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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금융기관 최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군 서산수협 본점 전경
 지역 금융기관 최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군 서산수협 본점 전경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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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수협 직원의 수십억 원 횡령 사건이 알려지면서, 본점이 있는 충남 태안이 발칵 뒤집혔다. 조합 대의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대의원 비대위)는 감사 결과의 투명한 공개와 조합장을 포함한 간부·임직원 임금인상분 반납, 정상화 방안 제시 등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조합 측은 정기총회 자료를 만들기 위한 결산 과정에서 서산수협 신진도 바다마트에 근무하는 A(40)씨가 상당 금액 횡령했을 가능성을 발견했다. 곧이어 서산수협은 총무팀이 조사에 돌입하자 A씨가 전날 돌연 근무 중 잠적했다며 횡령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잠적한 지 사흘 만인 지난달 15일 경찰에 자수했다. 태안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30억2천만 원 정도의 어구와 어선 부품, 면세유 등 대금 일부를 생산업체나 도매상에게 송금하지 않거나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횡령 혐의 등에 따른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오는 3월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수협중앙회 감사팀도 서산수협에 급파돼 정확한 횡령액 실사에 돌입했다. 서산수협은 수협중앙회로부터 2주에 걸친 감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금액을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억 원이 넘는 대규모 횡령 사건은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서산수협 직원, 어촌계장, 이사 등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수협중앙회의 감사 결과와 징계 절차만을 남겨 놓고 있다. 서산수협은 수사 의뢰 이후 해당 직원과 담당 과장을 직위 해제한 상태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서산수협이 위기를 맞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조합 측은 중앙회의 인사 조치가 담긴 감사 결과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산수협 대의원 비대위 "조합원 피·땀 서린 30억여 원 횡령, 책임져라"
 

이에 서산수협의 대의기구이자 최고의결기관인 대의원들이 긴급 회동을 통해 비대위를 구성하고 이원면 정광훈 대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 서산수협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25일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대의원 비대위는 지난 22일 오전 10시 서산수협 회의실에서 8명의 대표가 모여 '서산수협의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요구'를 채택한 뒤 김성진 조합장에게 전달하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전국 3대 수협으로 80년의 역사와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서산수협이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피와 땀이 서린 30억2천만 원의 상상도 할 수 없는 공금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어 "전대미문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서산수협의 근간이 되는 조합원들은 뉴스에서나 소식을 듣고 있다"며 "어떠한 해명도 대책도 책임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조합 측의) 무능과 무책임을 똑똑히 보고 있다"고 질책했다.

대의원 비대위는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모든 책임을 지고 서산수협의 정상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임금인상분 반납, 책임자 변제 등을 통해 횡령 사건으로 인한 손실액을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김 조합장과 정아무개 상임이사 등에게 요구안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전 국민과 조합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인데도 불구하고 2020년 11월 5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약 20억여 원 이상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기만(실제로 16억 원 흑자)하는 등 조합장과 임직원들의 임금인상을 주장했다"며 대의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해 조합장 39.54%, 상임이사 27.91%, 직원 4.2% 외에 특별상여금, 복리후생비 등 7억5천여만 원의 임금인상안을 원안 가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횡령 사건 발생으로 인상된 임금을 자진 반납하라는 조합원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조합장과 상임이사, 직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에게 백배사죄하고 심기일전한다는 뜻으로 횡령 사건에 따른 손실금이 전부 충당될 때까지 임금인상분 전액을 자진 반납해 서산수협의 정상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의원 비대위는 또 "횡령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최소한의 조치인 순환 보직인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인사권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라"며 "그것을 관리·감독하지 않고 방치한 임원들인 이사 감사들도 조합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확실한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라"고 밝혔다. 이밖에 ▲ 수협중앙회 감사 결과를 즉각 밝힐 것 ▲ 횡령 사건 지휘계통 직원들의 변제 여부와 관련해 법률 검토를 진행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서산수협 조합장 "정상화 방안 준비 중... 조금만 기다려 달라"
 
서산수협 대의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서산수협 김성진 조합장에게 요구안을 전달했다.
 서산수협 대의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서산수협 김성진 조합장에게 요구안을 전달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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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 조합장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면서 "사고 이후 임직원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정상화를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임금인상분 반납 요구에 "사고 발생 이후 조합장, 상임이사, 1급인 상무급 6명이 자진해서 인상분을 반납했고, 이사, 감사들도 비대위를 구성하고 인상된 여비를 반납하고 정상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직원들은 노조가 있어서 간섭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흑자가 계속됐음에도 수년간 (임금) 동결이 됐다가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돼 (자발적으로) 결단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사죄와 정상화 방안을 담은 서한문 발송을 준비해 놓은 상황"이라며 "수협중앙회의 인사 조치 결과가 내려오면 자체 인사위를 소집·확정한 이후에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아무개 상임이사는 "한 개인 직원에 의한 단독 횡령사고가 발생했지만 부서장에 의한 지휘 감독이나 순환보직을 제대로 못 챙긴 부분은 송구하다"면서도 "현재 30억2천만 원 정도의 횡령사고가 발생했음에도 84억 원 정도의 경영이익이 발생해 조합 등급이 3등급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영 상황상 임금인상분 반납이 필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읽힌다.

그러자 이날 서산수협의 입장을 전해 들은 정광훈 비대위원장은 "지난번 간담회 때와 달라지거나 진전된 내용은 없는, 무책임한 모습을 또 확인하게 된다"고 격노하며 "임직원들이 공동의 책임이 있으니 직원들도 십시일반의 각오로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 위원장은 "(횡령 사건 피의자가) 대형 로펌을 고용해 자신의 구명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이는 순서가 바꾼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사죄하고 그의 가족들은 최대한 변제 노력을 하도록 조합이 나서줘야 한다"고 전했다.

구본춘 비대위원도 "중앙회의 감사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지역신문이나 서한문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사실을 공개하라"며 "조합장이 '이사 등 임원 등을 포함해 비대위를 같이 구성하자'고 하는데, 그들도 이번 횡령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당사자여서 비대위를 같이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원들의 대의기구인 대의원회가 제대로 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지 감시하면서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횡령 사건으로 수년간 흑자를 이어가던 서산수협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비대위의 통합 여부와 서산수협이 내놓을 정상화 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서산수협, #횡령사고, #서산수협비상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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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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