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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행정안전부는 최근 수년간 산업시설 화재로 인한 피해가 연중 1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리며 그 원인이 담배꽁초 방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0년 4월 22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낸 군포 물류센터 화재를 비롯해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매년 평균 6천 건 가량 일어난다. 이는 최근 10년간 발생한 부주의로 인한 화재 가운데 약 30%를 차지할 만큼 높은 비중이다.

담배꽁초에 의한 화재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울산 주상복합 화재나 서울 은명초 화재 사건 등은 모두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원인이었다. 이런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인명과 재산에 있어 큰 피해를 내고 있지만 해결책이 마땅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 자체에 대한 낮은 처벌과 사후 대처에만 주목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접 촬영 본. 낙엽을 쌓아둔 곳 위로 담배꽁초가 떨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직접 촬영 본. 낙엽을 쌓아둔 곳 위로 담배꽁초가 떨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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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화단에 버려진 무수히 많은 담배꽁초를 봤다. 걔 중 몇 개는 끝부분이 밟혀있지 않다는 점에서 불을 끄지 않고 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화단 안쪽까지 들어와 담배를 피웠다는 추측은 무리가 있다. 무수한 담배꽁초의 주인은 아파트 위에서 던지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 화단은 1층에 사는 우리 집 근처다. 만약 화재라도 일어났다가는 우리가 제일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아파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안내방송이 전부다. 요즘같이 건조한 날씨에 담배꽁초에서 떨어진 불이 화단으로 옮겨붙지 않을지 불안한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대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꽁초 문제의 경우 폐기물관리법8조에 따라 지자체 청소행정과 담당 사안이다. 국번 없이 110으로 연락을 하면 해당 사안에 대한 민원을 접수할 수 있다.

해당 문제로 문자를 통해 민원을 접수해 봤다. 돌아온 답변은 아파트는 공동주택으로 다수인들의 사구간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에서 단속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이 투기 문제는 관리사무소를 통한 민원제기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허나 관리사무소를 통한 민원제기에는 강제성이 없다. CCTV를 통해 범인을 잡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계도문구 부착이나 홍보 등으로 사용만 가능할 뿐이다.

담배꽁초를 버린 행위가 적발되었을 시 과태료는 5만 원으로 15일 이내 자진 납부하면 20%가 감경되어 4만 원만 지불하면 된다. 일반적인 작은 쓰레기를 버릴 때 나오는 과태료가 5만 원, 비닐봉지와 간이 보관 기구 등을 버릴 때는 20만 원이 나온다. 담배꽁초가 지닌 위험성을 생각했을 때 일반 쓰레기와 같은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파트의 경우 화재가 일어났을 시 범인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담배꽁초. 직접 촬영본
 담배꽁초. 직접 촬영본
ⓒ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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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처벌과 함께 예방의 기능도 지녀야 한다. 폭력을 저지를 시에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있어야 잘못을 행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이런 인식이 높아지면서 음주운전 문제도 '윤창호법'을 통해 처벌의 수위를 높였다. 강한 처벌은 그만큼의 사회적 경각심을 가져온다. 담배꽁초 문제는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추후 범인임이 밝혀졌을 때의 막대한 손해배상이 전부다.

화재가 일어난 후에 입게 되는 인명과 재산 피해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흔을 남긴다. 더구나 아파트는 1층을 제외하고는 CCTV가 없기에 범인을 잡기도 쉽지 않으며, 설령 잡혔다 하더라도 5만 원의 과태료가 전부다. 시간과 노력을 생각했을 때 터무니없을 만큼 낮은 결과다. 각각의 아파트마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많은 흡연자들이 집에서 또는 길가나 화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의 불을 끄지 않은 채 버리는 행위를 반복한다.

혹시나 싶어 같은 동의 아파트 3군데를 돌아다녔다. 역시나 화단마다 가득 쌓인 담배꽁초가 보였다. 담배꽁초는 그 하나하나가 화재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아파트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만, 내부가 아닌 외부 화재에는 취약한 구조다. 2020년 10월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의 경우도 3층 테라스에서 시작된 불길이 아파트 전체에 번지면서 시작됐다. 담배꽁초가 각 호수마다 달린 실외기에 들어가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파트는 대다수의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내 편의를 이유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넘어서 생명에 위협을 줄 만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를 촬영할 수 있는 CCTV 설치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개개인의 변화라는 점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의 위험성을 많은 분들이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담배꽁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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