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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은 이민행정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법무부가 지난 15일 정책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아동이 출생신고를 통해 법적 신분을 갖게 하는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도입 방안을 심의한 부분은 향후 이민 행정의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농어촌 일손 부족 해소 조치로 3월 2일부터 최장 13개월 동안 '국내 체류 외국인 한시적 계절근로 허용 제도'를 시행하도록 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국내 체류 중이나 취업할 수 없는 외국인들이 계절근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이 제도는 방문동거 및 동반 자격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들과 체류기간이 만료된 방문취업 동포 및 그 가족, 비전문취업 자격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합니다.

체류 자격 외 활동을 한시적으로 허락한 이러한 변화는 이제야말로 미등록자들을 외국 인력으로 수용하는 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라는 신호입니다. 근본적인 체류 자격 변동없이 시행하는 이번 조치는 출입국정책은 철저히 국익에 기초한다는 것을 증명하며, 체류는 불허하되 노동을 허하는 이중잣대를 없앨 때가 되었음을 말해 줍니다. 

태국 미등록자 합법화가 주는 의미
 
 2007년 12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단속추방반대 행진하는 이주노동자들
 2007년 12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단속추방반대 행진하는 이주노동자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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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지난 1월부터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 온 미등록자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19만 명이 합법화 신청을 했는데 태국 정부는 50만 명 정도까지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고, 국경 폐쇄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할 목적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라는데, 미등록자가 40만 명에 이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03년 고용허가제를 시행되기에 앞서 시민단체들은 체류 기한에 상관없는 전면적 합법화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체류 기간이 3년 미만인 자는 합법화하여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3년 이상 4년 미만이면 일시 출국 후 재입국하여 취업할 수 있도록 한 반면, 4년 이상이면 강제추방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정부가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선별적이나마 미등록자 합법화에 나섰던 것은 합리적 외국인력정책의 수립과 고용허가제의 성공적인 정책을 위한 시도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2002년부터 합법 체류자였던 산업연수생과 연수생으로 1년을 보낸 연수취업자와 연수생 이탈자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외국인력 총정원관리제를 도입했습니다. 전체 외국인력의 80%가 넘는 미등록자를 제외하고는 고용허가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안착시킬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합법체류자의 네 배에 달하던 미등록자 합법화가 진행됐습니다. 외국인력 총정원관리제는 정부가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면서 미등록자들이라도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지난 1월 28일 코로나 예방접종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수도권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와 요양병원 입원환자, 종사자 등 75만 명을 시작으로 접종 대상과 시기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이주민 중 미등록 외국인까지 접종대상에 포함시킨다고 했습니다. 바이러스가 국적이나 체류 자격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놓고 보면 공중 보건적 측면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신분 노출을 기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선뜻 접종에 응할지는 의문입니다. 

남양주 공장의 이주노동자들 집단감염... 한 방에 4-8명 거주  
 
 경기도 남양주시 진관산업단지 대동프라스틱 공장에서 직원 100여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가운데, 17일 오후 공장 부근에 설치된 임시진료소에서 공단 입주업체 직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장 직원 대부분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관산업단지 대동프라스틱 공장에서 직원 100여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가운데, 17일 오후 공장 부근에 설치된 임시진료소에서 공단 입주업체 직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장 직원 대부분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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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남양주시 한 공장에서 123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 중 111명은 기숙사에서 합숙하는 이주노동자들이라고 합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집단 감염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던 싱가포르 사례에서 보듯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집단 감염이 확산되던 시기에 전체 감염의 80% 이상이 이주노동자 30만여 명이 공동 거주하던 기숙사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들 기숙사는 한 방에 4~8명이 집단으로 밀집 거주하여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밀접접촉자 간 감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비좁고 열악한 기숙사를 사용하는 가운데 고용주들은 출입을 통제하다 보니, 집단 감염이 일어나기 좋은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스스로 조심하고 지원단체들의 마스크 배분 사업 등이 있었기에 그나마 견뎌왔다고 봅니다.

방역당국은 이미 미등록자라도 국민건강, 코로나19 전파 또는 고위험군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예방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에 앞서 신분적 안정 조치, 합법화와 같은 조치가 없을 경우 미등록자들은 강제추방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접종에 쉽게 호응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라도 미등록자 합법화 조치가 필요합니다. 

노동력 부족 해소, 코로나19 방역, 미래 이민 전략
 
 2007년 12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단속추방반대 행진하는 이주노동자들
 2007년 12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단속추방반대 행진하는 이주노동자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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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나 법무부 출입국 등에서 하이테크 분야의 전문기술자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민 정책을 고수해 왔습니다. 결혼 이민자 지원 정책에 있어서도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국적 취득절차를 강화하여 이민을 통제해 왔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선별적 배제와 차별은 외국인력과 출입국 이민정책의 근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정책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정부 당국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2020년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선순환 대책으로 자진출국자에게 재입국 혜택을 준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습니다. 그 결과 6만 명 정도가 자진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각국 국경이 봉쇄되면서 출국자 대부분이 재입국할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변수가 주요하게 작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책 신뢰도가 바닥이 되었습니다. 비록 코로나 대확산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출입국 당국은 자진신고자들에게 납득할만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향후 재입국 정책이 다시 시행된다 해도 외국인들의 호응을 얻을 리 만무합니다. 게다가 미등록자들의 정책 당국에 대한 커진 불신은 코로나19 방역 정책 등에 있어서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렵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40만이라는 사상 최대 미등록자를 놔두고는 외국인 정책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점에서 법무부는 미등록자 문제를 나 몰라라 해서 안 됩니다. 고용허가제를 대폭 손봐야 할 시점에 이른 고용노동부도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입니다.

현재 고용허가제법 개정안 논의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고, 코로나 이후 인력난 호소를 요구하는 사업주들의 요구에도 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논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과거 미등록기간에 따라 선별적 합법화 당시 제외했던 장기 체류자일 경우에도 숙련도 등에 있어서 이점이 있다는 점에서 영주권 신청을 허락하는 실질적 합법화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 밖의 미등록자들은 나이, 업종, 숙련도 등 노동시장 요구 등에 따라 체류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가 이뤄질 경우 동반가족 역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잡아야 합니다. 특히 학교 재학 중인 아동은 학습권 보장 등의 명분으로, 학교 밖 아동이 부모가 귀국한 경우에도 거주사실 증명 등을 통해 합법화 논의에 포함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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