋아했다. 자주  반복해서 읽은 책들은 너덜너덜해지고 겉표지에도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었다. 동화책은 항상 아이의 상상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동화책 어린이책
▲ 동화책 어린이책
ⓒ 정무훈

관련사진보기

 
아이가 크면서 동화책을 읽는 횟수가 점점 줄었지만 손때가 묻은 동화책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책이 점점 늘어나면서 집 안에 곳곳에 책이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책장을 추가로 구입하게 되고 집안이 점점 좁아졌다. 늘어난 장난감과 책이 집안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우리 가족은 점점 책과 장난감에 포위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누울 장소도 없겠어.'
'뭔가 결단이 필요해.'

거실을 가득 메운 책을 보며 결국 동화책을 정리하고 책장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버릴 책을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이 든 책을 버리자니 마음에서 갈등이 일어났다. 

'이 책은 하루에 10번씩 읽어 주었던 책이네.
이 어린이책은 몇 년 동안 계속 읽은 책이지.
이 그림책은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감동적인 책이지.
이 동화책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네.'


자꾸 정리하던 손에서 동화책이 책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 미련을 버리고 두 눈 질끈 감고 책을 골라내야 했다. 그래서 동화책을 정리하는 원칙을 세웠다.

우선 원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책을 나눠 주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책은 중고서점에 팔거나 처분하기로 했다. 아이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화책 몇 권을 남겨 두기로 했다. 어린 조카가 놀러 오면 읽을 책도 몇 권 남겨 두었다.

우리집이 도서관이 된다면 
 
빈 책장 책정리
▲ 빈 책장 책정리
ⓒ 정무훈

관련사진보기

 
책을 정리하고 텅 빈 책장을 바라보니 아이들이 훌쩍 커버렸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아이는 어린시절 책을 읽으며 꿈의 세계를 여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학생이 된 아이의 책장이 입시를 위한 교과서와 문제집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텅 빈 책장을 보며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동네 작은 도서관을 확대해서 집집마다 공유 책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도서 교환을 원하는 가족들이 서로 일정 기간 책장의 책을 바꿔 읽는 것이다. 

그렇게 책을 공유해서 읽으면 자연스럽게 책읽기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이웃 간의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동네마다 자연스럽게 독서 모임이 활성화 되고 이웃 간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어울려 책을 읽고 함께 놀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개인이 책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공간의 한계가 있다. 책을 함께 읽을 때 더 가치가 높아진다. 정기적으로 마을 나눔 행사도 진행하고 소외 계층에 대한 책 기부도 활동도 활성화되면 좋겠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들이 마음껏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상상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와 독서 기회가 확대되면 좋겠다. 동네 어린이 도서관이 확장되어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에도, 숲속에도, 공원에도 꼬마 도서관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집마다 공유 책장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들이 컴퓨터와 휴대폰 화면에서 벗어나 어디서나 손끝으로 책장을 펼치며 더 넓고 매력적인 세상을 만났으면 좋겠다.
 
동화책 어린이책
▲ 동화책 어린이책
ⓒ 정무훈

관련사진보기

 
아들과 나는 텅 비어 있는 책장을 보며 서로 눈빛을 주고 받는다.

'아빠! 나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우리 오늘 서점 갈까?'
'음... (잠시 고민하는 척)'
'그럼 갈까! 아빠도 사실 사고 싶은 책이 있거든.'


이번에 우리집의 빈 책장이 다시 특별하고 소중한 책으로 가득 채워지면 가까운 이웃과 함께 공유 책장을 시작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