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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 앞. 의협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 앞. 의협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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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성범죄 등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마련된 안이었지만, 이날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가 거셌다. 이번 개정안이 헌법상 최소침해 원칙에 위배하는 등 면밀한 심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법안심사 2소위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타 상임위의 법안들을 재심사하는 2소위는, 역대 국회에서 고질적인 법안 장기 계류로 인해 '옥상옥(屋上屋)' 논란을 불렀던 곳이다.

"선거 출마한 의사, 공직선거법 위반했다고 면허 취소?"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상구)은 "살인이나 성범죄 등을 저지른 의사의 면허는 취소해야 하지만, 직무와 무관한 범죄로 인한 형 선고로 인해 면허를 취소하는 건 헌법상 최소 침해 원칙을 위배한다"며 "예를 들어 의사가 선거 출마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았는데, 그에 대해서도 면허를 취소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또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을 때 자격이 박탈되는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과의 형평성을 이번 개정안으로 맞춘 것'이란 주장에 대해선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들어 "의사를 변호사와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가 펼쳤던 주장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당시 '금고형 이상 선고 자격 박탈' 변호사법에 대한 헌법소원에 "기본적 인권 옹호, 사회정의 실현이 사명인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국민보건 향상, 건강한 생활 확보가 사명인 의사의 의료와 무관한 위법행위는 같다고 볼 수 없다"면서 기각한 바 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 역시 '변호사와 의사는 다르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변호사나 법무사, 노무사는 자격증이고 의사는 면허증이다. 면허는 (자격증과 달리) 일반적으로 금지됐으나 특별한 경우에 주어지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도 (2019년 결정 때) 자격증과 면허증의 차이를 인식하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한홍 의원(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은 "의료인들에게 징벌적 법안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 2소위에서 좀 더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범죄의 구분 없이 금고형 이상의 선고를 면허취소 사유로 삼았던 과거 의료법을 지난 2000년 지금의 형태로 개정한 게 김대중 정부 때라면서, "다시 예전의 법으로 돌아가자는 건데 갑자기 의료인들의 범죄가 늘어난 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하필 지금이냐 지적하지만 국민들은 왜 이제서야 하냐고 해"
  
 2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법안상정을 하고 있다.
 2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법안상정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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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섰다. 특히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앞서 우려됐던 부분들을 충분히 감안했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은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진료 과정에서의 업무상 과실치상·치사로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것인데, 이번 개정안에서 이 부분을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또 "2015년 불법촬영 범죄로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받은 의사가 자격정지 1개월이었고 유사강간행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의사도 자격정지 1개월에 그쳤다. 이 외에도 (범죄를 저질렀던) 많은 이들이 치료행위에 복귀했다"면서 개정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은 "금고형 이상을 받은 의료인들이 한해 100명을 넘지 않는 걸로 안다"면서 해당 개정안이 의사 전체를 규제하기 위한 법이 아님을 짚었다. 그러면서 "의사는 사람의 몸을 다루는 직업이다. 고도의 전문적 기술도 필요하지만 누구보다도 도덕성과 준법정신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지 중요한 순간에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의원(경기 안산시단원구을)은 "왜 하필 방역을 하는 시점에 의료법 개정을 하느냐 지적하지만, 왜 이제서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다"며 "어떤 국민이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 진료나 수술을 받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 개정안을 2소위로 넘기는 건 언제 처리할지 모른다는 얘기다"며 "(같은 취지의 개정안이) 2007년에도 발의됐고 2018년에도 손금주·남인순 의원 대표 발의됐는데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통과되지 못했다. 20년 만에 이렇게 올라온 걸 반성하고, 이 자리서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당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양당 간사와 협의를 통해 의료법 개정안을 법안심사2소위가 아닌 전체회의에 계류시키고 수정안을 마련해 다음 회의 때 처리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금고형 이상 범죄' 의사, 면허 취소 "찬성" 69% "매우 찬성" 50% http://omn.kr/1s6vn
또 상임위 문턱 못 넘은 '환자 3법'... 의사면허는 강철인가 http://omn.kr/1qsm1

민주당 복지위원들 '유감'... "의사 심기는 관리하고 국민 심기는 무시하는 행위"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보건복지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이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을 무슨 권한으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제동을 건다는 말인가"라며 "국민 70% 가까이 지지하는 법안을 누구의 뜻으로 좌절시켰는지 국민의힘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의사들의 심기는 관리하고 국민들의 심기는 무시하는 이 행위에 대해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며 "법사위는 하루 빨리 회의를 소집해서 국민 다수가 원하는 대로, 복지위에서 여야 합의해서 처리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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