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작년 교육부가 발표한 고려대와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그 안은 강자가 판치는 세상이었다. 자신의 자녀에게 A+ 학점을 줘도 됐고, 가족을 연구원으로 등록시켜 연구비를 받아가도 됐다. 유흥주점이나 골프장에서 법인카드를 마구 써도, 참석하지도 않은 해외 세미나 특근 수당을 챙겨가도 됐다. 모럴 해저드, 그 한편에는 인건비가 6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는 연구원들이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해가 바뀐 지금, 그 후 상황을 확인해봤다.[편집자말]
"카드 삼중 쪼개기가 더 있었습니다. 2016년 3월 9일 밤 11시 10분에 24만원, 12분에 32만원을 결제했는데, 장 대사보다 2분쯤 앞선 11시 8분에 다른 교수가 37만4000원을 결제했습니다. 4분 사이에 고려대 법인카드 3개로 93만4000원이 결제됐습니다."

정찬민 의원(국민의힘, 경기 용인갑)의 2020년 국정감사 질의서 중 일부다. 정 의원은 작년 국감에서 장하성 주중대사가 고려대 교수 시절 연구비 명목으로 지급 받은 법인카드를 유흥주점에서 사용했고, 이른바 '카드 쪼개기'로 불리는 분할 결제까지 했던 사실을 공개했던 이다. 

정 의원이 준비했던 질의서에는 장 대사보다 2분쯤 앞서 결제했던 그 '다른 교수'가 또 한 번 등장한다.

"2017년 1월 2일에도 이와 같은 다중 쪼개기가 또 있었습니다. 장 대사가 총 46만원을 밤 9시 11분에 각각 절반씩 결제했고, 다른 두 교수가 9시 57분에 40만원을, 9시 22분에 25만원을 결제해서, 이날 밤 고려대 법인카드 4개로 같은 유흥주점에서 결제된 금액은 총 111만원에 달합니다."

유흥주점 사용액만 2478만9000원... 간 큰 교수
 
고려대 N교수가 유흥주점에서 결제한 법인카드 사용내역. 교육부 종합감사결과 그 합계는 무려 2478만9000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N교수가 유흥주점에서 결제한 법인카드 사용내역. 교육부 종합감사결과 그 합계는 무려 2478만9000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교육부

관련사진보기

 
2016년 3월 9일 장 대사보다 앞서 37만4000원을 결제했던 교수, 그리고 2017년 1월 2일 장 대사 결제 이후 법인카드로 40만원을 결제했던 교수, 모두 동일인이다. 교육부의 2020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및 고려대학교 감사결과 처분서' 중 '서양음식점 위장 유흥주점 법인카드 사용내역'에서 N으로 지칭되는 인물이다. 

작년 국감에서는 장하성 대사가 '뭇매'를 맞았지만, 교육부가 연세대 종합 감사 과정에서 주목한 '주인공'은 사실 N교수였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장 대사를 포함해 모두 13명이 문제의 유흥주점 한 곳(상호는 2개이나 교육부는 사업장 주소지가 동일하다고 명시했다)에서 총 6693만30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 중 37%에 해당하는 금액을 결제한 당사자가 바로 N교수다. 

교육부는 감사결과 처분서를 통해 "실제 양주 등 주류를 주로 판매하고 별도 룸에 테이블, 소파 등이 구비되어 있으며 여성종업원이 손님테이블에 착석하여 술 접대 등을 하고 손님은 TV에 내장된 노래방 기기를 통해 가무를 즐길 수 있는, 실제 유흥업소"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한 바 있다.

N교수는 실제 유흥업소인 그곳에서 86회나 법인카드를 긁어댔다.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사용액은 무려 2478만9000원.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사립대학교 1년 평균등록금이 747만9800원이니 학생 3명 정도가 낸 교비를 단 한 사람의 유흥주점 결제로 날려버린 것이다. 해당 유흥주점 입장에서는 VIP 고객이었던 셈이다.

쪼개기 전문가... 회계 책임자도 몰랐다?
 
작년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일대사관, 주중대사관에 대한 화상 국정감사에서 장하성 주중대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작년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일대사관, 주중대사관에 대한 화상 국정감사에서 장하성 주중대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고려대 법인카드 사용·관리 지침(2015.11.1)에 따르면 법인카드는 유흥주점에서 사용할 수 없고, 동일 장소 및 동일 시간대에 분할하여 사용할 수 없으며..." (교육부 감사결과 처분서 중)

'카드 쪼개기'를 금지하는 고려대 지침이다. 

그런데 N교수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총 86회 중 62회(72.1%)가 쪼개기 결제였다. N교수는 해당 유흥주점에서 2018년 12월 18일 오후 9시 25분에 행정용 카드로 48만7000원을, 같은 날 오후 9시 28분에 교내연구비 카드로 23만3000원을 결제했다. 이런 식으로 열 번 중 일곱 번 꼴로, 그것도 모두 같은 장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과연, 회계책임자가 이런 학교지침 위반을 몰랐을까.

장하성 대사의 도덕적 해이도 그에 못지 않다. 장 대사는 작년 국감에서 "여러 명이 식사와 반주를 하다 보니까 금액이 한 40여만 원으로 많아서 나눠 결제한 적이 있다"면서 "연구소 구성원들과 음식점에서 식사와 와인 같은 술을 곁들인 회식을 하면서 여섯 차례에 걸쳐서 총 279만원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그 중 두 차례가 N교수와 함께 있는 자리였다. 장 대사 옆에 학교 지침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고수'가 있었던 것이고, 그의 그런 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장 대사는 오히려 동참했던 것이다.

국감에서 장 대사는 "학교로부터 감사 기간 중에 이런 결제를 나누어서 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한 사용이었다는 통보를 받고 곧바로 전액 환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대 "모두 환수"... 연세대는 "답변 곤란"

고려대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장 대사를 포함해 법인카드 부당 사용금액은 모두 환수 처리하였으며 그 밖의 교육부가 당사자에게 회수를 요구한 지적사항들에 대해서도 역시 환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동일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개선사항 등을 묻는 질문에는 "규정 보완이 이뤄졌고 기타 후속조치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절차가 진행중이므로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한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연세의료원 교직원 14명이 유흥주점 및 단란주점에서 총 45차례에 걸쳐 1669만34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실이 드러나 당사자 회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연세대 측은 회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재 진행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관련기사]
[연고대의 민낯 ①] 교수님 딸이 A+ 받은 비결 : 학점에도 입학에도 '엄빠 찬스' http://omn.kr/1rur2 
[연고대의 민낯 ②] 조국 때와는 너무 다른 검찰의 연고대 수사 http://omn.kr/1rw8p 
[연고대의 민낯 ③] 연세대에는 시간외수당 받는 '유령' 있었다 http://omn.kr/1ruos 

태그:#법인카드, #교육부종합감사, #고려대, #연세대, #장하성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