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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영역에 있는 청년들은 모두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지 않다면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고, 안정적인 생활도 쉽지 않은 정치를 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를 이익창출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기야 하겠으나 적어도 청년 중엔 없다고 믿고 싶다. 어찌됐건 선출직이든, 보좌진이든, 학자든 정치영역에 뛰어든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데 쓰인다는 보람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영역에 있는 청년들 중 심각한 결함을 지닌 사람들이 간혹 있다.

나는 많은 청년들과 활동하고 교류하며 살아왔다. 근데 개중에 조금 똑똑하다 싶은 청년들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믿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자신이 제일 지혜롭고 지식이 많기 때문에 자신 이외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 앞에 굴복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보면 SNS에 "이런 생각을 하는 멍청이도 있다"며 글을 썼고 술자리에선 목소리를 높여 싸웠다. 상대방의 무지를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고 그들은 정치적으로 어떤 일도 하지 못 했다.

반면에 자신이 조금 모자라는듯 보이더라도 끝내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은 행동이 불러올 영향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이뤄내야 할 것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수많은 비판에 직면할 때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비난과 조롱 앞에서도 웃으며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설득해나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는 이런 청년들이 끝끝내 사회를 한 뼘이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거라 믿는다.

정치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한 번 생각해보자. 정치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무지몽매한 시민들'을 비난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말들을 늘어놓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정치인인가. 아니면 민주주의라는 것이 시민들의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고 믿고 그들을 설득하며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정치인인가.

정치인은 평론가가 아니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날선 비판이 담긴 글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서 함께 비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평론가의 일이다. 흔히 이 일을 정치인의 역할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긴 한데 이것은 정치인의 역할이 아니다. 정치인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정치인의 말은 문제점에 대한 비판으로 끝나면 안 된다. 정치인은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UFC선수가 아니다. 무대에서 상대방을 꺾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은 절대 정치를 해선 안 된다. 정치의 무대는 넓다. 정치인들만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을 지켜보는 관중들이 있고 관중들의 수가 훨씬 압도적이다. 눈앞의 상대방을 파멸시키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관중들은 당신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정치인은 훈육관이 아니다. 대중을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은 학업에 열중하는 게 나을 것이다. 민심은 위대하다. 감히 그것을 거스르려 해서는 안 된다.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민심을 리드해야 한다. 민심을 꾸짖으면서 다른 방향으로 가자고 주장하거나, 매질을 하거나, 계도하는 하는 사람은 물구나무를 선 채로 지구를 들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일 뿐이다.

종교인들이야 저마다의 진리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올곧게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에겐 진리가 없다. 니체의 말대로 진리를 향한 권력의지만 있을 뿐이다. 지도 없는 숲에서 새롭게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고 함께 가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두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며 사는 사람은 정치와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다.

'당신은 책을 읽지 않아 나보다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니 의견을 제시하지 말라', '진리는 내 안에 있으니 너희는 나를 따르라', '내 말을 거스르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이다'는 식의 태도로 세상을 지휘하려는 사람. 이런 사람은 정치를 해선 안 된다. 특히 청년정치를 말하며 이런 태도를 견지한 사람은 지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접고 막스 베버가 말했듯 개인관계에서 꾸밈없는 우애라도 닦으며 사는 게 좋을 것이다.

'시대를 위한 소명, 시민들과 함께, 포기하지 않는 열정', 정치인의 3조건

정치인은 소명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인에게 어떤 시대적 소명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정치를 출세를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 소명이라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한다거나 청교도적인 도덕을 시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세상을 위한 소명이라고 할 수 없다. 평범한 시민들과 공감하면서 시민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목표를 가진 자만이 정치에 임할 자격을 갖는다. 

정치인은 시민들과 함께 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인은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를 치고 응원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말만 하면 사람들을 등 돌리게 만드는 태도로는 정치 영역에서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부단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정치인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지만 정치인이 해야 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 정치인은 정치혐오와 싸워야 하고 정치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진보정치인은 약자를 위해 싸워야 한다. 정치는 막스 베버의 말처럼 "열정과 균형적 판단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구멍 뚫는 작업"이다. 베버는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발은 진흙탕을 밟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손만은 하늘을 가리키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태그:#청년정치, #청년,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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