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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품었던 '중국'에 대한 관심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무렵,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부친의 동료 교사들이 박봉인 교사직을 그만두고 외판업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부친이 '강매'로 사들인 책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그게 복이라면 복이었다. 함석헌, 이희승 등 열두 분이 쓴 <나의 인생관>을 비롯해 강매한 그 책들을 모조리 읽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임어당(林語堂)의 <생활의 발견> 책을 탐독하면서 어렸지만 나름의 삶의 방향을 잡아갔고, 아울러 '중국'이라는 존재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렸지만 이 무렵부터 독학으로 <논어>나 <도덕경>과 도연명(陶淵明)의 시를 즐겨 읽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도 나의 이런 생각과 독서는 계속 이어졌었다.

당시 중국이라 하면 아직 6.25전쟁의 상흔이 채 씻겨지지 않은 시대적 상황에서 "무찌르자 오랑캐"의 대상이고 '빨갱이 나라'일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두 나라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너무나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조만간 반드시 수교를 할 수밖에 없다고 봤고, 그때 내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야무지게' 생각하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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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의 대학 졸업, '중국 연구'로의 복귀

그래서 대학 입학 당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중문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박정희 군사독재에 커다란 반감을 가지게 되어 곧바로 데모에 나서게 된 것이었다. 제적과 복학을 몇 번 거듭한 끝에 대학은 19년 만에 졸업했다. 1990년대 중반 민주화운동이 쇠락할 무렵, 나를 분노하게 만들어 운동권으로 만들었던 독재 정권은 무너져 소기의 목적도 이룬 셈이었다. 결국 어릴 적부터 원래의 생각이었던 '중국 연구'의 길로 '원대 복귀'했다.

6년의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국회도서관 중국 담당 조사관으로 일했다. '법률 공포' 문제로 어이없는 '징계'를 받게 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나는 직장에서 '집단 따돌림'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국가가 요구하지 않을지라도 나는 국가가 필요한 일을 한다"는 '신념'으로 중국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2011년 출간한 책이 바로 <중국을 말한다>였다.

중국 역대왕조 흥망성쇠의 공식

중국에서는 조대(朝代)는 바뀌어도 제도는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현대 중국에 있어서도 일정하게 성립된다. 무릇 역사 전통이란 마치 큰 나무와도 같아서 뿌리가 깊고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다. 특히 유일한 종교가 바로 '과거(過去)'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경우, 그 전통의 깊이와 폭은 너무도 광대하여 결코 단기간에 쉽게 변할 수 있는 특성이 아니다.
  
중국을 말한다 중국을 말한다 책 표지
▲ 중국을 말한다 중국을 말한다 책 표지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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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청나라 말기의 역사가 하증우(夏曾佑)는 중국 최초의 새로운 형식의 <중국고대사>를 저술하였는데, 그는 이 책에서 중국 왕조 흥망의 '공식'을 지적하였다.

"중국 역사에는 하나의 공식이 존재한다. 대개 태평세대는 개국한 지 4, 50년 지나서 있게 되는데, 이로부터 융성기는 약 100년에 이어진다. 100년이 지나게 되면 수십 년에 걸쳐 난맥상이 나타나고 이윽고 대란이 발생하며 다시 혁명 국면이 만들어진다.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 그리고 다른 나라 모두 마찬가지였다."
 

1945년 7월 중국공산당이 항일전쟁 승리를 목전에 두었던 무렵, 교육운동가 황옌페이(黃炎培)는 옌안에서 마오쩌둥과의 대담에서 중국 역대왕조 흥망성쇠의 주기율(週期律) 문제를 언급하였다. "진실로 이른바 '흥하는 것이 생동하고', '망하는 것이 순식간'이란 한 사람, 한 가족, 한 단체, 한 지방 내지 한 국가 모두 이 주기율의 지배력을 벗어날 수 없다."

<중국을 말한다> 책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태조-태종-세종 식의 순서대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왕조 초기 단계에 비유하여 현대 중국의 시대 구분을 해본다면, 태종대에서 세종대로 넘어가는 단계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국운 상승기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시각에서 현재 중국 정치 체제는 향후 최소한 30~50년에 걸쳐 여전히 활기 있게 상승해가는 시기로 예측하였다.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복안(複眼)이어야 한다

또한 이 책은 역사적으로 이 '중화제국'을 내부로부터 지탱하고 재생산시켜온 자양분으로서의 중국의 상업주의 전통과 특성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이어서 외교와 군사, 내치(內治)의 측면에서 중국은 역사 이래 '천하의 중심국'을 자임하며 단 한 번도 천하 패권에의 의지를 포기한 적이 없던 패권 지향의 국가임을 단언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부상이 우리 한국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밝히면서 현재 한국과 중국 간에 존재하는 인식의 틀에 대한 교정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역사를 보는 사마천의 눈은 복안(複眼)이라고 한다. 사물을 한 측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측면과 각도에서 관찰하고 분석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국을 말한다>는 중국을 보는 우리의 눈도 마땅히 '복안'이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중국이 그 자체로 지니고 있는 장구한 전통과 유구한 문화와 사상 그리고 풍부한 경험의 두께와 깊이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중국은 정치 체제의 상부 구조만이 아니라 하부 구조가 대단히 활성화된 나라로서 그 하부 구조에는 상업주의, 타협 정신, 한자와 유학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문화적 전통, <사기>와 <손자병법>으로 상징되는 역사와 군사기록 등 다이내믹하게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대물박(地大物博)과 지상 국가에서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활성화된 사회 중 하나라고 단언한다.

<중국을 말한다>는 2011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인 내가 인세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또 출판사 측이 시진핑(習近平)을 우리 한자 독음 그대로 '습근평'으로 표기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등 이유로 계약이 파기되었고 책도 절판되고 말았다. 하지만 <중국을 말한다>는 내가 민주화운동에서 '중국 연구'로 복귀한 후 출간한 첫 번째 책으로서 '내 인생의 책'으로 부르기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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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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