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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위험 한 가운데 놓인 농촌의 현실이 위태롭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농촌의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교육은 지역 재생 발전의 핵심 요인입니다. 지역의 교육이 살아야 지역의 삶은 희망을 꿈꿀 수 있습니다. 현장 '활동가'의 눈으로 그려낸마을교육공동체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전남 영광군 묘량면 '깨움 마을학교'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소문은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라다녔다. 그 학교 학부모들은 드세다느니, 학부모들이 학교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느니, 힘든 학교로 소문이 나서 교사들이 기피한다느니 하는 말들이다. 실체 없이 떠도는 말들이 쌓여 '프레임'이 되었다. 

12년 전, 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를 살리는 데 가장 먼저 나선 것은 학부모들이었다. 아이들의 배움터가 사라진다는 것은 마을에서 꿈을 꾸며 성장할 기회가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이 없어진다면 삶터의 현실은 척박해지고 지역의 미래는 닫힐 것이다. 희망을 잃어버린 지역, 사람이 떠나는 지역에서 과연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 가능하단 말인가? 

학부모들은 절박했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할 여유가 없었다. 학교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효율성을 내세운 경제적 논리로만 일관하며 요지부동인 행정 관료들과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뜻이 있는 교사들의 동참을, 지역 주민들의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참견인가, 참여인가
 
묘량교육공동체협의회 학부모가 교육의 공적 주체라는 자각을 갖고 참여한다. 학교와 지역은 자율과 공생의 원리로 소통하고 협력한다. 이러한 문화가 일상의 공기처럼 삶속에 스며들 때 '교육공동체'는 가능할 것이다. 사진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한 자리에 모여 협의하는 '묘량교육공동체협의회' 모습.
▲ 묘량교육공동체협의회 학부모가 교육의 공적 주체라는 자각을 갖고 참여한다. 학교와 지역은 자율과 공생의 원리로 소통하고 협력한다. 이러한 문화가 일상의 공기처럼 삶속에 스며들 때 "교육공동체"는 가능할 것이다. 사진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한 자리에 모여 협의하는 "묘량교육공동체협의회" 모습.
ⓒ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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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그때부터였나 보다. '드세다'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 게... 우리는 '참견'과 '참여'의 경계에서 고민했고, '민원인'과 '교육주체'라는 정체성의 틈바구니에서 흔들렸다. 학부모가 과거 '자모회' 수준을 넘어 공교육의 '주체'로 역할을 하고자 할 때 필연적으로 좌충우돌한다. 보통의 어른 세대가 그렇듯이 참여와 민주주의에 대한 일상에서의 경험과 학습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좌충우돌해야 성장한다. 무언가 되어가는 과정은 숙명처럼 '갈등'을 동반한다. 갈등 없이 조용하게 일이 된다면 좋겠지만, 세상사에 그런 '판타지'는 실재하지 않는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고 겪어내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하듯이 '공동체'라는 소우주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묘량중앙초 학부모는 교사와 학부모, 아이들 모두를 한 식구처럼 서로 믿고 배우며 협력하는 배움의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학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서로 신뢰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묘량중앙초 학부모는 아이들을 되도록 자연을 가까이 하여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 협동과 배려, 나눔의 미덕을 배워,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을 기본적인 교육방향으로 합니다." 

- 묘량중앙초등학교 학부모 선언문(2013년) 중에서

'참여'는 억지로, 저절로 되지 않는다. 교육 철학과 가치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 수준이 곧 참여의 폭과 수준을 결정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올바른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소통해야 한다. 

묘량중앙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시골의 작은학교에서 아이를 교육하고 키우는 분명한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약속'은 교육 활동을 하면서 겪는 마찰과 갈등을 인내심 있게 해결하고 성장의 과정으로 만드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한다.

엄연히 국가 공공재인 교육에 관여하는 만큼 해당 주체들은 '공공성'을 최대한 발현시키고 발전시켜나가는 방향으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학부모가 교육의 공적 주체라면 당연히 교육의 협력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학부모를 동원의 대상이나 민원인 취급하는 학교 행정의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학부모회의 활동에서도 자율성, 민주성, 책임성을 강화하고 학교 운영에 의미있게 참여하기 위한 다양한 모색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교육의 공적 주체로서 학부모들의 자율적이고 책임적인 역할이 강화될 때 학생-교사(교직원)-학부모로 구성되는 '학교 공동체'를 이루어나갈 수 있다. 

공교육의 전환과 혁신을 위해 
 
작은 학교, 시골 마을의 희망으로 크기는 작지만 품고 있는 교육적 열망은 결코 작지 않다.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지역공동체의 희망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
▲ 작은 학교, 시골 마을의 희망으로 크기는 작지만 품고 있는 교육적 열망은 결코 작지 않다.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지역공동체의 희망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
ⓒ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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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의 길을 묻고 싶습니다. 참된 학교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자율적인 존재로 존중받고 인격적 성장을 이뤄가는 학교, 교육주체들의 지지와 상호협력 속에서 아이들의 행복한 배움터로 성장하는 학교를 꿈꿉니다. 이런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작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 크게는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고 선택하는데 참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존재로 성장해 가기를 원합니다. 

크기는 작지만 '교육력'은 결코 작지 않은 학교가 바로 우리 묘량중앙초등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학교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바로 그 '작다'는 데 있습니다. 학부모는 교사를, 교사는 학부모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함께 토론하고 모색한다면 크고 작은 갈등은 충분히 '아름다운 성장통'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2017년 7월 3일, 묘량중앙초등학교 학부모회가 학교장에게 제출한 '의견서' 중

혁신학교 4년 차 전남도교육청의 '종합평가'를 앞두고 학부모회가 학교에 보낸 '의견서'이다. 이 의견서의 내용을 만들고 문구를 조정하는 것까지 학부모회 안에서 수차례 숙고의 과정을 거쳤다.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에 대한 소통의 부족, 상호 토론의 실종, 수용과 협력의 부재를 겪으며 진통을 겪고 있었다. 자율학습장, 통학버스, 독서기록장, 체험학습 등 학교 교육 과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했다. 일부는 심각하게 전학을 고민할 정도로 신뢰가 흔들렸다. 

문제와 갈등의 존재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다루는 태도와 방법이다. 여기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는 '민주주의'다. 학교 민주주의가 활발하게 작동해야 교육 주체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발현되고 선순환 할 수 있다. 

교실이라는 공간은 교사의 '신성불가침'한 영역이 아니다. 교실은 교사의 교육적 신념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공간임과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흐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소통과 협의를 기본 운영원리로 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학교가 바로 '혁신학교'이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기 위해 만든 선도적인 학교 모델로써 획일화, 표준화, 중앙집권화를 교리로 하는 기존 학교 교육 시스템의 전환을 추구한다. 

초중등교육법 제16조 및 동법 시행령 제105조에 근거해 교육감이 지정하는 '혁신학교'는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학교 운영, 다양하고 특성을 살린 교육과정 운영,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참여 확대 등 일반 학교와 구별되는 차별화 된 특성을 갖는다. 

자원의 부족과 벌어지는 격차로 농촌의 교육 여건은 도시의 그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학부모들은 소멸의 '경고등'이 켜진 시골 마을의 유일한 학교, 그 학교가 '작은학교'임과 동시에 '혁신학교'라는 교육적 강점을 충분히 발휘해 지역사회의 희망으로 성장해 나가길 소망한다. 

다른 교육을 상상한다면 다르게 행동하라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시대는 끝났다. 배움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다. 진정한 배움의 장에서는 가르침을 주고받는 이들 사이에 위계가 사라지고 함께 길을 찾아 나가는 도반(道伴)이 될 것이다.

배움이 일어나는 시작과 끝은 교과서가 아니라 '삶의 현장'이다. 교육 활동이 국가에서 규정한 '교과서'로만 치환된다면 진정한 배움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사가 교과서에만 의존하거나 그 내용을 전달하는 '지식 중개자'의 위치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본디 교육은 국가에 일방적으로 맡겨버리는 상품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의무였다.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교육의 주체로 각성하고 참여하는 것은 공교육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개혁하는 노력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교육과 배움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면서 좋은 사회 안에서 좋은 아이를 길러내겠다는 어른의 책무이다. 

묘량중앙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참여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학교 교육을 확장하고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으로 진화해왔다. 학부모들이 기획자, 실무자, 강사, 자원봉사자로 다양하게 참여해 만든 '깨움 마을학교'는 2015년에 시작해 7년째 이어오고 있다. '깨움 마을학교'는 학교와 협의하고 공동 기획해 '마을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중 10여 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른 행동이 다른 교육을 만든다. 이 생각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시골 농촌의 교육도 희망을 꿈꿔볼 수 있을 것이다. 크기는 작지만 품고 있는 열망은 크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새로운 선생님들을 만난다. 처음 오시는 분들은 낯선 학교 문화와 지역의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역사회는 마음속에 '질문'을 품고 시골 학교에 오시는 선생님들을 환대할 것이다. 살아나는 배움을 위해 도전하고 혁신하면서 교육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 응원할 것이다. 촌 동네 '기피대상' 학교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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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사려깊고 유쾌하고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협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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