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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하구, 철새 쫓는 부산시 청소선? 큰고니 등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낙동강 하구에 한 배가 소음을 내며 직진을 합니다. 그 소리에 놀라 고니 등 철새들이 도망을 갑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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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동력선 한 척이 소음을 내며 다가가자 고니 등 수십여 마리의 철새들이 놀라 날개를 펴고 도망을 갑니다. 현장은 낙동강 하구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 인근. 이곳은 큰고니 등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입니다.

철새들을 쫓아낸 배는 여러 장비를 달고 다니며 낙동강 정화작업을 펼치는 청소선입니다. 다름 아닌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소유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왜 부산시의 배가 소음에 예민한 철새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일까요?

강을 달리는 부산시 청소선, 도망가는 철새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가 운영하는 청소선의 모습. 청소선이 쫓아낸 고니 등 철새들이 위로 날아가고 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가 운영하는 청소선의 모습. 청소선이 쫓아낸 고니 등 철새들이 위로 날아가고 있다.
ⓒ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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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는 철새도래지이면서 문화재보호구역입니다. 매년 최대 10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이곳을 찾아 겨울을 납니다. 부산시 낙동강 하구 생태계 모니터링 조사를 보면 지난해 겨울 이곳을 방문한 철새는 129종 13만 마리가 넘습니다.

'백조'로 불리는 고니류도 중요한 방문객입니다. 난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자 정부는 이들과 이 지역을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합니다. 그만큼 보호 가치가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 무언가를 변경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문화재보호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즉,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날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청소선은 이조차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환경단체가 포착한 영상 카메라에는 철새의 휴식을 방해하는 청소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철새가 강 주변에 모여 있는 것을 보고도 곧장 직진을 합니다. 철새들은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흩어져야 했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통상적인 청소 업무이고, 철새를 괴롭히거나 방해할 목적이 없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허가를 받지 않아도 이 지역에서 정화 활동을 할 수 있고, 청소선의 행적도 철새와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을 취재한 결과, 사실과 달랐습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구역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들고 다시 낙동강관리본부에 물었습니다. 이번엔 말이 달라졌습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낙동강관리본부 측은 그제야 "시정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관련 법령 저촉 여부를 확인했다는 의미입니다. 논란이 일자 낙동강유역환경청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이번 사안은 사상구 삼락동과 강서구 식만동까지 8.24㎞ 구간을 잇는 대저대교를 둘러싼 갈등과 맞물려 논란이 커졌습니다. 부산시는 서부산권 교통량 분산 등의 효과를 위해 대저대교 등 낙동강 교량 추가 건설에 나섰고, 환경단체는 큰고니 등 철새 서식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며 건설을 강하게 반대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의 용역을 맡은 업체가 부실·거짓 엉터리 평가서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죠.
 
 낙동강 하구 '고아'.
 철새도래지 낙동강 하구에서 가족을 잃은 고니 새끼와 사체가 카메라에 잡혔다. 고니 새끼는 월동기 동안에 가족단위로 생활한다. 부모나 형제를 잃은 새끼 고니가 혼자서 낙동강 하구 길 옆에서 발견됐다.
ⓒ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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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맺어진 3자 협약... 그리고 깨진 약속

환경단체인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낙동강유역환경청, 부산시는 논란 끝에 지난 12월 3자 협약서를 체결합니다. 민·관이 공동으로 겨울 철새를 조사하고 이를 검토해 대저대교의 대안노선을 결정·제시하기로 말입니다.

이에 따라 3월까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환경단체는 조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철새들은 인위적인 교란 행위에 민감합니다. 겨울철 서식을 포기하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철새들의 월동기임에도 개인 모터보트 운행이 상시로 이루어지고, 수변 지역에선 불법 낚시, 승마에다 오토바이까지 달립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의 이번 행동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민관의 제대로 된 철새 조사가 가능할까요? 부산환경회의와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26일 부산시청을 찾아 "고의 방해 사과하라, 교란 방치를 넘어 일부러 새들을 쫓는 모습은 실망과 분노를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라고 성토했습니다.

낙동강의 대표적 철새인 큰고니의 숫자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습지와새들의 친구'가 파악한 낙동강 하구 고니류 도래 현황 자료를 보면 2000년대 3000~4000여 마리에 달했던 큰고니의 개체 수는 2017년 1500마리, 2019년 1200마리로 급감했습니다. 고니의 방문이 3년째 1천 마리 수준으로 낮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때 우리나라를 찾은 고니류의 70%가 낙동강을 찾았지만, 이제 그것도 옛말입니다. 큰고니의 감소는 서식지의 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 겨울철새인 큰고니(백조) 모습. 2017년부터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한때 낙동강 하구를 찾는 고니류는 4000여 마리에 달했지만, 올 겨울 숫자는 1200여 마리에 불과하다.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 겨울철새인 큰고니(백조) 모습. 2017년부터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한때 낙동강 하구를 찾는 고니류는 3~4000여 마리에 달했지만, 지난 겨울 숫자는 1200여 마리에 불과하다.
ⓒ 습지와새들의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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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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