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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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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되어도 넘치게 된 우상호 형에게 신축년 흰소의 신성한 축복이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 그런데 왜 그렇게 지지도가 안 오르는 걸까요? 우상호, 꼰대 아닌데...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지난 1월 4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 메시지의 마지막 문장이다. 전대협 학생운동 후배이자 고교(서울 용문고) 후배로서, 우상호 예비후보의 승리를 기원하는 격려를 담았다. 특별히 참고표시(※)까지 붙여서 끝맺었던 이유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대한 안타까움과 역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출마선언 이후 약 두 달, 그러나 우상호 예비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불리한 상황에도, 정작 언론을 통해 접하는 우상호 예비후보의 모습엔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인다. 당내 경쟁자인 박영선 전 장관이나 상대 당 안철수, 나경원·오세훈 예비후보 등이 인지도·지지도에 비해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박영선 장관에 비해 너무 지지도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앞으로 극적인 드라마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잠시 필요한 '판단중지'의 시간

에포케(epoche)라는 단어가 있다. 고대 그리스의 회의론자(懷疑論者)들이 주로 쓰던 용어다. '판단중지'라는 뜻으로 주로 쓰이고, '멈춤'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둠'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판단할 때, 주체인 사람과 판단대상의 상황 및 조건들이 모두 다를 뿐 아니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생긴 개념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라는 저서를 통해 에포케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뒤를 이은 현상학(phenomenology)의 대표적인 학자 E. 후설(E. Husserl, 1859~1938)은 이 에포케에 대해, '틀린 판단을 내리지 않기 위해 먼저 눈으로 대상을 괄호로 묶어 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늘 예측불허의 상황이 연출되는 선거의 계절, 성급한 낙관이나 비관은 모두 금물이다. 잠시나마 갖는 '판단중지', 혹은 '잠시 멈춤'의 시간이 우상호 예비후보에게 필요해 보인다.

4월 7일 보궐선거의 의미와 현재 판세

이번 보궐선거는 다음 대선의 전초전이자,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지닌다. 패배할 경우,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권재창출 가능성에는 빨간 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에게, 그야말로 당과 정권의 운명을 건 중대한 승부처다. 앞으로 선거일까지 약 2개월, 상황파악을 위해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을 잠시 분석해보기로 한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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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4년차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는 대략 40%를 위아래로, 같은 시기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많다는 점에서는 불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단임 대통령제의 특성상, 임기 말로 가면 갈수록 지지율이 하락하는 건 불가피하다. 
  
한국갤럽 2021년 1월 넷째주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한국갤럽 2021년 1월 넷째주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 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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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정당지지도
 서울지역 정당지지도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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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대체로 국민의힘을 앞서고 있고, 범여권 진영(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의 합산 지지율이 범야권 진영(국민의힘+국민의당)의 합산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이다.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적합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적합도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적합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적합도
ⓒ 중앙선관위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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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서울시장 후보적합도는 1월 초부터 박영선 전 장관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주민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인 2월 2일과 3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적합도 조사에서는 박 전 장관과 우상호 예비후보의 격차가 더욱 확연히 벌어진 모습이다.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적합도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적합도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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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적합도는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결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안철수 예비후보가 앞설지는 알 수 없다. 나경원·오세훈 예비후보 등 국민의힘 출마자들 지지율을 합산하면 안철수 예비후보 지지율을 점점 앞서는 조사결과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3자 대결을 해도 국민의힘 후보가 충분히 승리한다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야권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서울지역 정당지지율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소폭 앞서고 있다는 요인과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우세의 요인이 혼재된 상황이다. 민주당 당내경선에서는 박영선 전 장관이 우상호 의원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결국 우상호 예비후보의 확실한 경선 및 본선 승리를 장담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객관적인 시각일 것이다. 

우상호 캠프 경선전략의 문제점들
  
출마선언 이후 우상호 예비후보가 가장 역점을 두었던 행보는 크게 두 가지다. 서울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과의 후보단일화 행보와(1일 12일 원칙적 합의) 일련의 정책시리즈 발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이벤트들은 우상호 예비후보 지지율 상승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대해, 20여 년간 정치활동을 하면서 개인보다는 조직과 팀플레이에 치중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상호 예비후보 본인의 해명이다. 물론 그런 부분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오르지 않는 지지율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략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본다.

① 당내경선과 본선의 구분 

민주당의 이번 보궐선거 경선 룰은 '당원 50%+여론조사 50%'이다. 당락을 가를 유권자의 절반이 민주당 당원들이라는 점을 우선 염두에 둬야 한다. 당내경선을 앞둔 시점에서, 다수 일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본선과는 다소 구분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직 우상호 예비후보는 민주당의 서울시장선거 후보로 최종 결정된 상황이 아니다.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이나 최종적인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명분과 자격이 온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열린민주당 지지자들의 우상호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점의 단일화 논의가 갖는 파괴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열린민주당 지지자들이 김진애 예비후보가 아닌 우상호 예비후보를 더 지지해야 할 이유를 찾기도 힘들다.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을까? 1월 12일, 우상호 예비후보와 김진애 의원이 함께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두 사람이 각 당의 최종 후보가 될 경우,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라는 매우 어정쩡한 결론이 담겨 있다. 당내경선 전략과 본선 전략의 혼동, 우상호 예비후보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고 있는 첫 번째 이유다(우상호 후보는 7일 열린민주당 정봉주 예비후보와도 양당 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단일화 추진에 합의하는 등 같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우상호 예비후보는 김진애 의원보다는 불출마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했어야 했다. 박주민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박영선 전 장관과 우상호 예비후보의 민주당 내 지지율 격차가 더욱 확연히 벌어진 2월 2일과 3일 조사결과를 보면 그 부분을 알 수 있다.
 
② '정책'이 아닌 '이슈'에 의한 승부
 

출마선언 이후 우상호 예비후보는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했던 여러 분야의 공약들을 차례차례 발표했다. 그러나 기대에 비해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정책과 공약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후보나 참모진들 입장에서는 속상하고 맥 빠질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과 '이슈'를 올바로 구분하지 못한 오류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하루빨리 인식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동차를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번 가정 해보자.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차량설명 매뉴얼을 각 차종별로 모두 구해서 일일이 읽어본 뒤에야 구매결정을 하는 사람을 혹시 주변에서 본 적이 있는가? 가격이나 기능 혹은 디자인 등 극히 제한된 몇몇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사는 사람들이 아마도 대부분일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나 마니아들 중 혹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숫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선거 시기 발표되는 여러 정책들은, 말하자면 자동차의 제품설명 매뉴얼과도 비슷하다.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거리들을 안고 사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삶의 전쟁터에서 버겁게 하루를 살아간다. 나에게 절실하지도 않고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는 공약들, 그저 '그럴듯한 남의 얘기'일 뿐이다. '정책선거'를 아무리 강조하고 비록 그것이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정당이나 후보의 공약을 모두 살펴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는 별로 없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종합선물세트식으로 정책들을 쭉 나열하는 것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내게 표를 찍어줄 유권자들 머릿속에 '결정적으로 새겨질' 파괴적이고도 실속있는 '이슈'를 먼저 선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동차 구매자가 몇몇 한정된 기준으로만 결정하듯, 유권자들 역시 몇 가지 기준으로만 판단한다. 여러가지 나열된 정책들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밀고 나가는 '핵심이슈'가 승부처다.

선거에 있어서 '이슈전략'은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유권자들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주장이나 이벤트 및 정책, 후보자 개인에 대한 논쟁 등을 포괄한다. 정책 자체가 승부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인이거나 이슈의 전부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정치적인 이슈에는 '정권심판론'이나 '북풍' 등이 있다. 과거 대선 시기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이나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건설' 그리고 2012년 총선 때의 '무상급식' 등은 대표적인 정책 이슈다. 후보나 후보 자녀들 병역비리 의혹, 탈세, 과거의 부정적인 행적이나 말실수 및 거짓말, 도덕성 문제 등은 후보 개인과 관련된 이슈들이다.

이슈의 성격이 무엇이 됐든 선거승리를 위한 '이슈전략'에는 몇 가지 특별한 기준이 있다. 첫째 '유권자 다수의 관심사'여야 한다. 둘째 선거에서 승부를 가를 만큼 중요한 이슈여야 한다. 셋째 나에게 유리한 이슈여야 한다 등등.

③ '누나 동생 분위기'와 공세 자제의 문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촬영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촬영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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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우상호, 박영선 두 예비후보는 소위 '원팀전략'을 내세우며 상호비방은 서로 자제하자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누나, 동생'으로 서로 호칭하거나, '그건 영선이 누나가 더 잘 할 겁니다'라는 식의 우상호 예비후보의 발언에 대해 언론은 '훈훈하다'는 표현을 쓴다. 과연 그것이 민주당 입장에서 바람직한 일일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이렇게 미적지근한 분위기로만 흘러가게 되면,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우상호 예비후보에게 반전은 결코 올 수 없다는 점이다.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밋밋한 상황들 때문에 경선 자체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게 된다. 누가 됐든 민주당 후보의 본선경쟁력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가짜뉴스를 유포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근거 없는 마타도어는 철저히 피해야 한다. 그러나 후보간 상호검증이나 상대방에 대한 공격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이 과정을 포기한다면, 대체 선거에는 왜 나섰냐는 날선 타박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 2002년, 노무현 후보가 기적과도 같은 경선 역전과 최종적인 대선승리를 거둔 데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저돌적으로 파고들었고 고비마다 과감히 승부수를 던지는 '정치적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④ 구도와 슬로건의 문제

'구도'는 선거에 있어서 상대방과 나를 가르는 일종의 '전선'이다. 불리한 선거 지형과 환경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 이 선거구도는 결국 '단어'들로 표현이 된다. 유권자들 머릿속에서 결정적인 '프레임'으로 작동하는 부분이다. '낡음 대 새로움' '촌놈 대 귀족' '부자 대 서민' 등.

후보자 이름 앞에 붙이는 네임 슬로건은 바로 이 '구도'에 기반한 선거전략이 녹아 들어가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준비된 대통령'이 바로 그것이다. 우상호 예비후보는 바로 이 슬로건을 차용해 '준비된 서울시장'론을 들고 나왔었다. 그러나 이미 서울시장을 지낸 바 있는 오세훈 예비후보나 서울시장 출마경력이 1회 더 많은 박영선 예비후보를 상대로 '준비된 서울시장'론을 거론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을까?
 
우상호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선언 홍보 포스터. '준비된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우상호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선언 홍보 포스터. "준비된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 우상호후보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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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와 슬로건에 담기는 승리전략을 위해서는 치밀한 분석과 준비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대략 그럴 듯한 표현을 사용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SWOT(강점과 약점, 기회 및 위협요인)분석과 STP전략이 선행돼야 한다. STP 전략은 유권자 세분화(segmentation), 표적집단 선정(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의 세 단계가 포함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우상호 예비후보의 이름에서, 범 호(虎)자 호랑이의 강력한 이미지를 사용할 것과 '문재인 대통령 지킴이'를 강조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세한 이유는 제한된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이환위리'와 '우직지계'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의 후손 가운데 손빈이라는 유명한 병법의 대가가 있었다. 어려서 손빈과 함께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했던 방연은, 손빈에 앞서 위(魏)나라의 장수로 먼저 출세를 했다. 그러나 자신보다 늘 능력이 뛰어났던 손빈을 질투한 나머지, 방연은 손빈을 위나라로 초청한 뒤 간첩죄를 뒤집어씌워서 정강이를 베는 형벌을 가하고 옥에 가두었다.

천신만고 끝에 옥에서 탈출한 손빈은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낸 뒤, 제(齊)나라 왕에게 발탁이 됐다. 그러던 중 기원전 353년, 위나라가 조(趙)나라를 갑자기 포위 공격을 하자 위기에 처한 조나라가 제나라에게 급히 구원을 요청했다. 이에 제나라 왕의 명을 받은 손빈은 위나라 군대에 대한 직접공격 대신, 위나라의 수도 대량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자 위나라 군대를 이끌고 있던 방연은, 어쩔 수 없이 위나라 대군과 함께 황급히 대량으로 회군을 한다. 그런데 가는 도중, 제나라군의 매복에 의한 기습공격을 받고 위나라 군대는 전군이 전멸을 하고 말았다. 사마천의 <사기>와 작자미상의 중국 고대병법인 36계에 담겨 있는 이 일화가, 바로 그 유명한 위위구조(圍魏救趙)의 전략이다.

북부 아프리카의 해상강국 카르타고는 기원전 3세기부터 이탈리아 반도를 장악한 로마와 지중해의 해상패권을 놓고 수시로 충돌했다. 세계 전쟁사에서 두고두고 거론되는 카르타고의 영웅 한니발과 로마의 맹장 스키피오가 치열하게 격돌했던 시기다.

기원전 218년, 한니발은 알프스산맥을 과감히 넘는 원정길을 통해 로마를 침공했다. 알프스산맥 루트를 통한 공격은 당시 어느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전략이었다. 때문에 대비가 허술했고, 로마는 곧바로 위기에 빠진다. 그러자 로마의 원로원은 나라의 운명을 건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명장 스키피오에게 방어를 하는 대신, 한니발의 본국인 카르타고를 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명령대로 카르타고를 공격하던 스키피오는 자신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판단한 자바지역에서 카르타고를 향해 퇴각하던 한니발을 기다렸다. 마침내 자바 전투에서 대승한 스키피오 덕분에, 로마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지중해 최강대국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

검찰개혁 관련 조국, 추미애 두 전직 장관은 언론과 검찰, 보수진영의 수많은 공격을 받으면서도 최전방의 전선을 지켰다. 그 결과 실질적인 전쟁터였던 국회에서 그나마 공수처법 등 개혁적인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소 비판적인 시각들이 존재했으나, 지금 조국·추미애 두 전직 장관들의 희생과 노력에 대한 민주당 당원·지지자의 애정어린 시선과 평가는 넘친다.

영국의 군인이자 군사학자였던 리델하트(Basil Henry Liddell Hart 1895~1970)는 고대 페르시아 전쟁부터 1948년 제1차 중동전까지의 30개 전장 280개 전투를 모두 일일이 분석했다. 그 결과 6개의 전투만이 직접 접근에 의한 승리였고, 나머지 274개 전투는 모두 간접 접근에 의한 승리였음을 밝혀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1938년에 <전략론>이라는 책을 편찬했다. 그의 전략론은 전 세계적으로 탁월한 군사적 저술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그가 '간접접근 전략'의 영감을 받았던 책이 바로, 동양의 고전 손자병법이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 유명 CEO 중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등은 손자병법의 열혈 애독자로 널리 알려졌다. 화성탐사 계획을 세우는 21세기에도, 병법을 비롯한 고전들에 담긴 통찰력과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다.

불리한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켜 오히려 유리함으로 바꾸는 간접전략에 대해, 손자는 이환위리(以患爲利)와 우직지계(迂直之計)라는 말로 설명했다. 손자병법 군쟁(軍爭)편에 담긴 원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孫子曰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君聚衆, 交和而舍, 莫難於軍爭.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 손자왈 범용병지법, 장수명어군, 합군취중, 교화이사, 막난어군쟁. 군쟁지난자, 이우위직, 이환위리 )

손자가 말했다. 군대를 운용하는 법은 장수가 임금에게서 명을 받아 군대를 조직하고 병사들을 징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적들과 병영을 대치하고 주둔할 때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우회하면서 곧바로 가는 효과를 만들어야 하고, 나의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 고우기도, 이유지이리, 후인발, 선인지. 차지우직지계자야 )

그러므로 우회하고 적을 미끼로 유인하여 적보다 늦게 출발해도 먼저 전쟁터에 도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직의 계' 즉 돌아가면서도 빨리 가는 전략이다.
 
극적인 드라마의 전제조건

지금까지 효과가 없었던 전략들은 모두 과감히 폐기처분 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1위 신화의 배경에는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고 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新)경영선언과 휴대전화 품질 향상을 위해 삼성전자 애니콜 15만 대를 불태워버렸던 1995년의 휴대폰 화형식.

거인 골리앗을 이긴 다윗과 불과 13척의 배로 적 함대 133척과의 싸움에서 상대를 격파한 이순신 장군 그리고 2002년 노무현 후보의 극적인 대선승리 등 대부분 역전극의 서사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과 적의 허점을 정확히 간파해서 일거에 타격한 치밀한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간절함과 치밀함, 이 두 가지야말로 판단중지 후 우상호 예비후보가 자신에게 채워 넣어야 할 극적인 드라마의 전제조건이다.

극적인 역전드라마의 서막은 비로소 그때가 돼서야 열릴 것이다. 

*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그:#서울시장 보궐선거, #우상호, #손자병법, #이환위리, #우직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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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경기도의회 의원 (전) 제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국토균형발전 특별보좌관 (전) 제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호남신성장동력 특별위원회 위원장 (현)호남신성장 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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