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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른 아침 냉동창고로 급히 와달라는 문자 한 통을 받고 옥구 시골마을로 들어섰다. 입구가 어딘지 몰라 한참을 헤매다가 차들이 모여있는 주차장을 보고 이곳인가 싶어 주차를 한 뒤 냉동창고를 열어보니 이미 여사님들과 한 청년이 먼저 와서 쑥찰떡을 포장 중이었다.

웬일인가 싶어 여쭤보니 그동안 경로식당 급식소가 설날과 추석 당일날 일 년에 두 번 쉬었는데 올해는 설 연휴 4일 동안 멈추게 되었단다. 시민단체 한 곳에서 이 사실을 알고 서둘러 떡을 맞추고 나눔을 하는 거라고 했다.
 
급식 봉사
 급식 봉사
ⓒ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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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 명절 설날은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삼삼오오 가족들과 함께 장을 보며 새 옷을 사 입고 마냥 즐거웠던 날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 방앗간, 명태포를 떠서 파는 아주머니, 여기저기 목놓아 물건 파는 소리들, 지나가는 짐차와 사람들. 명절이 되면 한복을 차려입고 가까운 이웃집으로 세배를 다니며 받은 세뱃돈에 기뻐하던 소소한 추억이 있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던 듯하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덮치기 전까지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이다. 2020년 설 명절을 코로나로 인해 어리둥절하게 보낸 우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상황이 더 악화되어 가족조차 만날 수 없는 명절을 맞이하리라는 것을. 작년 설 명절을 시작으로 추석 때도 그렇게 보냈고, 크리스마스 때는 모두들 힘겨운 표정으로 한해를 마감했다.

2021년이 되면 특별히 달라질 것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새해를 기다리고 맞이했다. 다행히도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이 된다고 하니 이제 힘든 경기가 풀리기만을 바라면 된다. 지난 1년을 앗아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네 인심도 사라지지 않았을까 염려스러웠다.

오늘 설 명절을 앞두고 급식을 끝내면, 4일 동안 급식이 멈춘다. 이 추운데 식사까지 못 하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다행히도 군산시민단체에서 이 사실을 알고 빵과 떡을 준비했다고 한다.
 
급식 봉사
 급식 봉사
ⓒ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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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의원이 쌀 두 가마니를 후원하여 가래떡을 만들고, 시민단체에서는 300여 명 분량의 빵과 4일간 드실 수 있는 찰떡을 만들었다. 지난 이틀 동안 급식소에 모인 봉사자 여사님들은 전을 부치고 명절 음식을 준비해주셨다. 그런데 봉사자 여사님들을 보면 대부분이 70세 가까이 되시거나 70세가 넘으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함께 음식을 포장하면서 여쭤봤다.

"이 추운데 늘 봉사를 나오시는 모습을 보면 제가 부끄럽기도,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사님의 답변은 간단했다.

"그래도 난 건강하쟎어, 지금 봉사는 암것도 아니지. 20년 전에는 차도 없어서 얻어타고 다니고 내 밥은 내가 싸갖고 댕겼어."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해오신 봉사라는 말씀도 감사하다.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지금 이 자리에서 봉사로 나눔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도시락만 나눠드리다가 오늘따라 빵과 떡까지 있어 푸짐해진 보따리를 보니 마음이 울컥해졌다.

오늘 급식을 받지 못하면 안 되는 걸 알기에 많은 분들이 다른 날에 비해 더 일찍, 그리고 더 많이 찾아오셨다. 찾아오신 분은 평소보다도 많았지만 붐비지 않고 질서 있게 도시락을 받아들고 가신다. 그 발걸음에 건강을 함께 빌어본다. 양손 가득 푸짐하다고 좋아하시는 할머니께 빼먹지 않고 덧붙인다.

"할머니 이거 하루 만에 다 드시지 말고 나눠서 아껴드세요."
"응 고마워, 색시도 새해 복 많이 받아."

덧붙이는 글 | 지금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죠, 하지만 부정의 마음보다 함께 이겨나가자는 긍정의 마음으로 극복했으면 합니다.


태그:#4일연휴, #무료급식, #떡나눔, #시민단체,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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