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프라임>은 1월 25일부터 3부작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방영 중이다. 이미 해외에선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우리나라도 올해 안에 백신 접종과 함께 집단 면역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드디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터널의 끝이 보일 것 같은 이 시기에 다큐는 코로나 이후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 회에서는 '잃어버린 일상을 찾아서'를 주제로 '언택트'한 삶 속에서 새로운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적 동물로서 삶의 의지를 다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창의적 시도를 살펴봤다. 2부에서는 '가장 평범한 사람들'을 주제로 우리 안의 코로나19를 살펴본다. 
   
현재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 환자들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 명확한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19 감염병을 인류는 처음 겪고 있는 중이다.

물론 여전히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감염된 사람보다 많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19를 겪기 이전으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안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생겼을까.

코로나19를 직접적으로 겪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진 건 아닐까? 코로나19를 온몸으로 겪은 이가 '전지적 코로나 시점'에서 본 세상은 어떤 것일까? 코로나19 이후를 논하기 위해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지난해 2월 한 종교 단체의 집단 감염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대구. 대구는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고 전국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모였다. 덕분에 대구는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하지만 당시 의료 일선에 있던 의료진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운이 좋았다고. 

'운이 좋았다'는 평가의 이면에는 간호사들의 중노동이 숨겨져 있었다. 대구만이 아니다. 방역의 최일선에서 자신을 던졌던 간호사의 목소리로 다큐는 시작된다.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한 영웅, 간호사 

환자 때문이 아니라 동료 때문에 버텼다는 유연화씨. 당시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근무하던 병원에 음압 병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순간 코로나 병동으로 바뀐 일터에서 일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코로나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유연화씨는 눈물을 흘린다. 유씨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고 말한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위험해질까 봐서다. 자신이 집에 없어야 가족들이 안전해지는 상황,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출근을 할 때 마음이 가뿐해졌다고 한다. 

의료진에게 필수 장비인 PAPR(전동식 호흡 보호구)은 밖의 공기를 빨아들여 깨끗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장비다. 하지만 이것조차 제때 공급받지 못했다고 유씨는 말한다. 방역 체계는 수시로 바뀌었고, 자신의 안전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마치 자신들이 전쟁에 방패막이처럼 세워지는 병사 같았다고 유씨는 회고한다.

지친 티조차 낼 수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자신이 도망치면 동료들이 힘들까봐 참았다. 이른바 '전우애'로 버텼다. 무엇보다 앞에서는 박수를 쳐주다 뒤에서는 자신들도 감염될까 꺼려하는 이중적 시선이 연화씨를 힘들게 했다.

이중적 시선에 항변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지난 8월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던 태극기 부대의 일원이었던 60대 여성. 그녀는 왜 광화문은 막으면서 해운대에 모여든 20~30만 인파에는 눈을 감냐고 말이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슈퍼 전파자의 뒷 이야기 

   
지난해 2월 슈퍼전파자로 분류됐던 대구의 31번 확진자. 본인이 증상을 깨닫지 못한 상황에서 종교 시설, 병원, 마트 등을 돌아다녀 슈퍼전파자로 눈총을 받았다.

그녀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 이후 확진자 수백 명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그녀가 역학조사 과정에 작성한 접촉 지인 중엔 감염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녀를 만났다고 거짓 진술한 20대는 처벌을 받았다. 후에 그녀가 슈퍼전파자가 아니라 2차 감염자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미 그녀에게 슈퍼전파자라는 낙인이 찍힌 뒤였다. 

두 아들의 엄마이자, 평범한 가정의 주부였다는 31번 환자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항변한다. 슈퍼전파자가 된 그녀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되었다. 그로 인해 평범했던 그녀의 가족은 서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코로나 확진의 무게
   
코로나19 '확진'의 무게는 무겁다. 송파구 어린이집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던 정효숙 씨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내력이 있던 효숙씨는 암이 걸렸다는 사실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는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순간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암은 나 혼자 걸리면 되는 거였지만 코로나19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울음이 복받쳐 올라왔단다.

결국 남편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니던 교회에서 2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왜 조심하지 않아서 걸렸느냐는 말, 부주의했다는 말들이 그녀에게 오래도록 깊은 상처로 남았다. 이처럼 코로나19에 걸린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 사이에 넘어서기 힘든 벽이 만들어졌다.

해외 여행 후 마포구 15번 확진자가 된 그녀, ​​​​​​설치미술 작가이기도 한 박카로씨는 'A와 B의 경계'라는 작품으로 이런 상황을 표현했다.  

박카로씨는 2주간의 자가 격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이동 동선이 많았던 것에 대해 우선 든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확진 결과를 알리는 구청 홈페이지에 그녀의 신상을 캐고 욕을 해대는 댓글들을 보며 공개 처형당하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한다.

별 증상이 없었는데 확진판정 후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열이 나기 시작했다는 카로씨. 뭔가 가짜였는데 진짜가 되어버린 듯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설명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쏟아지는 전화, 왜 동선을 숨기지 않았느냐는 항의, 내 얘기는 말아달라는 지인의 부탁 등이 그녀를 더 힘들게 했다.

그녀가 입원 기간 동안 안 쓰고 모은 50개의 플라스틱 숟가락이 전자 저울 위에 놓였다. 작품 명은, 죄의 무게. 

차별과 혐오의 대상, 확진자 

김지호씨는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이태원 n차 감염자이다.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 대각선에 앉았던 친구로 인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0580번, 50일의 입원 일과를 기록으로 남겼다. 창문도 열 수 없도록 못으로 고정한 병실, 에어컨은 물론, 환풍기도 비닐로 막았다. 복도에 샤워실이 있어 샤워를 하는 대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야 했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로서 겪어야 하는 '격리'는 참을 수 있었다. 구급차도, CT도 젊은 그에게는 처음이었다. 처음 겪는 건 그뿐이 아니었다. 막연한 차별이나 혐오도 처음 겪어 보았다. 퇴원을 하고 출근한 회사에서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그를 보자 다시 마스크를 썼다. 회사는 사과를 요구했고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코로나 방역의 최일선에서 일하던 간호사도, 코로나19에 걸렸던 확진자도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보다 사람들의 태도 때문에 더 큰 마음앓이를 해야 했다. 

가장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한순간 위험한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는 지금, 백신도 필요하고, 치료제도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다쳐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